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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Apr 28. 2024

37화 (3) 능동적인 마침표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아픈 개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이 매정한 말에 상처를 받았었지만,

대문자 T로 살아온 남편에게는 이 또한 최선이었겠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녀석을 잘 보내줬다고.

그렇게 아픈 녀석을 붙들고 있는 것도 못할 짓이라고...



하지만 동물병원에 가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콧줄을 하고, 산소를 달고

더 아픈 아이들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보호자들이 보인다.







나는 녀석의 죽음 어떠한 이유도, 정당성도 부여하고 싶지 않다.

녀석을 안락사로 떠나보내고, 나는 많은 시간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파하고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희망했던 '능동적인 마침표'가 과연 맞는 것인가?

나의 죽음을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소망이 얼마나 단편적인 것이었는가.


죽음을 한낱 얄팍한  생각만으로 정의해 버린 나는 얼마나 오만했던가.



녀석의 죽음으로 그렇게


        '죽음' 나에게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능동적인 마침표'는 몇 해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기사 속의 '김병국 님의 부고장' 속 내용이다.



김병국님의 부고장

저 김병국은 85세입니다.

전립선암으로 병원 생활을 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병세가 완화되기보다는 조금씩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이 몸 곳곳에 전이가 되었습니다.

소변 줄을 차고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습니다만 정신은 아직 반듯합니다.


죽지 않고 살아 있을 때 함께하고 싶습니다.

제 장례식에 오세요.

죽어서 장례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손을 잡고 웃을 수 있을 때 인생의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고인이 되어서 치르는 장례가 아닌

임종 전 가족, 지인과 함께 이별 인사를 나누는,

살아서 치르는 장례식을 하려고 합니다.

검은 옷 대신 밝고 예쁜 옷 입고 오세요.

같이 춤추고 노래 불러요.

능동적인 마침표를 찍고 싶습니다.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장례식을

김병국 님은 살아생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장례식으로 치렀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와 화해, 용서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순간을 자신의 의지로 마무리하는 김병국 님의 부고장을 보고,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세를 보고, 

나도 훗날 저렇게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정신이 온전할 때 '능동적인 마침표'를 찍어야지 생각하게 되었.



그래서

녀석의 죽음 또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을 떠나보낸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간과한 점이 있었음을 말이다.


개는 스스로 죽음을 마주하고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녀석 죽음은 '능동적인 마침표'가 아닌

내가 선택한 '수동적인 마침표'였음을...

 




지금은 생각한다.


이 아픔 또한 반려동물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감내해야 할 이라고 말이다.


자연사? 안락사?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겠다.


녀석을 안락사로 떠나보낸 후에 희미하게 보일뿐이다.

신의 영역인 죽음을 인간인 내가 선택하였기에

이렇게 많이 아픈 것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고작 작은 개 한 마리의 죽음이

나에게는 개 한 마리의 작은 죽음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녀석이 나에게 준 절대적인 사랑과 

녀석이 보여주고 있는 일생의 축소판 때문인 것 같다. 


14년의 시간 동안 받은 무조건적인 사랑의 무게는  크다. 

그 무게의 아픔까지 감당해야 할 이유 또한

책임과 사랑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

 


그리고

여전히 온통 네가 있다.



견생네컷 2탄 ♡
너와 걷던 이 길 ♡
오빠가 제주도에서 사온 감귤 머리핀을 꼽고♡
네가 물어뜯은 계란찜기 ♡
꼬순내 나던 너의 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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