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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느네 Oct 27. 2024

결혼생활

승호와 윤아는 이번에 결혼한 효진이네 집들이에 참석했습니다. 집들이가 끝난 후 두 사람은 그 집을 나섰습니다.     


승호: 효진이네 부부가 결혼 준비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들으니, 결혼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윤아: 준비할 게 생각보다 많더라고.

승호: 집을 마련하고, 경제력과 건강을 갖추고, 생활력과 매너, 사랑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어.

윤아: 근데 그걸 다 갖춰야만 결혼할 수 있다면, 결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걸?

승호: 그렇겠지. 돈이나 건강이나 생활력, 매너는 때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 살면서 항상 상황이 좋을 수만은 없으니까. 그나마 부자가 아니라도, 몸과 마음에 아픈 곳이 있는 사람이라도, 생활력이나 매너가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건 사랑뿐이네.

윤아: 하긴, 사랑이 그중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긴 해.

승호: 사랑이 제일 쉬워 보이긴 해도 가장 중요한 거야. 돈이나 건강은 은행이나 병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생활력이나 매너도 책이나 상담으로 배울 수 있지만, 그러나 사랑은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 딱히 없어.

윤아: 두 사람의 사랑은 두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해. 

승호: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윤아: 그냥 느낌으로 아는 거 아닐까?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승호: 사랑은 믿어 주는 것, 걱정해 주는 것, 보살펴 주는 것, 책임져 주는 것, 무언가 해 주고 싶은 것 등등 여러 가지 행동이 있다고 생각해. 게다가 연인 사이, 부모 자녀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각각 느낌은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잖아. 

윤아: 그러니까 여러 가지 행동을 사랑이라 부르고 여러 가지 느낌도 사랑이라고 부른다는 거지?

승호: 맞아.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사랑’이라는 같은 단어를 쓰는 걸 보면, 무언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윤아: 믿어 주는, 걱정해 주는, 보살펴 주는... 아! 무언가를 ‘주는’이라는 표현이 다 들어있네. 서로가 상대방에게 좋은 것을 줘야 사랑인가 봐. 연인의 사랑이나 부모자녀의 사랑도 느낌은 다르지만 상대방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것은 비슷하고.

승호: 그렇지.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중요하지. 《사랑의 기술》이란 책에도 쓰여 있던데. 

윤아: 나는 특히 ‘믿어주기’와 ‘걱정해 주기’가 좋아. 서로의 사랑을 직접 확인하기에도 도움이 되고.

승호: 상대를 믿어주고 걱정해 주면,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지. 반대로 상대가 나를 그렇게 대해 주면 그 사람의 사랑을 느낄 수 있고.

윤아: 사랑은 막연한 마음이나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는 확인할 수 있는 거였네. 결혼하기 전에 서로의 사랑만큼은 꼭 이렇게 확인할 필요가 있겠어.

승호: 갑자기 궁금한 게 있는데, 사람들은 결혼할 때 특별한 삶을 기대할까, 아니면 평범한 삶을 기대할까?

윤아: 예전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결혼하는 사람이 많겠지. 어렵게 결혼하는 만큼 인생이 더 좋아지길 바라는 거 아닐까?

승호: 네 말도 맞아. 하지만 평범한 삶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윤아: 사람마다 다르겠지. 그런데 왜 그런 게 궁금해?

승호: 기대와 현실이 다르면 실망하기 쉽잖아. 많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어떤 결혼 생활을 기대해야 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여.

윤아: 만약 특별한 결혼 생활을 기대하면 어떨까?

승호: 멋진 배우자와의 특별한 결혼 생활, 부자 배우자와의 우아한 결혼은 상대방의 외모가 평범해지거나 돈이 줄어들면 더 이상 결혼 생활을 계속할 이유가 사라지지. 사업 때문에 결혼한 부부는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결혼 생활을 그만두기도 하고. 꽤나 위태로운 결혼생활이 될 것 같아. 

윤아: 그러면 평범한 결혼 생활을 기대하는 건?

승호: 부부가 남은 평생을 같이 살면서 하는 일은 대부분 평범한 ‘일상생활’이지. 부부의 일상생활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고 따분하게 느껴지면 부부에게 앞으로 남은 생활은 따분한 생활의 연속이 될 뿐이야. 아침에 일어나고, 밥 먹고, 이야기하고, 정리하고, 잠자는 평범한 결혼 생활을 같이 하는 것에 결혼의 가장 중요한 의미를 두어야겠지.

윤아: 특별하게 생활하고 특별한 일을 해내는 것을 결혼 생활의 목적으로 삼는다면 결혼 생활이 너무 힘들 거 같아.

승호: 자기 인생을 좀 더 특별하게 살려고 결혼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그 안에서 하는 일은 결국 일상생활이야. 결혼은 자기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자신 말고 누군가 더 있다는 것, 하찮은 이야기라도 서로 주고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거야.

윤아: 남은 평생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 자기 또한 상대방의 오랜 식사 상대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겠지?

승호: 문제는 이런 일상생활 안에 있는 소중함이 평범함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가족과 떨어지거나 헤어지면 그제야 그 소중함이 보인다는 게 문제고.

윤아: 그런데 일상을 항상 특별하게 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예를 들어 ‘부부가 함께 집안을 청소하니까 너무 좋다’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아. 

승호: 맞아. 그래서 일상을 특별하게 대하는 것보다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 ‘부부가 함께 집안을 청소하는 건 너무 지겨워’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결혼 생활을 지겹다고 생각하지만 않아도 꽤나 소중히 여긴다고 볼 수 있으니까. 

윤아: 음, 그렇구나. 그럼 이제부터 나는 너와 밥 먹는 걸 소중하게 생각하겠어.

승호: 뭐야, 예전에는 어떻게 생각했는데?

윤아: 말 안 해 줄 건데.          


결혼 일상생활의 중요함을 알지 못하면 고생만 하고 즐거움이 없는 결혼 생활을 하게 됩니다. 자기 짝이 있어서 특별한 일상이 오히려 짝이 있어서 괴로운 일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만만 쌓여 가는 결혼 생활은 후회만 남은 이별이 됩니다. 결혼생활의 목적을 폼 나고 우아하게 사는 것으로 정하면 평범한 결혼 일상생활에 의미를 두기 어렵습니다. 멋들어진 결혼 생활을 하려면 부부 중 한 명이 상대방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결혼 생활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 가정은 희생하는 쪽이 버티지 못할 때 결혼 생활이 바로 끝납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기에 어떤 가정이라도 결국에는 가족이 서로 헤어집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더 가정 일상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사이좋은 가정을 이루고 지키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헤어지는 날이 올 때 자기와 함께 일상생활을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가족끼리 하길 바랍니다. 

좋은 친구 사이, 좋은 애인 사이, 좋은 가족 사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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