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반은 두 개로 나눠져 있는데, 오디션 예비반과 오디션 반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왜 예비반이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나는 오디션 예비반이었다.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학원 내 자체 평가에서 오디션 반으로 승급이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우린 두 달 주기로 노래와 춤을 준비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오디션 반은 학원에서 개최하는 여러 가지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었고 나도 이것저것 참여를 했다. 아주 작은 기획사 오디션부터 삼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큰 회사의 오디션까지 진행을 했었는데 사실 가장 떨리는 건 학원 내 자체 평가였다. 노래는 어떻게든 한다고 쳐도 춤이 많이 어려웠던 나는 학원에 들어오자마자 친구들과 평가 때 할 춤을 고르고 연습했다. 가장 쉽고 나와 맞는 곡을 골라서 그것만 주구장창 연습했고, 틈만 나면 스텝을 밟고 안무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내가 이 학원이 정말 재미있었던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학원 밖에서는 보컬과 댄스를 배우고 있다고 하면 정말 아니꼬운 시선으로 “그렇게 배워서 아이돌 할 거야?” 라고 물어보며 무시당하는 게 일상인데 여기서는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과 뭐가 됐든 닥치고 연습을 해야 해서 좋았다. 그리고 마치 소속사의 월말평가처럼 부담을 주는 자체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긴장을 놓지 않고 발전해야만 했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나를 보면서 내가 즐거웠다. 비록 나는 오전에는 알바를 하고 오후에 학원에 와서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집, 알바, 학원이 전부인 일상을 보냈지만 그 일에 지치기보다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에 삶의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아침 7시 40분에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패스트푸드점으로 출근했고, 3시에 알바가 끝나면 집에 가서 씻고 밥을 먹고 학원으로 가서 수업을 듣고 연습을 하다가 9시~10시 되면 집으로 들어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주말에는 알바가 없어서 하루 종일 학원에서 놀거나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첫 자체 평가에서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고, 역시나 떨어졌다. 그런데 조금 속상했던 건 나와 함께 들어온 친구는 붙어서 오디션 반으로 올라간 일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운이 좋게도 다음 달에 하는 오디션반의 큰 무대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 오디션에는 여러 기획사 관계자들이 와서 직접 무대를 보고 캐스팅을 해가는 공연형 오디션이었다. 열심히 한 것에 대해 결과가 따라 주지 않았지만, 한번 떨어진 나는 그걸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연습했다. 다음엔 꼭 붙어야겠다는 심정으로. 자체 평가 후에는 담당 선생님과 개인 면담시간이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공연형 오디션에 참가를 하고 싶었기에 대뜸 공연에 사회자 필요하면 제가 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실 그냥 ‘안되겠지~’ 하고 말만 한 것이었는데, 결국 실제로 무대에서 MC를 맡기도 했다. 나만 오디션 예비반이라는 사실이 조금 쪽팔리기도 했지만 오디션 예비반도 사회는 볼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다들 오래 보아서 아는 사이인데 나만 혼자 예비반이라 낯선 곳에서 힘들게 마무리하긴 했다. 솔직히 소속사에서 연락이 올까봐 아주 조금의 기대를 했지만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째 자체 평가를 준비했고, 나는 저번에 준비했던 연습량의 두 배 이상으로 빡세게 연습을 했다. 춤은 두 달 동안 이것저것 열심히 안무를 익혔고, 덕분에 1절 분량의 춤은 몇 가지 출 줄 알게 되었다. 레드벨벳 러시안룰렛이나 블랙핑크 마지막처럼 등등 여자 아이돌 노래에 집중해서 안무 연습을 했다. 연습을 완벽히 한 만큼 기대를 했지만 이번에도 아쉽게 떨어졌고,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여기서까지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걸까? 학원에서 오디션반과 예비반의 비율을 맞추려고 이러는 게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일단 한 달을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알바와 학원 스케줄 때문에 좀 지치기도 했고, 마침 다음 달에 중국 여행 일정이 잡혀 있어서 빠지는 수업이 많아서였다. 그렇게 한 달 쉬는 걸로 결정을 했지만, 그렇게 난 그 학원과 작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