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게 - 10

<쓰고 달콤한 직업>, 천운영

by Chiara 라라

정아야,

나도 감자칩이 칼로리가 높고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감자칩은 감자를 얇게 잘라서 튀기고 위에 소금을 뿌려서 만드는 과자잖아. 튀긴 음식은 무엇이든지 칼로리가 높기 마련이고 기름이 몸에 좋은 기능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물론 올리브기름은 몸에 좋아서 하루에 적정량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어. 미영이 언니 있잖아, 언니가 요즘 요가에 빠져 있는데 벌써 전문가 과정까지 듣고 있나 봐. 여러 과정 중에서 워크숍을 하고 요가 수련을 하는 일정이 있어서 한동안 이탈리아에서 지낸다고 했었어.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올리브기름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 수련생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올리브기름을 두 스푼씩 마신대. 난 요가를 구립 체육센터에서밖에 안 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요가라는 말을 들으면 인도나 동남아 쪽이 먼저 생각나. 언니가 이탈리아에서 요가 수련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놀라웠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름을 마신다는 건 더 놀라웠어. 언니도 처음에는 왜 공복에 기름을 마시나 의아해하기도 했고, 다들 좋다고 하니까 또 다들 마시니까 마시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그냥 기름이 아니고 올리브기름이잖아. 첫 주에는 조금 이상한 기분도 들고 왠지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그랬대. 둘째 주부터는 올리브기름이 목으로 넘어가는 게 익숙해지면서 몸도 속도 개운해지더라네. 셋째 주가 되니까 올리브기름과 수련으로 시작하는 아침이 너무 건강했대. 언니가 ‘건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 ‘신선한’ 올리브기름은 맛도 향도 다르다는 말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도 금액이 저렴한 건 아니지만 – 원료와 공정에 따라서 금액도 차이가 많다고 했어. 엑스트라 버진이 제일 좋은 거래 – 한국에서 좋은 올리브기름은 훨씬 더 비싸서 구입이 망설여지기도 하고 직수입으로 구입하면 아무래도 시간도 걸리고 신선도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으니까 이번에 들어오면서 가능한 많이 구입해 왔대.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서 매일 마시고 있다고 했어. 이탈리아에서 구입해 온 올리브기름이 다 떨어지면 비싼 돈을 주고 다시 사 먹어야 하나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하면서도 매일은 아니더라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마시고는 싶다고 하더라. 지중해의 올리브기름은 정말 유명한가 봐. 언니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기름을 선물로 줬어. 일회용 인공눈물처럼 똑똑 끊어서 하나씩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거야. 언니도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게 여기서 드러나지. 너에게는 분명히 병으로 주었을 거야. 그럼 너는 공들여 굉장히 잘 사용하고 먹고 그랬을 거니까. 분명 나는 병으로 주면 따지도 않고 당연히 잘 챙겨 먹지도 않겠지. 한 번에 하나씩 뾰족한 입구를 똑하고 부러뜨리기만 하면 손쉽게 먹을 수 있어. 조금 먹어보니 약간 고소한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눈에 보이는 게 기름은 기름인지라 공복에 마시는 건 조금 꺼려지더라. 배도 아픈 것 같고. 언니가 몸에 좋으니까 꼭 공복에 마시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난 그냥 담담한 빵에 찍어 먹고 있어. 눈 뜨고 첫 식사로 올리브기름을 곁들인 빵이니 이 정도만으로도 엄청 건강한 것 같지 않아? 언니도 여전히 나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은데 올리브기름과 건강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강조하면서도 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어. 요가나 명상을 강요하지도 않았어. 올리브기름이 나한테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봐. 언니가 체험한 몸과 마음의 개운함을 나한테도 느끼게 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해졌어. 어차피 내가 괜찮은 듯이 웃으면서 얘기를 하면 언니도 그 웃음에 그늘이 깃들었다고 하더라도 나를 존중해 줄 걸 알아서 나도 네 얘기나 엄마 얘기나 다른 힘든 얘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고. 그러니까 내가 올리브기름을 아침 공복에 마시고 있지 않다는 건 언니한테 비밀이야. 그래도 조만간에 언니한테 연락해서 공복에 올리브기름을 마시니까 몸도 마음도 훨씬 건강해지고 있다고 말할 예정이야. 찾아봤는데 – 너는 여기에서 또, 무슨 얘기를 들으면 뭐든지 찾아보고 알아보려는 미아 버릇 나온다, 그러겠다 – 올리브기름이 항산화 작용, 면역 기능 증강, 항균 작용을 한 대. 사람들에게 좋은 작용을 올리브기름이 다 하고 있어. 지중해 연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지방 애호가인데도 미국인보다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이유가 지방 섭취의 대부분을 혈관 건강에 이로운 올리브기름으로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하네. 지방이 쌓여서 혈관이 막히면 큰일 나는 거잖아. 