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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Dec 12. 2023

제가 동안이라고요? 제 나이를 아세요?








 "동안이시네요.", "젊어 보이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어떠신가요? 듣는 입장이라면 "우와 나 관리 잘했나 봐." 어떤 사람들은 조금 우쭐할 수도 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성숙해 보인다거나 삶에 연륜이 묻어난다 뭐 그런 말보다는, 빈말이어도 어려 보인다는 말이 훨씬 듣기 좋잖아요. 어려 보인다는 말은 말의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예쁘다', '잘생겼다'라는 이 일부 포함되어 쓰이고 있으니까요.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말이지만요.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얼굴이 조막만 하다는 말이 칭찬이지만 외국에서는 욕이라는 거요. 외국에서 머리가 작다는 말이 멍청하다는 뜻으로 쓰인다고 해요. 이렇게 말의 뜻이 상황에 따라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면, 어쩌면 어느 나라에서는 젊어 보인다는 말도 안 좋은 의미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요?이 없다거나 뭐 그런 의미로요.



 오늘 티브이 프로그램(리얼 다큐)을 보는데 어떤 패널이 출연자에게 젊게 산다는 말을 하는데, "아! 저건 욕인가?"라는 생각이 순간 들더라고요. 왜냐면 그 장면을 보면서 출연자가 철이 없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거든요. 그 패널의 말도 아마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말은 같은 말인데 억양에 따라 의미가 반대가 되기도 하잖아요. 예를 들어 "잘한다."라는 말처럼요. 여담인데요. 사실 말이 아닌 글로 '잘한다'라는 말을 본래의 의미가 아니라 왜곡해서 쓰려면 얼마나 많은 설명이 필요하겠어요. 누군가와 소통하려면 글보다는 말이 효과적인 것 같아요. 글로는 표현에 한계가 있어서 오해하는 일이 자주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만난 어느 작가님께 제가 "젊게 사시네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 작가님은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흐뭇한 표정으로 저에게 "너도 예뻐."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분은 저보다 나이는 많으시지만, 저처럼 음흉하지 않고 아주 해맑으신 분이었어요. 저는 해맑으신 분들을 다소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분과의 연락은 잠정적으로 끊은 상태지만요. 언젠가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사과하고 싶어요. 사실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그때 젊게 사시네요라고 말한 게 사실은 칭찬이 아니라 비아냥 거린 거였어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에요.



 저는 누가 칭찬을 하면 의심부터 하는 경향이 있어요. 세상에 여러 문화권이 있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의 생각과 말투는 천차만별이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요. 음...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듣다보니 정말 동안인가 착각해서, 앞으로 만 나이로 말하려니까 조금 쑥스러운 것 같아서요. 그래도 바뀐 법에 따라 올해는 예전처럼 한국나이로 말했지만 내년부터는 진짜로 만 나이로 말하려고요. 몸도 마음도 동안으로 살면 좋잖아요.



 사실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요. 정말 제가 경험한 일인데요. 젠가 처음 만난 두 분에 관한 이야기예요. 한 분은 저한테 "되게 동안이시네요."라고 말하셨고요, 다른 분은 제게 "생각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시네요."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근데 저는 그분께 제 나이를 말한 적이 없요. 나이를 모르는데 동안인지 노안인지 어떻게 판단하느냐 말이에요. 그래서 혹시 제가 철이 없어 보였는지, 또는 건방져 보였는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마 제게 동안이라 말씀하신 분은 저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것 같고, 생각보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말씀하신 분은 제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거겠죠.



 젊게 사시네요. 젊어 보이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어떠세요? 기분이 좋으신가요? 사실 그 말은 타인을 평가하는 말이에요. 전혀 할 필요가 없는 말이. 타인에게 예쁜 말, 힘이 되는 말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속으로 생각하는 거요.  좋은 건 평가하지 않는 것이고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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