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공정한 선거와
삼권분립으로 실현

'자유로 본 시민 교양론 - 제3장-1'

by 박대석

[표지사진: 필자가 감마로 생성]


제3장-1: 자유민주주의, 공정한 선거와 삼권분립으로 실현

자유민주주의의 기초와 제도적 장치


자유는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제도를 통해 현실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살아있는 가치다.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그런 제도적 장치들의 집합체다. 공정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주권을 실현하고, 삼권분립을 통해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자유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기원: 아테네에서 현대까지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아고라에서 벌어진 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실험 중 하나였다. 당시까지 권력은 신의 뜻을 받는다는 왕이나 혈통이 우월하다는 귀족들의 독점물이었다. 하지만 아테네 시민들은 "우리가 직접 결정하자"라고 선언했다.


물론 아테네 민주주의는 한계가 있었다. 여성, 노예, 외국인은 배제되었고, 오직 성년 남성 자유민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제한된 범위 안에서라도 시민들이 직접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하는 체계를 만들어낸 것은 혁명적이었다.


현대 자유민주주의는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를 넘어 대의민주주의로 발전했다. 모든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할 수 없는 대규모 국가에서는 대표를 선출해서 그들이 대신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 원리는 동일하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국민이 궁극적인 주권자라는 것이다.


삼권분립 - 권력을 나누어 자유를 지키다

KkScTHXbQ6Fz6uAzcBxXZ.png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몽테스키외의 통찰과 견제균형의 원리를 나타내는 이미지

몽테스키외의 통찰과 견제균형의 원리


몽테스키외는 "권력은 권력을 견제한다"는 명제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를 제시했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라도 절대적 권력을 갖게 되면 부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삼권분립의 기본 구조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정교한 시스템이다. 마치 가위바위보 게임처럼 어느 하나도 다른 둘을 완전히 압도할 수 없도록 설계한 것이다.


미국의 건국자들은 이런 삼권분립 원리를 헌법에 정교하게 구현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의회의 탄핵권, 대법원의 위헌심사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 기관도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 제임스 매디슨의 표현처럼 "야심으로 야심을 견제하는" 구조를 통해 개인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입법부의 역할과 한계


입법부는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서 국가의 기본 규칙을 정하는 곳이다. 하지만 입법부의 권한도 무제한은 아니다. 헌법의 한계 안에서, 그리고 사법부의 위헌 심사를 받으면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입법부에서 한 정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시되고 야당의 의견이 배제된 채 일방적인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다수의 폭정"이라는 민주주의의 고전적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승자독식 구조에서는 51%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100%의 권력을 갖게 된다. 49%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되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구 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선거 결과를 왜곡할 수도 있다.


행정부의 기능과 견제 필요성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는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일상적인 국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행정부도 입법부가 만든 법과 예산의 범위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중심제의 특성상 행정부의 권한이 상당히 강하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서 행정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출석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어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요성


한국의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한을 갖는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립적 입장에서 판단을 내리고, 위헌적인 법이나 행정행위를 무효화할 수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법관들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법관 임명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거나, 예산이나 인사를 통해 압력을 가하는 경우가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공정한 선거 - 자유민주주의의 생명선

박대석 작성

선거제도의 다양성과 특징


공정한 선거는 자유민주주의의 생명선이다.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며 언제든지 검증 가능해야만 국민주권이 실현되고 자유가 보장된다. 선거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많은 선진국은 여전히 수작업과 검증 가능한 방식을 고수한다. 이는 전산화나 데이터화가 지닌 조작 용이성과 검증의 어려움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은 2009년 연방 헌법재판소에서 전자투표기의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전면 수개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투표지를 직접 분류하고 집계하는 과정을 통해 유권자와 참관인이 개표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대만 역시 2004년 총통 선거 재검표 논란 이후, 종이 투표용지에 의한 수개표 방식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개표 과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유권자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외에도 캐나다는 대부분의 선거에서 수작업 개표를 진행하며, 프랑스 또한 2007년부터 전자투표기 도입을 중단하고 수개표를 기본으로 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기술적 편리함보다는 절차적 투명성과 시민의 직접적인 검증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선택은 전산 시스템이 아무리 견고하게 설계되어도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소수에 의해 조작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한 번 조작된 데이터는 그 흔적을 찾거나 원상 복구하기 매우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소프트웨어 코드의 복잡성, 해킹 위험, 그리고 시스템 오류 가능성 등은 전자 투표 방식이 야기할 수 있는 신뢰성 문제를 항상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는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정부 구성에 유리하지만, 사표가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의회에 반영할 수 있지만 정국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게리맨더링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선거구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이 관행은 민주주의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형식적으로는 선거를 실시하지만 그 결과가 미리 정해져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점 -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3 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대 모습/ 위키피디아

한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의 출발점은 바로 1960년 3월 15일 자유당 정권이 자행한 부정선거였다. 이승만 정권과 자유당은 내무부 조직, 정치깡패, 외곽단체 등을 동원해 총체적인 대규모 선거 부정행위를 기획했다.