더불어 조금 더 정보를 주자면 서양의 대표적인 장수 지역이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남부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사르데냐 섬), 그리고 그리스(크레타 섬) 등 이래. 나 언젠가 그리스 크레타 섬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지중해식 식사의 핵심이 올리브기름이라고 할 정도니까 너무 신기하다. 근데 생각해 보니 너도 요리할 때 올리브기름을 종종 썼던 것 같아. 몸에 좋은 기름이라고 하면서 샐러드에 듬뿍 뿌렸던 것 같기도 해. 그때는 올리브기름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기름은 다 기름인가 보다 그런 생각만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난 왜 너의 말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네가 해 주는 말들 네가 해 주는 음식, 이런 게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어. 세상엔 당연한 것도, 변하지 않는 것도, 영원한 것도, 평생인 것도 - 사람마다 평생이라는 삶의 주기도 다를뿐더러 –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야. 요즘에는 네가 했던 요리들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요리를 해야겠다는 의지나 의욕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네가 했던 그 요리들을 기억하고 싶다고 해야 하나. 너만의 레시피가 기록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해야 하나. 나는 여전히 감자칩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고, 다른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식사를 제대로 차려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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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볼게. 감자칩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은 미영 언니가 얘기했던 좋은 기름인 올리브기름은 아닐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는데 가끔 외국 과자에 원재료명이나 함량이 나와 있는 부분에서 올리브기름이라는 말이 쓰여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내 성격상 자세히 살펴는 보았지만 지금 기억 못 하고 있을 확률이 더 높긴 하다. 기름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들었어. 기름을 사용해서 만든 음식, 즉 튀긴 음식들 속에는 다양한 영양소들이 포함되어 있을 텐데 그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어. 포화지방이나 불포화지방 이런 말들을 들어보긴 했지만 어떤 것이 좋은 지방이고 어떤 것이 그냥 그런 지방인지 나는 구분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일단 용어부터가 나에게는 낯서니까. 학교 다닐 때 가정 시간도 별로였고, 생물 시간도 별로여서 집중을 안 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그 당시에는 열심히 공부했어도 지금쯤은 기억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기름은 아무래도 몸에 지방을 형성하고 축적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감자칩을 먹는 이유는 당연히 맛있어서야. 너는 낱개로 포장되어 한번에 먹기 깔끔한 쿠키류의 과자를 좋아했는데 나는 칩 종류, 특히 봉지 감자칩을 좋아하지. 넌 감자칩을 먹어도 ‘예감’같이 상자에 들어 있고 튀기지 않았다는 담백한 과자, 하나의 모양으로 정제된 감자칩을 먹었는데 말이야. 감자칩은 정말 맛있어. 많이 먹어도 잘 질리지 않아. 그리고 그 짭조름한 맛에 자꾸만 손이 더 가는 것 같아. 물론 기름진 감자칩, 즉 ‘포카칩’ 같은 과자는 많이 먹으면 속이 느글거리기도 해. ‘수미칩’은 굉장히 담백한 편인데 먹고 나면 배 속이 꽉 찬 느낌이 들어. 그래서 식사 대신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다고 난 생각을 하고 있지. 실제로도 그렇게 종종, 아니 자주 끼니로 먹기도 해. 문제는 감자칩을 일단 먹기 시작하면 조금 먹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는 거야. 사실 나, 감자칩 먹는 거 전보다 더 심해졌어. 조금만 먹기에는 너무나도 아쉽잖아. 또 먹는 걸 줄이고자 작은 감자칩을 사면 그 작은 걸 몇 봉지씩 먹게 돼. 작은 감자칩은 상대적으로 비싸서 보통은 금액과 양을 비교해 보며 큰 감자칩을 선택하게 되는 것도 감자칩을 한 번에 많이 먹는 것에 일조하게 되지. 큰 감자칩을 뜯으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어떨 때는 이삼일이면 다 먹기도 해. 보통 갑자칩을 뜯고 날별로 먹는 양을 생각해 보면, 첫째 날에 거의 절반 정도를 먹는 게 아닐까 싶어. 정말 맛있어. 포만감도 많이 느껴. 포만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진짜로 배가 부른 걸 거야. 많이 먹으니까 그만큼의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이겠지. 감자칩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다른 식사를 다 챙겨서 먹는 것이 아니니까 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해. 다른 사람들이 미아는 이렇게 감자칩을 좋아하고 군것질도 많이 하는데 왜 살이 찌지 않느냐고 부당하다고 얘기를 할 때마다 정아 너는 이렇게 얘기하곤 했어. “얘는 밥을 먹지 않아. 밥 대신에 이런 걸 먹는 거야. 너희들은 밥도 먹고 과자도 먹는 거 아니니?” 정아 너는 평소에 사람들에게 별로 날 서게 말하는 법이 없는데 나에 관련해서는 조금 예민한 것 같기도 했어. 늘 부족하고 빌빌거리면서 피하고 도망치는 나를 감싸고 두둔해 주는 건 언제나 너의 몫이었으니. 어릴 때나 성인이 되어서나 크게 변하지 않고 계속 이런 내가 귀찮기도 했을 것 같은데 너의 마음은 어땠을지.


