모자

"오늘은 맘껏 울기를, 내일은 맘껏 웃기를."

by 별담


모자

햇살이 숨쉴 틈 없이 쏟아지던
오렌지빛 정오의 거리.

저는 오늘 같은 날,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당신의 얼굴을 감싸주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그 뿐일까요?

가끔은 세상의 빛이 너무 뜨거운 날,
저는 당신 마음의 그늘이 되어드려요.
햇볕에 얼굴만 타는 게 아니잖아요.
마음도 새까맣게 탈 때가 있거든요.

사실,
저는 언제든 함께 할 준비가 된 당신의 작은 경호원입니다.

아무 하고도 눈 마주치기 싫은 날,
머리칼조차 손질하기 귀찮은 날에도
저는 늘 당신 곁을 지켜요.

그 뿐일까요?
옷차림에 어울리는 무언가를 찾을 때도
저는 함께하죠.
코디의 완성은 신발이라구요?
그건 조금 서운한 말이에요.
진짜 완성은 저예요. 저, 모자.

당신,
오늘은 어떤 하루가 시작될까요?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탁 트인 공원을 함께 달릴 때면
제 답답한 가슴도 뻥 뚫린답니다.

당신은 유난히 쑥스러움이 많아서
곤란한 일이 생기면
제 몸에 얼굴을 푹 묻어버리죠.
바보 같지만, 전 그게 참 귀엽답니다.

얼마 전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 품속에서 한참을 우셨잖아요.
하려던 일이 잘 안되셨나요?

괜찮아요, 당신.
울고 싶을 땐
제 품 안에서 맘껏 우셔도 돼요.
제가 세상 누구도 모르게
당신의 눈물을 지켜드릴게요.

저는 그렇게,
가끔 어린아이처럼 우는 당신을 보며
조용히,
당신의 머리를 어루만져줍니다.

오늘은 맘껏 울기를.
그리고 내일이 되면
맘껏 웃기를.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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