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기는 꾸준한 덕질이다.

by 로보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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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특기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저의 특기는 꾸준한 덕질이에요."

사실 이 성향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매일 밤 ‘슈키라 - 슈퍼주니어의 키스더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 오프닝송만 나와도 심장이 두근거렸고,

숙제를 하다가도 이어폰을 꽂고 DJ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게 나의 첫 덕질이었다.

음악도, 아이돌도, 밤마다 기다리는 그 시간도

모두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졌던 시기였다.


성인이 되면서 덕질의 대상이 바뀐 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슈퍼주니어를 20년째 좋아한다.

청소년기처럼 앨범을 사서 mp3에 옮기고,
슈키라를 들으며 잠들던 그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다.


달라진 건 ‘좋아하는 방식’이었다.
어릴 때는 용돈이 부족해서
그저 멀리서 애정을 품는 정도였다면,
성인이 된 뒤에는 내 손으로 티켓을 끊고
공연장에 직접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어폰으로만 듣던 노래를 라이브로 들었던 그 첫 순간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첫 음이 울리던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내가 좋아하던 세계가 이렇게 생생했구나.”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 가고 싶은 공연을 놓친 적이 많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월급을 받으면서 그동안의 한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좋아하던 가수의 콘서트,
보고 싶었던 뮤지컬,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떨림과 벅참.


슈퍼주니어를 좋아하던 마음은 그대로인데,
그 마음이 향하는 세계는 더 넓어졌다.
덕질의 대상이 달라진 게 아니라
덕질의 세계가 확장된 것이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장면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 뒤로도 나는 늘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 번 빠지면 끝까지 파고드는,

잠깐 반짝하고 끝나는 흥미가 아니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배우고 기록하는 스타일.


회사 일이 힘들 때는 ‘배움 덕질’을 했다.

처음 접하는 마케팅 공부도,

새벽에 혼자 인강을 들으며 노트 정리하는 것도

그런 시간이 나에게는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배우는 건 언제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깊게 빠져 있는 덕질은 글쓰기다.

하루에 한 줄만 써도 마음이 가라앉고,

단어 하나 예쁘게 고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글쓰기를 알려주는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좋은 문장을 보면 스크랩해두고,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면 그 자체로 설렌다.

덕질은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취향이겠지만

나에게는 삶을 지탱해주는 작은 불빛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덕질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창이었다.

무엇에 설레고,

무엇에 몰입하고,

무엇 앞에서 행복해지는지

덕질이 가장 정확하게 알려줬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의 특기는 꾸준한 덕질이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끝까지 사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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