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 낯선 시간 속에 혼자 있다는 건 나에게 두려움 그 자체였다.
혼자 밥을 먹는 것도, 혼자 길을 걷는 것도, 어쩐지 세상에서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늘 누군가와 함께였다.
함께 계획을 세우고,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웃었다.
그렇게 “함께”가 주는 안도감 속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 익숙한 관계 속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여행지의 풍경도, 맛있는 음식도 분명 좋았지만,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의 기분에 맞추고, 분위기에 섞이느라
누군가의 취향에 맞추고, 대세를 따르느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쳤던 것 같다.
그때부터 조금씩 연습을 시작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책을 읽어보기,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걸어보기.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점점 나만의 리듬이 생겼다.
누구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 속도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따뜻했다.
얼마전, 나는 처음으로 혼자 제주도여행을 떠났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날씨 속에서 마지막 가을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공기가 낯설지 않았다.
익숙한 소음 대신 내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바닷가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아, 나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처음으로 느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보다 더 솔직하게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안다.
나는 ‘혼자’가 두려운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과 함께할 줄 아는 사람’으로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