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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어 Nov 13. 2020

대만 여행, 이제야 추억합니다 02

1년 지난 대만 여행기-2일차 기록, 첫 번째

가오슝. 치진섬


평소에 늦게 일어난다. 10시에 조식 먹으러 간 거면 충분히 일찍 일어난 거다.


솔직히 조식 안 먹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도 기왕 대만에서 조식은 먹어야 하지 않겠니, 일념 하나로 먹으러 갔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미려도 역 근처에 괜찮은 대만식 조식하는 곳이 있었다. 대만인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던지 내 앞에 두세 팀은 있었다. "这个 “ 밖에 못하는 나는 어떤 음식을 가리킬까 고민하던 중, 직원이 영어로 된 메뉴판을 줬다. 누가 봐도 관광객이었나 보다.


밀크티 좋아하는 나는 홍차니우나이랑 치즈딴삥을 시켰다. 3,000원대 치고는 맛있었다. 놀랍게도 합해서 삼천 원 정도다. 나는 달달한 밀크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라오지앙의 홍차니우나이는 고소했다. 치즈딴삥도 아침으로 때우기 적당했다.


치즈딴삥을 두 개 먹었어야 했다. 이렇게 고.생. 할 줄 알았더라면...




나는 치진섬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얼마 안 가면 배를 타는 곳이 있다. 내 앞쪽에 한국인 일행이 나와 같은 방향을 가는 듯했다. 분명 왼쪽으로 가야 배가 있는데 오른쪽으로 가길래 나는 꿋꿋이 왼쪽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빠꾸했다. 이게 복선이었다.


치진섬으로 가는 배에서 바라본 풍경은 너무나도 예뻤다. 날씨가 덥기는 해도 맑았다. 나는 2층에 탑승했는데 신기하게도 1층에는 오토바이 탄 사람들이 탑승한다. 오토바이 탄 사람들이 단체로 줄지어 1층에 타는 게 너무나도 낯선 풍경이라 신기했다. 대만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여기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야 좋다 했다. 나도 자전거를 빌리러 갔다. 자전거 대여점은 배에 내리자마자 줄지어있다. 나는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중년의 여자 사장님한테 가서 자전거를 빌렸다. 난 사실 자전거를 잘 못탄다. 예전에는 그래도 좀 탔는데 안 탄 사이에 겁이 좀 많아졌다. 본 건 있어 가지고 세발자전거를 빌리겠다고 했다. 보통은 전기 두발 자전거를 타지만, 나는 창고에 박혀있는 전기 세발자전거를 기어이 빌리고야 말았다. 사장님은 내게 운전법을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그 외에도 대여에 관해 설명해주셨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듣자, 사장님은 반납하러 오는 한국인에게 통역을 시켰다. 너무 자연스럽게 통역시켜서 한국인이 살짝 당황한 듯했다.


우여곡절 전기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와 바다 근처로 향했다. 약간 번잡한 상점들을 지나쳐야 했는데, 거대한 바퀴 두 개가 뒤에 붙어있어 내가 옆 오토바이들을 다 긁어버릴 기세였다. 도저히 이러다가 바다고 뭐고 오토바이 주인들에게 사과하러 다녀야 할 거 같아 도로 대여점을 향했다.


도무지 못 타겠다고 했다. 다른 걸 보겠다는 의미였는데, 사장님은 내가 돈을 환불할까 봐 대여점에서 일하는 아이를 데려가라 했다. 중학생쯤 되어 보였는데, 네가 데려가서 얘보고 사진 찍어달라 하라 했다. (물론 다 바디 랭귀지였다) 아이를 슬그머니 봤는데, 아이 표정은 '이게 뭔 일인가...' 싶은 표정이었다. 결국은 전기가 아닌 그냥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지금은 두발 자전거로 자전거 도로는 잘 다닌다. 인도는 좀 힘들지만... 난 아직도 왜 내가 그때 세발자전거를 고집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 '보조바퀴'와 헷갈리지 않았나 싶다.



치진섬이 예쁘기는 예뻤다. 날씨도 나쁘지 않았고, 사람도 적었다. 그런데 세발자전거가 되게 무거웠다. 뒤에 달린 바퀴가 거의 리어카 수준이었다. 회전할 때마다 고역이었다. 엉덩이 양쪽에 모래주머니 달고 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꿋꿋이 치진섬을 돌았다. 사진 스팟에서 사진도 꽤 많이 찍었다. 너무 힘을 빼서 '그만 가자'하고 도로 대여점을 향했다. 문제는 움푹 파인 곳에 바퀴가 빠져버린 것이다. 빠진 바퀴를 빼내면서 발 곳곳에 상처가 났다.



두어 번은 바퀴가 빠졌다. 그때마다 빼내야 했는데 진심 던져 버리고 싶었다. 던질 수도 없는 게, 빼내는 것조차 너무 무거워서 그럴 수 없었다. 몇몇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나를 지나쳤다. 솔직히 좀 서러웠다.


아, 도와주지 않아 서러운 건 아니었다. 자전거를 못타는 몸치라 조금 서러웠을 뿐.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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