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회사에서 인사평가 결과가 나왔다.
팀 내에서 2위였다.
하지만 규정상, 작년에 1위였던 내가 이번엔 2위로 밀렸다는 이유로
‘개인 발전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성과급도 줄었다.
인사팀에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올해는 더 잘하면 되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툭 하고 무너졌다.
나는 일년 내내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였는데,
결국 돌아온 건 숫자로 매겨진 ‘덜 성장한 사람’이라는 꼬리표였다.
그게 올해 2월 말의 일이었다.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어이없는 평가 한 줄에 내가 쏟아온 시간이 너무 가볍게 취급되는 걸 보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식어 갔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회사를 위해 인생을 바쳐도,
회사는 결국 회사일 뿐이구나.’
그 순간부터 나는 천천히, 아주 조금씩
회사와 나 사이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회사 밖의 세계를 보기 시작하니
내 인생이 생각보다 넓다는 걸 알게 됐다.
평가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나에게 납득할 수 있는 하루를 사는 일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작년의 나는 더 인정받고 싶어서,
더 잘 보이고 싶어서 일에 파묻혀 살았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회사 안의 나보다 회사 밖의 나를 더 들여다보게 됐다.
이제는 나는 일을 사랑하지만, 나 자신을 더 아낀다.
성과보다 과정, 경쟁보다 평온이 더 소중해졌다.
나는 일중독자가 아니었다.
그저 인정받고 싶던 사람, 사랑받고 싶던 직장인이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진짜 지켜야 할 건
성과도 점수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 모든 경험이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걸.
힘들다며 울던 그때의 나는 안녕.
이제는 내가 나를 위로해줄 수 있을 만큼
조금은 단단해진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