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도전,
전체주의와 자유의 위기

'자유로 본 시민 교양론 - 제2장-2'

by 박대석

[표지: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히틀러의 나치즘을 연상하는 이미지]


제2장-2: 20세기의 도전, 전체주의와 자유의 위기

자유주의의 시험대, 20세기


20세기 전반은 자유주의에게 시험의 시대였습니다. 두 차례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을 겪으면서 자유주의적 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렸다. 파시즘과 공산주의라는 전체주의가 등장하면서 자유의 미래가 암울해 보였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자유주의는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산업혁명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고, 민주주의는 정치적 자유를 확산시켰으며, 과학기술은 인간의 가능성을 무한히 넓혀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이런 낙관론은 산산조각 났다.


전쟁의 참혹함은 인간 이성에 대한 계몽주의적 신뢰를 무너뜨렸다. 가장 '문명화된' 유럽에서 수천만 명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사람들은 과연 인간이 이성적 존재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자유방임 자본주의도 1929년 대공황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전체주의의 유혹과 위험

LESaKpchrantKRP50wjQq.png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마르크스의 자유를 위해 자유를 포기하라는 역설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

파시즘의 등장 - 감정에 호소하는 정치


이런 혼란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치 운동이 등장했다. 히틀러의 나치즘과 무솔리니의 파시즘이다. 이들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개인보다는 집단에, 토론보다는 선동에 호소했다.


파시즘의 위험성은 단순히 독재에 있지 않았다. 전통적인 독재자들은 적어도 자신이 독재자라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의회 민주주의를 '부패한 정치인들의 쇼'라고 비난하며, 자신들만이 '인민의 진정한 의지'를 대변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복잡한 정치적 토론과 타협 대신, 명확하고 단순한 해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위대하다', '외부의 적들이 우리를 방해한다', '강력한 지도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다' - 이런 메시지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공산주의의 모순 - 자유를 위해 자유를 포기하라


한편 소련의 공산주의는 다른 방식으로 자유주의에 도전했다. 마르크스의 원래 이상은 분명히 자유로운 사회였다. 그가 꿈꾼 공산주의 사회는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물고기를 잡고, 저녁에는 목축을 하고, 식후에는 비평을 할 수 있되, 사냥꾼이나 어부나 목부나 비평가가 되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자유의 세계였다.


하지만 현실의 공산주의는 전혀 달랐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은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되었다. "자유를 위해서는 먼저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역설적 논리로 모든 억압을 정당화했다. 혁명의 적들을 제거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수단과 목적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나쁜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유를 억압할 수 있을까? 역사는 이런 논리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위기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자유주의 이론들


롤스의 정의론 - 공정한 사회의 청사진


이런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자유주의 이론들이 등장했다. 존 롤스는 "무지의 베일" 사고실험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자신이 태어날 사회적 지위를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 제도를 설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천재적인 사고실험이었다. 자신이 부자가 될지 가난한 사람이 될지, 건강할지 병들지, 똑똑할지 어리석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회 규칙을 정한다면, 당연히 최악의 경우를 대비할 것이다. 롤스의 답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자유와 평등의 대립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기본적 자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하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의 상황을 개선할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에크의 자생적 질서 - 시장의 지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였던 그는 나치와 공산주의를 모두 경험하며, 계획경제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가 본 진짜 위험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었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모여 만드는 "자생적 질서"야말로 진정한 번영을 가져온다. 중앙의 계획자가 아무리 똑똑해도 수백만 사람의 분산된 지식과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시장경제가야말로 이런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최선의 체제라는 것이었다.


하이에크의 통찰은 "지식의 문제"에 있었다. 어떤 개인이나 기관도 완전한 정보를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그의 답은 가격 메커니즘이었다. 가격은 수많은 사람들의 선호와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하는 신호 체계라는 것이었다.


센의 역량 접근법 - 실질적 자유의 추구


아마르티아 센은 21세기 문턱에서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단순히 법적으로 자유가 보장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그의 "실질적 자유" 개념은 혁신적이었다.


센이 제시한 예는 명쾌했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살 자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있는 자유일까? 돈이 없어서 실제로는 음식을 살 수 없다면, 그 자유는 공허한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실제로 그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능력(capability)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유 개념의 중요한 확장이었다. 형식적 자유에서 실질적 자유로, 기회의 평등에서 결과의 형평성으로 관심이 이동한 것이다. 교육, 의료, 주거 등 기본적 역량을 보장하는 것이 자유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다.


