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빠를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하기 위한 기록
띵동-
어제 늦은 밤, 아빠가 침대 맡에 붙여둔 벨을 누른다. 위급 상황에 눌러 우리를 부르라고 붙여둔 벨을 아빠는 시도 때도 없이 눌러댄다. "아빠 양치기 소년 알제!" "계속 별일 없이 누르면 이제 안 간다!" 언제나처럼 외치며 아빠 방으로 갔다.
옅은 스탠드 하나만 켜 둔 어두운 방에서 아빠가 내 손을 잡고 입을 뗀다.
"정아. 아빠 멀리 가면은 울 거가?"
"응?"
아빠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워 몇 번을 물었다.
"아빠가 멀리 가면.. 울 거냐고"
".. 울지"
"울지 마라"
"..."
눈물이 터졌다.
아빠. 그렇게 매일, 혼자 조용히 누워 대체 어떤 생각들을 하는 거야.
"울지 마라. 약도 없는 병으로 가는 거니까, 방법이 없는 거니까 울지 마라"
"아빠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아빠가 여러 사람 애만 먹이는 거 같아서..."
오늘 나도 모르게 찌푸렸을 미간도, 내뱉었을 한숨도,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내지른 소리도,
아빠는 모두 기억하고 담아두고 있었던 걸까.
그건 내 진심이 아닌데.
"우리 힘든 거 없다 아빠. 아빤 그냥 이대로만 있으면 돼."
"..."
"아빠 때문에 우리 가족이 더 자주 보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많이 웃는 거야"
"..."
"아빠 없는 거 상상하는 게 제일 힘드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
뒤늦게 진심을 급히 전한다.
".. 근데 아빠가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든다..."
그만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아빠 많이 힘들어?
미안해, 근데 안 돼. 그래도 아빠 힘내 달라고 이기적인 말만 뱉는다. '아빠 어쨌든 그런 생각하지 마' 답도 없는, 해결책도 주지 못하는 이기적인 말을 하고 그런 생각 하지 않겠다는 답만 억지로 받아내 돌아선다.
아빠 미안해 그런데 힘내 줘.
오늘이 올해 마지막 날이야.
이따 케이크 먹으면서 한 번 웃자. 내가 또 헛소리하며 애교 부릴게. 그때 또 한 번 더 웃자. 그렇게 조금씩 웃고 힘내고 견뎌주라.
아빠 혼자 오롯이 견뎌야 하는 그 절망 속에서, 이렇게 한 번씩 바보같이 함께 웃는 게 부디 작은 낙이 되어주라.
아빠 해피 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