당시 부정선거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자유당은 선거자금 목표를 50억 환으로 책정하고 실제로는 70억 환을 모금했으며, 사전투표, 공개투표, 개표조작 등 준비한 부정선거를 서슴없이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총 투표자 1,000여만 명 중 이승만이 960여만 명으로 88.7% 득표, 이기붕이 830여만 명으로 79%를 득표한 것으로 조작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런 노골적인 부정선거를 용납하지 않았다. 3월 15일 저녁 마산에서 시작된 부정선거 규탄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4월 19일 "부정선거 다시 하라! 독재정권 물러가라!"를 외치는 10만 명 이상의 시위대가 거리를 메웠다.


결국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발표했고, 한국 역사상 최초로 민중 저항에 의해 정권이 바뀌는 거대한 역사적 전환이 일어났다. 이는 부정선거로 탄생한 권력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리고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4·19 혁명은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모든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


현대 선거의 새로운 도전 - 전산화와 투명성


그런데 한국에서 현대에 들어와서는 새로운 형태의 선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전산화와 디지털화로 인한 조작 가능성이다.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선거관리는 분명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취약점도 만들어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선거인 명부의 관리 방식이다. 과거에는 종이로 된 선거인 명부가 있어서 언제든지 실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정보가 서버상에만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사전투표 과정에서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 모든 선거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특히 전산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보안 체계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중앙공천제의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


반민주적 중앙공천제의 폐해


한국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중앙공천제다. 이 제도는 겉으로는 정당의 통일성과 효율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반민주적 제도다.


한국의 정당들은 대부분 중앙당에서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중앙공천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공천제 하에서 지역 주민들은 정당이 일방적으로 지명한 후보들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아무리 지역을 잘 아는 유능한 인재가 있어도, 중앙당의 승인 없이는 후보가 될 수 없다. 이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를 무너뜨린다.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돈의 문제다. 결과적으로 "1인 1표"의 평등한 민주주의가 "1원 1표"의 경제 논리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오픈 프라이머리 - 진정한 국민주권의 실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오픈 프라이머리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정당의 후보를 일반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핵심은 참여의 개방성이다.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후보가 될 수 있다. 선거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며, 그 결과가 실제 공천에 구속력을 갖는다.


이 제도의 장점은 명확하다. 첫째, 주민들이 직접 후보를 고를 수 있어 진정한 국민주권이 실현된다. 둘째, 정치인들이 당 대표가 아닌 주민들을 향해 정치활동을 하게 된다. 셋째, 다양한 사람들이 도전할 기회가 생겨 정치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넷째, 정치의 질이 올라가고 자유민주주의가 성숙해진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국민이 주인'이라는 원칙을 실제로 구현하는 제도적 혁신이다.


건전한 정치문화의 조성


제도 개선과 함께 정치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지역주의, 학연, 혈연 등 전근대적 요소가 강하다. 또한 정책보다는 인물, 이념보다는 감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건전한 자유민주주의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 중심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성격이나 과거사보다는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으로 평가받는 정치 말이다. 또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인격적으로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관용과 타협의 문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투표율과 정치참여도 중요한 변수다. 특히 젊은 세대의 낮은 투표율은 정치적 대표성을 왜곡시킨다.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불신을 갖게 되면, 결국 그들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이는 다시 정치적 소외감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자유민주주의의 지속을 위한 과제


결국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의 신뢰 위에 서 있다. 아무리 효율적인 선거제도를 만들어도 국민이 그 공정성을 의심한다면 자유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진다. 3·15 부정선거가 4·19 혁명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은 자유민주주의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불씨다.


자유민주주의의 기초와 제도적 장치들은 모두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인류가 수세기에 걸쳐 발전시켜 온 소중한 유산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악용될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경각심이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고 개선되어야 하는 진행형의 실험이다. 그리고 그 실험의 성공은 결국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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