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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호 Jun 11. 2023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Can People Change?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1. 아주 오래전, 팀 구성원들의 연말 평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상사와 토론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인이었던 내 상사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2.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는 '사람은 변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생물학적 기질과 성격 그리고 타고난 성향은 잘 변하지 않는다. 제 버릇 남 못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지 않나? 


3. 그럼 사람의 어떤 부분이 변할 수 있을까? 흔한 표현으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업무나 직책을 맡으면 그만큼의 책임감과 중압감으로 그에 맞게 성장하고 결국엔 그 자리에 부합하는 인물로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4. 우리는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에서 요구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즉 ‘나와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맞춘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사람들은 변한다고 볼 수 있다.


5. 이에 대해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페르소나(Persona)'로 잘 설명하고 있다. 개인 안에는 천 개의 페르소나가 있어서 상황에 따라 다른 페르소나를 사용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매우 엄격하고 무서운 분이 집에서는 다정하게 행동한다던지 혹은 회사에서 말이 없이 조용히만 지내던 사람이 술만 마시면 평소와는 다르게 과격해지는 등의 평소와 다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6. 사실 페르소나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회사 혹은 사회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 개발된 가면과도 같다. 상황과 역할에 맞게 일종의 유니폼을 갈아입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7. 그런데 페르소나에 너무 몰입하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융은 이를 '그림자(shadow)' 즉 페르소나로 인해 억압된 다른 자아라고 설명한다. 오래되고 강력할수록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페르소나만 남게 된다.


8. 회사에서 내가 유능한 척, 사교적인 척, 성실한 척, 착한 척하다 보면 나중에 하기 싫은 상황에서도 억지로 연기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워지고 자신을 잃어버린 게 된다. 페르소나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하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9. 만약 자신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거나 스스로가 변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면, 자신의 변하지 않는 성향과 기질을 먼저 잘 이해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힘을 좀 빼고, 그 과정에서 솔직한 나 자신의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주도록 노력해야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10. 이를 통해 내가 어떤 페르소나를 활용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상황과 맥락에 맞게 적절히 골라 쓸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면 '나 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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