보통 사람들은 밥을 먹고 나서 입이 심심해지면 군것질하는 것 같은데 나는 밥을 먹으면 요즘에 특히 이상하게도 속이 불편해져서 밥 대신에 감자칩을 선택하게 되었어.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속이 불편한 걸까? 네가 종종 해 주던 정성스러운 밥이 자꾸 생각나니까 그러는 걸까? 가끔 밥이 좋을 때도 있지만 네가 알다시피 밥은 하루에 한 끼면 충분하다는 것이 내 지론이야. 밥을 먹을 때에는 동물과 환경에는 정말로 미안하지만 고기가 있는 것이 좋아. 고기만 먹기도 하지. 몸에서 고기를 원하는 것 같을 때도 많아. 물론 그것도 고기를 먹는 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몸에서 끌어당기는 반응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적은 양이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를 먹는 습관 같은 거. 밤에 감자칩이나 군것질을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 그런 거. 그래서 네가 있을 때는 끌리는 대로 먹었고, 보통은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먹었는데 말이지. 고기도 감자칩도. 고기는 끼니때가 되면, 감자칩은 밤이 되면 먹고 싶어졌어. 너한테 가서 먹기도 하고 혼자서 먹기도 했는데. 나는 뭐든 별로 가리지 않고 먹어서 넌 신기해했고 또 요리해 주면 아무거나 맛있게 잘 먹는다고 좋아하기도 했어. 안 먹고 살이 찌지 않느니 차라리 먹고 나서 운동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밥을 적게 먹으면서 다른 부분에서 칼로리를 줄이면 된다고도 생각하지.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마음껏 먹고 싶었어. 마음껏이라고 해 봤자 하루에 세 끼도 다 챙겨 먹지 않으면서 그러냐고 코웃음을 치고 있을 네가 눈에 선하다. 넌 늘 얘기하곤 했어. 먹고 싶은 건 먹어야 된다고. 또 먹고 싶은 게 있다는 건 몸에서 그것을 바라고 있고 그것이 부족해서 당기는 거라고. 그때 먹어야지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특히 혼자 살면서 잘 챙겨 먹지 않는 나한테만 유독 적용했던 공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너의 말을 믿었어. 지금도 믿고 있어. 안 먹어서, 못 먹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에 더 해로울 거야. 건강을 위해서는 감자칩을 끊으라고 또 커피를 끊으라고 주위에서 말할 테지만 나는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감자칩을 먹을 거고 커피도 마실 거야. 도가 지나치거나 살이 많이 찌거나 내 생활에 무리가 생기거나 기타 등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은. 그래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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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모험, 돈키호테의 식탁’이라는 부제를 가진 <쓰고 달콤한 직업>이라는 책이 있어. 천운영 작가님이 2년간 운영하셨던 스페인 가정식 식당인 '돈키호테의 식탁'의 시작과 마무리가 나와 있는 산문집이야. 모든 삶의 이야기가 음식과 함께 조곤조곤 흘러가. 작가님은 스페인에 갔다가 <돈키호테>에 매혹되고 그 소설에 등장한 음식들에 빠져들었대. 결국은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다시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기도 했고. 그 후에 자신이 한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식당을 열기로 결심한 건데 오픈하기까지도 만만치 않았고 식당 운영을 하면서도 쉽지는 않았겠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성이 담긴 음식이 떠올라서 마음이 따뜻해졌어. 뭔가가 계속 먹고 싶어 졌는데 ‘저도 좀 먹여 주세요.’ 이런 말을 속으로 하기도 했고. 사실 내내 네 생각을 했어. 요리에 진심이던 정아. 한 끼를 먹더라도 정성을 다해서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예쁘게 플레이팅 해서 식탁에 올려놓던 정아. 주위 사람들에게 작은 요리라도 직접 만들어서 대접하는 걸 좋아했던 정아. 결국에는 사람을 좋아하고 친절하고 다정했던 우리 정아.


감자칩도 너무 좋지만, 따뜻한 음식으로 차려진 정성 가득한 너의 식탁이 그리워. 오늘은 그 밥이 참 먹고 싶다.


미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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