헤겔과 마르크스 - 역사 속에서 실현되는 자유

2AeOOTEpl_ht-0syUqsVs.png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헤겔과 마르크스 대담 모습 이미지

헤겔의 역사철학 - 자유 의식의 진보


헤겔은 18-19세기 전환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자유는 과연 무엇을 향해 발전하고 있는가? 그의 답은 "세계사는 자유 의식의 진보"라는 웅장한 비전이었다.


헤겔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한 사람(황제)만이 자유롭다고 알았고, 그리스·로마에서는 일부(시민)만이 자유롭다고 알았으며, 게르만 민족에 이르러서야 모든 인간이 자유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서구 중심주의가 아니라, 인류의 자유 의식이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온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헤겔의 "주인-노예 변증법"은 자유의 역설을 탐구한 걸작이었다. 처음에는 주인이 자유롭고 노예가 부자유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한 자유는 오히려 노예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노예는 노동을 통해 자연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주인보다 더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적 관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배하는 자는 피지배자에게 의존하게 되고, 오히려 피지배자가 독립적 능력을 기르면서 진정한 해방에 이른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전환 - 물질적 자유의 추구


마르크스는 헤겔의 관념론적 자유를 물질적 차원으로 전환시켰다. 그가 본 19세기의 핵심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 수밖에 없는 "임금 노예"라고 진단했다.


마르크스가 그린 공산주의 사회의 모습은 완전한 자유의 비전이었다. 분업으로 인한 인간 소외에서 벗어나 전인적 자유를 실현하는 사회였다. 하지만 20세기 사회주의 실험의 결과는 마르크스의 이상과 달랐다.


소련, 중국, 북한 등에서 전개된 현실 사회주의는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억압하는 전체주의 체제로 변질되었다. 이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자유는 단순히 경제적 조건만으로는 보장될 수 없다. 정치적 자유, 시민적 자유, 문화적 자유가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21세기의 새로운 도전들


기술과 자유의 딜레마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마주한 자유의 과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인터넷과 SNS는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했지만, 동시에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선택의 자유를 확장했지만,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과 판단을 조작할 위험도 커졌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알고리즘이 계산해 낸 결과일 수도 있다.


팬데믹과 자유의 제약과 기후변화와 세대 간 정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유와 안전 사이의 긴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동의 자유, 집회의 자유, 영업의 자유가 공중보건이라는 명목으로 광범위하게 제한되었다. 이런 제한이 과연 정당했을까? 어디까지가 필요한 조치이고 어디서부터가 과도한 통제일까?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도전 앞에서, 현재 세대의 자유가 미래 세대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딜레마도 생겨났다. 플라스틱 사용의 자유, 항공 여행의 자유, 에너지 소비의 자유 - 이 모든 것들이 지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충돌한다. 이제 자유는 시간을 초월한 세대 간 정의의 문제가 되었다. 현재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미래 세대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전히 배회하는 전체주의의 유령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전체주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일당독재는 경제발전과 함께 더욱 정교해진 감시체계로 무장하고 있다. 사회신용시스템, 안면인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의 모든 행동을 추적하고 통제한다.


러시아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외피 아래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선거는 있지만 진정한 경쟁은 없고, 언론은 있지만 진실한 보도는 제약받는다. 북한은 3대 세습이라는 봉건적 독재를 70년 넘게 지속하며 한반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권위주의 체제는 과거와 달리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 직접적인 무력 침공보다는 사이버 공격, 정보 조작, 경제적 압박, 내부 분열 조장 등의 방법을 동원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개방성과 다원성을 역이용하여 내부로부터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자유의 미래를 위한 과제

필자 작성

이런 도전들 앞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자유는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한 번 얻은 자유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매 세대가 새롭게 자유의 의미를 정의하고 실현해나가야 한다.


둘째, 자유는 다차원적이다. 정치적 자유, 경제적 자유, 문화적 자유, 기술적 자유가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 영역에서의 자유가 다른 영역에서의 억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셋째, 자유는 개인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다. 나 혼자만의 자유는 불완전하다. 모든 사람이 자유로울 때 진정한 자유 사회가 가능하다.


20세기의 경험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동시에 얼마나 취약한 가치인지를 보여주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맞서야 한다. 자유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에게 새로운 장을 써나갈 책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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