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아픔, 슬픔, 눈물에 지친 오늘의 그대에게
감정의 블랙홀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마침 지금의 나 또한 좌절할 일이 있어서 하루종일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이를 악물고 꾹 참고 있는데도 차오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다. 초콜릿도 먹고 내 딴에는 내 기분을 풀려고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마치 내 마음이 꽁꽁 줄에 묶인 것처럼 이 감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치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계속 돌리고 또 돌려듯듯 내가 들은 말을 머릿속에서 끝도 없이 반복재생하며 나에게 상처를 내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쁨, 행복, 환희와 같은 감정을 긍정적으로 또 슬픔, 화, 분노 등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후자의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아프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또 자라나면서 그런 감정을 절대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받아왔다.
5살 아이가 넘어져 엉엉 울고 있을 때 눈물 뚝이라는 말을 건네는 부모님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자라난 우리는 아무리 부당한 대우에 눈물이 차올라도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참아도 참아도 복받쳐 올라오는 설움에 기어코 눈치 없는 눈물이 한 방울이라도 떨어질 때면,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또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 안 그래도 나락에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확인사살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총질을 여러 번 맞으면서 그렇게 우리는 감정을 감추는 법을 배운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도 이를 배우지 못해서 여전히 눈물을 질질 짜며 살고있다.) 부정적 감정은 마치 절대 보여주면 안 되는 비밀이 된 것처럼 마음의 박스 속 박스, 또 그 안의 박스 속에 감춰진다.
마음에 장막을 치듯
부정적 감정을 커튼으로 가려버리고
그 감정이 마법처럼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감정에는 죄가 없다. 오늘의 주제는 감정에 대한 최적의 대응방식이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특히 우리를 아프게 하는 슬픔, 아픔 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감정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구조요청이다
감정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무엇보다도 슬픔, 아픔 등과 같은 감정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구조 요청이다. 우리의 숙제는 그 감정을 없애거나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감정이 지금 나에게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를 잘 해석하고 이해해줘야 한다. 나도 내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다면 이 세상에 그 신호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기쁨의 순간을 만끽하며 즐기듯 슬픔의 순간 또한 그 감정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정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한다.
왜 내가 지금 이 순간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왜 나는 지금 화가 나지? 나에게 이야기해 보자. 왜 내가 기분이 나쁜 지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자. 아 이게 안 돼서 화가 났구나. 내가 지금 이렇게 느끼는 게 너무 당연해. 다 이해가 돼. 어떻게 하면 내가 그 기분을 달래줄 수 있을까?혹시 그럼 이렇게 하면 안 아플까?
물론 이렇다고 기분이 바로 나아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의 불편한 감정을 피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된다.
감정은 우리 각각의 미래를 형성해 주는 도구이다.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말라고 나를 지키려면 다르게 행동해 달라고 내 마음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이걸 반복하면 내가 다치게 된다고 내가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뜨거운 난로에 손에 데이며 "아픔"을 느껴야 다시는 손을 함부로 대어 다치지 않는 것처럼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아프지 않을지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내가 다시 그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다르게 행동해야 함을,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내가 나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감정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감정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나의 선택이다.
나의 감정을 인지하자. 또 그 감정이 나에게 말하는 것을 기반으로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 보자. 무슨 상황에서든 어떤 행동을 할지는 나의 선택이다. 나에게는 언제나 선택의 권한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가령 나의 상사가 나에게 선물로 벌레가 가득 담긴 상자를 줬다고 상상해 보자. (법정스님의 쓰레기 일화를 참고했다.) 기분이 나쁘다. 어떻게 행동하는 게 맞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벌레가 나오지 않게 당장 상자를 갖다 버리고 이상한 상사와 최대한 엮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가장 옳은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는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 상사가 나에게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그 말을 곱씹고 상처받고 또 그 말에 상상의 날개를 붙여 내 예전 기억들까지 꺼내면서 나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벌레 담긴 상자를 집에 소중하게 가지고 와 계속 열어보면서 어떻게 나에게 이런 것을 줬는지 한탄하고 속상해하며 벌레가 집의 이곳저곳을 더럽히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상자를 받고 기분이 나쁜 것은 피할 수 없지만 그다음 행동, 즉, 그 상자를 갖다 버릴지 아니면 그 상자가 나를 망치게 내버려둘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우리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은 순식간에 "반응"해버리는 것이다. 마치 무릎을 망치로 치면 자동반사가 일어나듯 어떤 감정이 들었을 때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로 자동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상사의 폭언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여기까지는 피할 수 없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내가 정말 가치 없는 사람이라며 나를 스스로 비난하고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모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말 그대로 상사의 저주에 사로잡혀 버리는 것이다. 상사의 폭언에 아픔을 느끼는 것을 피할 순 없지만 내 인생에 의미도 없는 그깟 사람의 말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피할 수 있다. 10초/10초 룰을 기억하자.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10초/10초를 기억하자.
10초간 그 감정을 인지하고
다음 10초간 이 감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행복한 나의 미래를 향해 감정과 친해지는 법
여기까지 익숙해졌다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 다음 단계를 위해 한 가지 상황을 상상해 보겠다.
나와 평생 운명적으로 죽는 순간까지 함께 영원히 시간을 보내야 하는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친구와 싸우고 데면데면 지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 친구와 돈독한 관계를 쌓고 서로 행복과 아픔을 나누며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 친구는 바로 나다. 세상에 있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우리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가 행복한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의 관계, 내 감정, 내 생각과의 관계를 잘 쌓아야 한다. 처음부터 내 감정과 친해질 수는 없다.
내 감정을 인지하고 또 그에 대한 내 대응까지 내가 스스로 결정해 낼 수 있다면
즉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그 감정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서야 우리는 우리의 감정과 친해질 준비가 된 것이다.
내 감정과 친해지는 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처음 친구를 만나서 친해지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그 친구에 대해 알아가고 또 이해하고 그 친구가 힘들 때마다 그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며 신뢰를 쌓아갈 것이다. 우리의 감정 또한 동일하게 대하면 되는 것이다.
감정을 알아간다는 것의 첫 단계는 나에게 각각의 감정이 생길 때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가령 내가 마음이 아팠던 상황을 생각해 보자. 어떤 이유에 아팠었는지 기억을 되새겨보자. 가령 나의 경우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 가장 아팠다.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것은 내게는 3가지로 정의된다.
내가 진심을 다해 아끼던 친구가 나에게 상처를 줄 때
내가 존중해서 대한 상대가 나를 비상식적으로 대할 때
내가 노력했음에도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나를 비난할 때
이제는 그럼 이 상황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모든 친구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고 정말 아끼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준다. 관계에서 기대를 낮추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비상식적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나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상황이 반복될 경우 그 상대를 마주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한다. 또 이와 유사하게 행동할 기미가 보이는 사람은 사전에 차단한다.
내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사전에 밝히고 비난을 받을 만큼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먼저 도움을 요청한다.
여전히 이런 안전장치를 해도 내 감정이 상할 일은 반드시 생긴다. 하지만 괜찮다. 나에겐 감정을 인지하고 또 다음의 그런 상황에서 나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도록 내 방패를 고치고 다듬으면 된다. 내 감정과 나는 같은 편이다. 내가 내 감정을 친절하게 안아주고 또 지켜줄 것이라는 사실을 내 감정이 알면 된다. 아파도 괜찮다는 걸, 다음에는 이번보다 덜 아프게 내가 나를 최선을 다해 지키고 있다는 걸 나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더 이상 아픔이 두렵지 만은 않다.
매일매일의 아픔 속에 사는 우리가 아픔에서 자유로워질 그날을 고대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