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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Feb 24. 2023

<초등 둘 뚜벅이맘의 호주 38일 한달살기>

행복했던 호주에서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한국에 온 지 5일째 이제야 정신이 좀 든다. 호주에서의 날들이 꿈만 같다.  다시 한국에서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브리즈번에서 한국 가기 싫다고 징징댄 게 엊그제 같은데 한국이 하나부터 열 가지 다 좋다. 정말 좋다.


이러려고 호주 갔나? 싶다. 매일 소소한 한 가지에도 감사하다.

마트가 늦게까지 여는 것도 감사, 아이들 둘이서 놀이터 갔다가 집에 오는 것도 감사, 동네 지인들과 수다 떨며 호수공원 산책하는 것도 감사, 돈 걱정 없이 외식할 때 마구 시키는 것도 감사, 이 모든 감사가 불과 5일 만에 다 생겼다.


떠날 때 마음과는 다르게 한국이 더 좋아서 이 또한 감사하다. 물론 호주가 그리울 때도 많다.

드 넓은 하늘과 새하얀 뭉게구름, 높고 푸르게 우거진 나무

한 번씩 하늘을 볼 때면 그 넓고 시리도록 새파랗던 하늘이 떠오른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그 하늘……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아이들과 사진 찍을 땐 셋이 늘 장난처럼 말했다.

“합성사진이야 뒷배경 윈도우 배경이야~”

현실 같지 않을 만큼 예뻤던 하늘이 그립다.

공원에 울창한 나무들이 그립다.

저녁이면 핑크빛으로 물든던 노을이

미치도록 그립다.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셋이 손잡고

뽈뽈 다니던 때가 그립다.

매일 아침 어디 갈까? 하며 머리 맞대고 지도 보던

때가 그립다.

집으로 가는 저녁, 반찬거리 걱정하며 셋이 도란도란

수다 떨며 장 보던 때가 그립다.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유명한 곳을 갈 때나 웅장하고 화려한 곳은 떠오르지 않는다. 유명관광지를 갈 때면 마음에 여유가 없었고 시간에 쫓겨 많은 인파에 밀려 제대로 그 순간들을 즐기지 못했다.


느긋하게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며

혼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저녁때가 되면

차 한잔 하며 테라스에 앉아 밖을 볼 때가 가장 그립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 했던 하루하루의

소소하고 즐거웠던 일상이 그리울 뿐이다.

그 배경이 바뀌었을 뿐?

배경은 엄청난 역할을 하긴 했지만?


매일 글을 쓰겠다던 나와의 다짐은 처참히 무너졌지만

한국에 와서 매일 했던 사진을 돌아보며 글을 써볼 예정이다. 하루하루 곱씹어보며 정리하고 싶다.


글을 쓰다 보면 그 모든 순간들이, 호주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황홀하고 아름답던 그 순간들이 다시 나를 설레게 할 것 같다. 그 당시에조차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2차 호주 여행은 글쓰기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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