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주춤하는 내가 미울 때
나에게 아픔을 주는 존재를 다 떼어낸지도 어느덧 4달. 이렇게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더욱 믿기지 않는 건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때로는 침울한 날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고도 여전히 아파하는 나약한 나를 원망한다. 내가 과연 나아지긴 하는 걸까? 완전히 회복될 수는 있는 걸까?
끝없이 긴 터널 속에서 언제쯤 이 터널이 끝날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도대체 언제 이 고통에서 나는 탈출할 수 있는 것인가?
흔히들 우리가 생각하는 회복은 전보다 나아진 내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선으로 그린다면 아마 아래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비교하는 "전의 상태"가 언제를 지칭하는 것인지 또 "무엇"에 대해 비교를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어제의 나 또는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것이다. 통장 잔고나 몸무게, 어학 점수처럼 숫자로 딱 떨어지는 비교를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눈물의 양, 아픈 마음과 같이 잴 수 조차 없는 막연한 대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비교를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프의 x축과 y축의 이름표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과거보다 나아진 내 모습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과 달리 우리는 회복 곡선, 성장 곡선은 일자가 아니다. 매일 죽기 살기로 운동을 한다고 해서 근육량이 매일 일직선으로 자라나진 않는다. 너무 운동을 많이 하면 때로는 오히려 근손실이 일어나기도 하고 잠시 주춤하다가 갑자기 근육이 확 늘어나기도 한다. 마음의 근육도 마찬가지다.
근육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점점 올라가는 것처럼 우리의 성장도 회복도 아래의 우상향 타원과 같은 길을 그린다. 좋다가도 다시 주춤하고 또 나빠지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또 좋아진다. 내가 아무리 계속 열심히 해도 때로는 나빠지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은 내 노력과 무관하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아픔 또한 그렇다. 사실 눈물의 양이 매일 줄어야 정상이건만 4달이 지난 지금도 가끔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눈물이 난다. 그리고 이내 울었던 나를 원망한다. 내가 나아지고 있는 게 맞긴 한가라는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그런 생각이 들 땐 위의 곡선을 떠올리자.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어. 나는 정말 잘하고 있어. 지금 잠시 힘든 건 더 나아지기 위해서 빨리 쭉 성장하려고 한숨을 고르며 발판을 다지는 거라고 생각하자. 말랑말랑 쭉 늘어나는 용수철처럼 나중에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려고 지금 잠시 흔들리는 것뿐. 결국 나는 좋아지고 있다.
그 누가 뭐라 하든 내가 나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가가 제일 중요하다. 세상에서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줄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나에게 친절하자. 내 마음은 오늘도 하루만큼 나아지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고생하고 있다고 너무 잘하고 있다고 우리의 마음을 응원해 주자. 내가 아니면 누가 응원해 주겠는가?
정말 잘하고 있어.
나는 매일 좋아지고 있어.
나만 이 주문을 계속 외워준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나의 회복을 성장을 막을 사람은 없다. 세상이 모두 나에게 돌을 던져도 당당하게 마음으로 말하자. 나는 괜찮아지고 있다고.
얼마전 읽은 Adam Grant의 신작 Hidden potential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일러스트를 참고차 공유한다.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고 있다는 착각에 힘들어하지말자. 나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오늘도 우리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