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조금은 재밌게 보내고 있는 거 아닌가?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손톱 반만 한 거미가 보였다. 평소 같으면 냉큼 잡았겠지만, 그냥 뒀다. 거미가 오면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고도 하지 않나 한낱 옛말에라도 기대어 일상에 행운이란 것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무언가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나를 살펴보면, 사실 그렇지는 않다. 그저 조금 재미랄 게 없는 일상을 지내는 중이고 거기에 무뎌져가는 중이기에. 기복으로 따지면, 파동이 적어지고 있는 터라 사실은 안정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사람이란 얼마나 이중적인지, 새로움과 변화를 꿈꾼다. 막상 그렇게 되면 적응을 위해 또 아등바등할 텐데, 나중에 감당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쉬이 잊어버린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넘기고 저녁 약속이 있어 짐을 챙기는 중에 옷소매에 달린 방울 장식이 또르륵 떨어졌다. 어이쿠. 이거 안 좋은 징조 아니야? 하는 예민함을 부려보지만 냉큼 접착제 같은 걸 찾아 붙여버렸다. 이제는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할 줄도 아는 어른이 된 것 아닌가! 하는 달콤한 해석을 곁들여본다. 그렇게 버스에 오르고 왼손으로 발라놔 덕지덕지 접착제가 묻었지만 얌전히 잘 붙어있는 방울을 보며 피식 웃는다. 상황은 벌어지는 일.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예민한 성정으로 차곡차곡 모아 온 경험치를 통해 꽤 잘 지내고 있다.
아침에 본 거미는 한두 번 눈감아 주었으나 머리를 말리는 내내 몸의 실을 길게 늘였다 줄였다 하며 눈앞에서 곡예를 부렸다. 아, 봐주기로 했는데 너무 신경 쓰이는데. 하며 내적 실랑이를 벌이다가 처음의 뜻을 굽히지 않고 살려 두었는데 이것이 돌고 돌아 웃을 수 있는 연으로, 작은 감사로 돌아왔으면. 쓰고 보니 참 욕심도 야무지다. 그게 뭐라고.
이거라도 쓰고파 메모장에 거미, 단추라고 적었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글감을 모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새하얀 화면을 켜둔 채 시간을 흘리며 알았다. 무엇이든 함부로 놓치지 않는 태도, 시선을 기록하는 습관, 곱씹어 들여다보고 다르게 생각해 보거나 이어서 생각해 보는 것. 그렇게 글쓰기에 물을 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