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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시 Jan 31. 2023

저승행 편도 티켓.

들어갈 때는 자유지만 나오는 길은 없는.


많이 힘들었다.

여전히 힘들다.

늘 그래왔듯 힘든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사금을 줍는 것마냥 행복 조각을 찾아내어 잠깐 웃고 그 힘으로 하루를 견디는 날들의 연속이다.


연이은 가족들 사이의 의견 충돌 끝에 내가 이 집에서 사라져도 별 문제가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밥 해주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따위의 잡다한 집안일은 돈으로 사람을 고용하면 누구나 대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부인으로서의 입지 따위는 공짜 가정부와 보모로 전락한 지 오래고, 아이들에게 엄마의 사랑과 관심과 애정은 간섭이란 이름으로 귀찮음 쪽의 무게추가 더 기울어지기 시작한 나이인지라. 이만큼 키워놨으니 이젠 엄마가 없어도 딱히 먼 장래에 녀석들이 먹고사는 데에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음식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고 집을 나서서 그 길로 캄캄한 밤에 두 시간여 정처 없이 걸었다. 추운 날씨에 옷도 제대로 안 입고 얇은 실내복에 잠바떼기 하나만 대충 걸쳐 입고 나왔으니 감기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렸다.


울고 또 울면서 걷다가 결국은 집으로 들어갔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서 비참한 몰골을 보이기도 싫었고, 늦은 시각에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불필요한 시간제 부동산 임대료를 지불하고 싶지도 않았다. 돌아갈 곳은 집뿐이더라. 제대로 앙금이 가시지도 않은 채, 적당히 화해 비슷한 제스처로 대충 감정의 골을 덮었다. 늘 그렇듯 나만 참으면 다 해결되는 현실로 되돌아갔다.


평소보다 특별히 괴로웠던 날을 마무리하려고 누워서,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가져다주는 쇼핑몰을 통해 번개탄을 시켰다. 내가 알고 있는 방법 중에 그나마 덜 고통스럽고, 덜 지저분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이승 탈출 방법이다. 물론 뒤처리할 사람들은 고역이겠지만, 그 정도는 내가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힘들게 한 것에 대한 부가세 같은 것으로 여겨도 되리라.


감히 실행할 용기는 아직 갖추지 못했다. 이승과 작별을 고하기에 자잘한 미련이 너무 많다. 이럴 때는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아니었음이 천만다행이다. 남은 자들이 보면 안 되는 부끄러운 삶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기에 그것들을 다 처분하지 않고서는 원통해서 눈을 감지 못 할 것이 틀림없으므로.


그런 와중에도, 일단 번개탄을 사두었다는 것만으로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살기 싫고 죽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 때, 언제든 마음먹으면 곧장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탈 수 있다.


나는 죽고 싶은 게 아니다. 죽을 수 있는데 살아있는 것이다. 손쉽게 떠날 수 있는 이승 탈출 삼종세트가 항상 내 반경 2m 내로 존재하지만, 나의 선택에 의해 살아있기를 택한 거니까.


지루한 일상이라도 무의미한 삶의 연속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 작게나마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머나먼 여행길 편도 티켓을 사용할 일이 영영 없기를 부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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