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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의 고수는 어디에나 있어

동네 센터 운동일지

by My Well


동네에 있는 스포츠센터에 등록했다. 초등학생 때 수영을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오래전 일이다. 재가입을 위해 만 원의 등록비도 내고 야심 차게 센터에 갔다.


거북목 자세를 완화하기 위해 필라테스나 요가, 그도 아니면 S.P.N.E를 같은 걸 배우고 싶었는데 원하는 시간대에는 스피닝 밖에 없었다. 힘들기로 소문난 운동이라는 것을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 달리기도 웬만큼 할 수 있으니 스피닝 그까짓 거 다시 해보지 뭐 하고 쿨하게 결제했다.


신발을 꼭 맞게 고정하고, 핸들과 안장의 높이를 몸에 맞추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초보이니 만큼 가장 낮은 단계의 부하로 출발했다.


신나는 라잌댓 음악에 맞춰 페달을 돌리기 시작한 지 5분 남짓 지났을까... 다리가 급격히 무거워지면서 근육이 뭉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 느낌 기억난다 이... 이 고통의 느낌...!


앞 쪽을 보니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어디에나 있는 동네 재야의 고수들이 역시나 있다. 발구름과 상체 움직임의 리듬감이 딱딱 맞는다. 선생님의 안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철석같이 반영한다. 오래 하면 저렇게 잘하게 되는 건가 하고 부러워진다. 너무나 다른 모습에 동네에서 쌓은 실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오른쪽왼쪽이 헷갈리고 고개마저 삐걱거리는 나는 뒤에 앉길 다행이다 싶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리의 피곤함이 몰려왔고 안무고 뭐고 시늉만 하는(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상체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제 마무리하겠다는 소리에 휴~ 안도했다.


자리에서 내려오니 자존심 상하게 가만히 있어도 자꾸 무릎이 저절로 접힌다. 뒤에서 누군가 무릎 굽히기 장난을 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강사님이 계단 내려갈 때 조심하라고 당부했는데 과연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후들후들 하는 다리를 부여잡고 첫날을 마무리했다. 내일 과연 어떤 통증이 생길까...이상하게도 약간은 기대된다. 내가 사용한 근육들이 어딘지 내일 잘 알 수 있겠지? 뜨뜻한 전기매트에 몸을 누이니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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