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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사소한 습관들

꾸준함보다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

by 감정의 기록

꾸준함은 언제나 칭찬받는다.

성실한 사람은 결국, 인정받고 오래 살아남는다고도 한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나는 늘 묵묵히 걸었다.

조금 느려도, 조금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내 길을 갔다.

그 길에서 누군가는 내 노력과 성실함을 알아주었고,

내가 해낸 결과물은 가치 있었다.


그 모든 순간에 나는 진심이었다.

결코 마음이 없는 기계처럼 움직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진심으로 하는 것과 진심을 지키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열심히, 진심으로 했지만, 나는 점점 지쳐갔다.

속도가 빠른 삶 속에서 숨이 막히는 날들이 늘었고,

성취감만으로는 내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지 못했다.

처음엔 불안했고, 나중에는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일하는 건 다 뭐든 힘들지. 버티는 거지. 성실한 사람이 오래간다."

하지만 나는 그 길 위에서 조금씩 닳아가고 있었다.

최선을 다 하는 데 익숙해진 나 자신에게 둔감해졌고,

내 감정을 잘 숨기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대로 숨쉬기조차 힘든 날들이 찾아왔다.

퇴근 후에 몰려오는 감정들,

잠깐의 수다나 혼자만의 시간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서움이 나를 덮어왔다.


꾸준함이 나를 앞으로 밀었지만,

그 꾸준함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성실함이 나를 정의해 주었지만,

진심은 나를 보호해 주지는 않았다.

나는 내 마음을 돌보지 않은 채,

그저 해야 하는 일을 끝없이 해내는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깊이 질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왜 이렇게 지치고, 반복해서 쉼표를 찍는 걸까.

내가 진심을 다했는데 왜 마음은 무너져 있는 걸까.

질문은 두려웠지만, 동시에 깨달음을 주었다.

진심은 열심히 하는 힘이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었다.

꾸준함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고,

성실함만으로는 마음을 지킬 수 없었다.


어릴 때도 그랬다.

책상에 오래 앉는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았고,

성실하다고 해서 늘 기쁜 결과가 찾아오지 않았다.


가끔은 내가 하던 일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익숙한 손의 움직임,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들,

내가 진심을 다해 몰입했던 기억들.

그 모든 것은 여전히 소중하고, 여전히 나를 빛나게 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조금 다르게 걸으려 한다.

진심은 열심히 하는 데 쓰는 힘이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향이어야 한다.


다시 내가 하던 일이 좋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저 나를 정돈하고,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을 살피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좀 더 건강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요즘 나는 나에게 조용히 묻는다.

'내가 좋아하던 이 일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없을까?'


꾸준함이 나를 쌓아주는 것이라면,

진심은 나를 지켜준다.

이제는 그 진심을 나를 소모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살아 있게 하는 방향으로 쓰고 싶다.


속도를 내는 삶보다, 마음을 지키는 삶이 더 단단하다.

나는 이제 그 단단함을 믿고,

나만의 걸음으로 더 오래 걸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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