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무척이나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이었다. 드디어 여름이 온 것인가? 겨울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여름이 될 때까지 난 뭐 하고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집에 도착해서 얼른 깨벗고 샤워를 하려던 찰나, 같은 동 위층에 사는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저녁 먹었니? 퇴근했어? "
" 아... 아뇨. 퇴근했죠. 샤워하려고 그러는데 "
" 그럼. 10분만 있다가 올라올래? 피자 시켰다. "
" 아.. 그래요? 네. 올라갈게요. "
마침 나도 배가 고팠고, 요즘 피자도 비싸져서 혼자 사 먹기에도 힘이 든 실정이었기 때문에 잘 되었다고 올라갔다. 내가 올라가니 이미 피자가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형이 사준 피자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내 폰에서 재난 경고 문자 메시지가 떴다. 그건 바로 북에서 오물풍선을 보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메시지였다.
" 에휴... 또 보냈네. 어쩜 좋아...."
내가 그러자, 형은 피자를 먹다가 말했다.
" 보내면 어때~ 난 신경도 안 쓴다. "
그러길래 나는 이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며 그 말에 말을 이었다.
" 에이 모르는 거죠. 쟤네들이 지금은 오물이지만, 나중엔 오물 대신 생화학물질을 넣고 보낼지 어떻게 알아요? "
그러자 콧방귀를 뀌며 그 형이 말했다.
" 그러면 죽으면 그만이지. 그게 뭐 대수야? 난 차라리 전쟁 났으면 좋겠다. "
형의 그 말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형은 몇 개월 전부터 우울증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아마 전쟁이 나서 자기 의지가 아니더라도 빨리빨리 죽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 왜요? 죽게요? "
" 응. 자살은 못하겠고, 그렇게 죽으면 나야 땡큐지. "
사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건 그 형뿐이 아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형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이 느껴져서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
또 그로부터 2-3일 뒤, 형이 또다시 집 근처 닭갈비 집에서 저녁을 먹잔다. 그런데 그곳에서 형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내가 먹는 고지혈증 약과, 고혈압 약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 이거 안 먹어 볼까? "
" 왜?? "
나는 며칠 전 피자사건 때 형이 했던 말의 이유를 알아챘지만, 형은 내 말의 진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 고혈압약 안 먹고 있으면 언젠가 '윽' 하고 쓰러져 죽을 거 아니에요? "
그러자 형이 콧방귀를 뀌며, 뇌 등등이 잘못되어 손이 오그라든 사람처럼 행동하며 말했다.
" 그러다가 안 죽고 이렇게 되면? "
" 그러게요. 한 번에 안 죽고 그렇게 될까 봐 약을 먹고 있는 거죠..."
나나 형이나 왜 머릿속에 온통 이런 생각들로 가득할까? 난 이런 생각을 해온지 벌써 8년째 접어든다. 해가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