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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현기 Jun 04. 2021

선물

  빨간 별 리본이 장식 작은 상자를 열 때면 심장에선 큰 북소리가 난다. 특별한 날 받는 선물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그래서 선물은 마음으로 주고 마음으로 받는다고 했나 보다.

  도심에서 자란 나는 초등학교는 걸어서 다녔고, 중학교는 토큰으로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로 대 여섯 정류장 정도이니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걸어서 다니기에는 조금 애매한 거리다. 중학교 입학 첫 생일날.

아버지께서 일 선물로 주신 학생용 자전거. 당시는 짐 자전거, 어른용, 학생용 뭐 대충 이렇게 분류해서 제품이 나온 듯하다. 생전 가장 고가의 선물을 받았날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한쪽이 울렁거린다. 기쁨이 과하면 토할 듯 우렁 거림이 생긴다는 걸 처음 느꼈다.

  사회생활 첫 시작은 포항에서였다. P철강 회사 큰 회사였다. 큰 조직 안에는 많은 직원이  근무한다. 회사에선 직원 복지 측면에서 생일날 받고 싶은 선물을 연초에 지정해 두었다가 자신의 생일을 맞이하는 당월에 그 선물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선물은 대개 싸지는 않은 그렇다고 크게 비싸지도 않았지만 전자 제품류가 많았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괜찮은 정도의 선물이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에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선물들은 당연히 받을 권리를 행사하는 그런 느낌(?) 한마디로 영혼이 빠진 선물이었다. 신경을 써 준 회사에는 죄송하지만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회생활이 조금씩 몸에 익어 갈 즈음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젊은 청춘의 가슴 한쪽 뻥 뚫버릴 정도의 첫사랑이었다.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연애 과정을 세밀하게 기록한 일기장과 둘의 진들을 까만 실크 겉 표지가 촉감으로 좋았던 스크랩북을 선물로 받았다.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 선물 중에 하나이다. 아쉽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현재 포항 근교에서 작은 학원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풍문으로 들다.

  직장 생활을 접고 자영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지다. 사업은 큰 성장은 아니지만 내실 있게 잘 운영되고 있다. 바쁜 시기도 지나고 조금의 여유가 생면서 불현듯 가슴 한 귀퉁이에  문에 대한 꿈을 품게 었다. 문학에 대한 목마름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인문학 관련의 독서에 한참을 몰입하였다. 이어 글쓰기 공부에 빠져들었고 어느덧 많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들 속에서 꿈이 커가고 있었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꿈을 잃지 마라. 꿈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선물로 주어진다."라고 말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맺은 글쓰기.

  세상에는 선물들이 참 많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선물, 마음으로 전하는 선물, 그리고 어떤 이는 문학을 선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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