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 결혼

승호와 윤아는 친구 효진이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두 사람은 공원을 거닐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윤아: 자기야,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승호: 일단, 결혼하지 않는 건 범죄가 아니잖아. 게다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결혼은 의무도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니니까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윤아: 음,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야. 하지만 직장을 구하는 것은 개인의 의무도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니지만, 사람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잖아. 결혼도 그런 거 아닐까?

승호: 네 말은 결혼이 의무는 아니지만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는 거네? 하긴 스마트폰이 없다고 해서 사람이 살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시대에 생활하려면 꽤 필수니까.

윤아: 요즘 사람들 보면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잖아. 없으면 시대에 뒤처진 느낌도 들고. 결혼한 사람들도 보면 유명인 같은 특별한 사람만 결혼하는 게 아니라, 오늘 내 친구처럼 평범한 사람도 결혼하니까. 갑자기 친구에게 뒤처진 느낌이 드네.

승호: 만약 내 친구들 중에 나만 빼고 다 결혼한다면 무언가 잘못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네. 그런데 이런 이유 말고 결혼의 진정한 이유는 뭘까?

윤아: 글쎄, 외롭지 않으려고? 많은 사람이 하는 중요한 문화이니까? 서로 사랑하니까? 아이를 낳으려고? 가문을 잇기 위해서?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

승호: 틀린 말은 없네. 네가 말한 것들은 모두 결혼하는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기도 하고. 일부러 손해 보려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윤아: 그런데 결혼하면 손해도 있다고 하던데? 혼자 살 때는 자유롭게 생활하고 자기가 번 돈을 마음대로 쓰지만, 결혼하면 그렇게 살 수 없잖아. 서로 간섭하거나 간섭받기도 하고.

승호: 부모와 같이 살면서 부모의 결혼 생활을 봐 온 자녀라면 그런 손해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이걸 알면서도 결혼하는 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윤아: 결혼하면 서로 부부가 되고 한 집에서 같이 살잖아. 그걸 가정이라고 부르고. 그런데 사자 같은 동물도 사람처럼 가정을 이루고 새끼를 양육하는 거 알지? 사자가 본능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처럼 가정을 꾸리려는 본능이 사람의 결혼에 큰 이유가 되는 거 같아.

승호: 두 가지를 합쳐보면, 결혼하는 이유는 사람에게 부부로 살면서 이득을 얻으려는 이성과 어느 정도 손해가 있어도 가정을 이루려는 본능 때문이란 거네.

윤아: 사람은 본능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으니까, 결혼으로 인한 손해가 너무 크다고 느끼는 사람은 결혼을 일부러 피할 수도 있겠네.

승호: 개인적인 자유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나, 결혼 자체에 부담이 많은 사람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윤아: 그러고 보니, 이득을 얻으려는 것과 손해를 받아들이는 것, 이 두 가지 반대되는 특징이 결혼하는 이유에 들어 있구나. 정말 특이해.

승호: 그 말인즉슨, 애인이 있어도 자신이 결혼으로 인한 손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으면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네.

윤아: 자신의 자유와 이득 위주로 생활할수록 두 사람의 결혼이 어렵고, 결혼하더라도 가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거야. 반대로, 결혼으로 만들어질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기 손해를 감당할 수 있어야 결혼이 가능하고, 결혼 후에도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을 거고.

승호: 난 그냥 두 사람이 결혼식 올리고 같이 살면 되는 것이 결혼인 줄 알았는데, 생각할 거리가 꽤 많네. 결국 결혼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려는 두 사람이 가정을 만들고 지키는 일인 거 같아.

윤아: 가정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결혼한다고 하면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아? 마치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승호: 너네 부모님을 한 번 생각해 봐. 책임감을 가지고 가정생활을 하고 계시지?

윤아: 그렇지.

승호: 그런데 가정에서 부모가 무거운 책임감만 가지고 살진 않잖아. 즐거움도 안정감도 느끼면서 살잖아.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하는 것도 결혼의 중요한 이유지만, 가정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돼야 한다는 말이야.

윤아: 두 사람의 행복을 결혼의 주된 이유로 두면, 결혼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면 행복하지 않아서 결혼을 후회하게 되겠네. ‘가정을 만들고 지킨다’라는 이유로 결혼해야 결혼 생활에 어려움이 생겨도 함께 힘을 모아 이겨낼 수 있는 거고.

승호: 흔히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 자기희생이 강한 사람만 결혼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 

윤아: 왜?

승호: 내 아버지가 나보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 “아빠는 너보다 나이만 더 많을 뿐, 따지고 보면 너와 별 차이 없다, 같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냉장고에 내 몫으로 남겨둔 피자 건들지 마라”

윤아: 우스개 소리처럼 들리면서도 일리가 있네. 너네 부모님이나 우리 부모님이나 처음부터 결혼생활 능숙했겠어? 서로 돌보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까 점점 적응해서 생활하는 거겠지. 나 고등학교 시절에 집에서 떠나 기숙사 생활하면서 처음에는 집 떠난 생활이 정말로 막막했는데. 살다 보니까 알아서 잘 살고 있던데? 빨래든 청소든 하다 보니까 되더라고.

승호: 결혼이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윤아: 혼자 산다고 돈이든 자유든 무한정 넉넉해지는 것도 아니고. 결혼해서 오히려 더 잘될 수도 있는 거고. 사람마다 어떻게 될지 몰라. 

승호: 해보고 후회하는 것과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 중에선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후회스럽단 거네?

윤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해보고 후회하는 게 조금 더 나을 거 같아. 호기심이 좀 있는 편에서. 

승호: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단 거야, 안 하고 싶단 거야?

윤아: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참 눈치가 없구나. 쓸데없이 가르치는 말은 잘하면서. 

승희: 쓸데 있거든?

윤아: 글쎄, 아는 남자가 결혼하자고 말하면 그때 생각해 보려고.

승호: 뭐야! 그 사람 누군데?

윤아: 정말 밉다.     

결혼 생활이 부담스럽거나 여건이 되지 않아 결혼하지 않는 비혼을 결심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며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비혼을 결심한 사람이라도 가정을 꾸리려는 사람의 본능이 남아있기에, 그런 본능을 이겨낼 만한 특별한 인생 목표나 철저한 자기 생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 결정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편입니다. 젊은 시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아름다움 같은 매력이 굉장히 강하고, 남성은 여성에게 쉽게 끌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0대 중반 이후로 여성은 임신이 어려워지는 신체 변화를 강제로 겪고 매력이 조금씩 떨어지기에 시간제한이라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큰 변화는 없지만 결혼 상대와 적절히 나이를 맞춰야 하기에 여성과 비슷한 시간제한이 있는 편입니다. 결혼에 소망이 있는 사람은 이런 특징을 고려하여 자신의 결혼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길 바랍니다. 

결혼을 하면 결혼 생활이 시작됩니다. 어떻게 해야 결혼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