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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나로 살아보기

멈춤은 '끝'이 아니라, '리셋'이라는 깨달음.

by 감정의 기록

나는 긴 시간을 멈춰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 같아서

누군가는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한심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 시선이 두려워서 오래 숨을 죽이고 있었다.


사실 멈춰 있는 동안 가장 답답했던 사람은 나였다.

예전의 나는 멈추는 순간 안절부절못했고

어떻게든 다시 움직여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불안이 가슴 끝까지 차올라도

그 시간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나를 가다듬는 시간을 보내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숨을 고르고 있었고,

흩어진 마음들을 다시 모으고 있었다.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도 길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안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달리기 전에 무릎을 굽혀 균형을 잡는 것처럼,

나는 지금 멈춰 있으면서도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빠르게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내 멈춤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려는 나의 리셋이었다는 것을.


흐르는 시간을 억지로 붙잡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지금,

나는 예전보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달릴 마음을 다시 세우고 있다.


멈춰 있던 시간은 나를 멀어지게 한 것이 아니라

다시 나에게 데려다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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