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순수의 사람들.
도화는 국가가 인증하고 보증하는 시민이었다. 반면 자기는 뭐랄까,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성인이었다. 이 사회의 구성원이되 아직 시민은 아닌 것 같은 사람이었다. 입사 초 수다스러울 정도로 조직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도화가 어느 순간 자기 앞에서 더이상 직장 얘길 꺼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이수는 모든 걸 정리하고 노량진을 떠났다. (99)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누군가 찾아온대도 안개에 가려 결코 못 알아볼 것 같은 밤. 수백 명이 왕왕거리는 횟집에서, 모두 소리 높여 떠드는 가운데 아무 말도 않는 사람은 이수와 도화 둘뿐이었다. (116)
김애란, 바깥은 여름 - 건너편 중
손바닥에 땀을 닦고 악수를 건네자, 세상에서 제일 작은 부족의 인사법을 존중하듯, 웃으며 따라 한 북쪽 여자. 웃을 땐 하얗게 웃고 죽을 땐 까맣게 죽어간 여자.
김애란, <비행운>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