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유년기

by YooTube

"영화... 좋아하세요?"

"네! 정말 좋아합니다!"


영화는 언제나 꿈이었다. 책이나 영화를 본 건 늘 기록을 해두는데, 과거 기록을 보면 한참 많이 볼 때는 연 100편 이상도 볼 정도였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영화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감독은 예술의 영역이기에 내가 안 될 것 같아서 대신 배급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좋은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며 스스로에게 되뇌곤 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당연히 영화 배급 회사에 지원을 했고(영화 전공 우대 같은 조건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결국 포털로 오긴 했지만 그래도 늘 마음 한편엔 영화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영화 다운로드 사업을 새로 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나 역시 그곳에 참여하게 되었다. 늘 꿈꿔오던 영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를 일로 한다는 것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었다.


내게 꿈의 산업이었던 영화


영화 다운로드 사업은 영화 배급과 비슷하다. 다만 그 장소가 온라인이고, 많은 영화를 한꺼번에 다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차이일 뿐. 수많은 영화 파일을 받고, 그것들을 올리기 전에 혹시 문제 되는 내용은 없을지 빠른 감기로 다 돌려보고, 판매 가격을 입력하고, 그 외 서비스 지원 등 정말 다양한 일을 해야 했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어려움도 문제가 되지 않기는커녕 현실은 많이 달랐다. 단순히 즐기던 입장에서 산업의 영역에 한 걸음 더 들어가게 되면 알게 되는 많은 비합리적인 것들, 여전히 강했던 불법 다운로드의 벽, 가끔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무지막지하게 마시던 술(술을 정말 많이 마시더라), 야한 영화만 압도적으로 많이 팔려서 허탈했던 일 등 예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거기에 더해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검수를 위해 빨리 감기로 넘겨야만 했던 사소한 안타까움까지. 현실은 달랐다.


물론 재미있거나 기뻤던 일도 많았다.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는 건 확실히 열정이 마구 샘솟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 재미와 기쁨이 이전에 했던 검색광고 관련된 일보다 현저히 컸는가?라고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었다. 오픈의 기쁨, 성과가 났을 때의 성취감, 개선사항을 발견하고 그걸 해나갈 때의 보람. 이런 건 사실 어떤 일을 하든지 다 있다. 그건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영화 다운로드로 돈을 번 것보다, 검색광고로 일 1억 이상 벌었을 때가 더 뿌듯하기도 했다.


비슷한 경험을 대학 때도 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말 열심히 즐겼던 Football manager(처음엔 Championship manager였는데 이름이 바뀌었다) 한국판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을 때의 설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수많은 지루함과 오히려 게임이 재미 없어졌던 경험.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다시 그런 것을 기대했던 것 같다.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인가. 같은 실수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영화를 좋아하는가?"
그렇다. 그건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 보는 것 말고, 영화 산업을 좋아하는가?"
...


정답은 거기에 있었다. 대부분 좋아하는 것은 그 대상 자체에 그친다.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통되고 등의 뒷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로 하게 된다는 것은 바로 뒷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건 그전에 경험해본 적이 없었던 영역이고, 영화의 그 영역은 결코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성과가 나는 게 좋다. 그 일이 내가 내가 생각하는 세계평화를 해치지 않는 이상 뭐든 좋았다. 성과가 나야 그것이 내 경험도 되고, 내 포트폴리오도 돼서 결국 내 가치를 올릴 수 있게 되니까. 나는 성과가 나는 일, 내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건 영화보다는 오히려 검색광고가 더 맞았다. 아니, 검색광고가 아니라 다른 것이어도 괜찮을 거다.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흔히들 꿈은 직업의 형태로 나타난다. 대통령, 변호사, 연예인, 의사 등등. 그런데 그 직업을 얻으면 꿈은 끝나는 건가? 살다 보면 꿈은 그런 직업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가 아니라 내가 꾸준히 추구하는 가치와 모습이더라. 내가 일로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회사원으로서 내 가치를 올려줄 수 있도록 성과가 나는 일(그러면서 세계평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걸 깨달았을 때 아마도 내 회사 생활의 유년기는 이미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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