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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현 Jul 24. 2024

거실 공동 구역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아빠

“책상을 거실에 둘 거야.. 거실 중간에 탁자를 놓고 회의하고 공부하는 사무실 같은 분위기로 만들 거야..” 상상도 안 가는 제의였다. 나의 생각에 거실은 공동 구역이다. 손님도 오고 식사하고 쉬거나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자리인데 그런 공간을 사무실처럼 쓴다니 말이다. 일 엄마인 나는 반대를 시전했다. 가족이 쉴 수 있는 포근한 공간을 집에서도 일해야 하는 공간처럼 여기다니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집에서 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누구든 자신만의 공간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하다못해 강아지도 쉬거나 피할 때는 자신의 공간으로 뛰어들어가는 데 말이다.

아이가 커 감에 따라 부모는 독립이라는 명목하에 아이의 방을 만들어 주는 생각을 가진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주도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좋은 면으로 아이는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높아지는 좋은 점도 있다. 다만 이 공간에서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미숙한 판단만 없다면 말이다. 


방에 책상을 두면 자신만의 공간이 생겨 편안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공부 환경이 될 수 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스스로 계획을 짜고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겨 이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공부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공부가 익숙지 않은 아이가 혼자서 공부를 하게 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방에 책상을 두고 자신만의 공간이 생긴다고 해서 아이들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 특히 막 공부라는 것을 시작한 초등학생들은 혼자서 공부하는 법을 모르거나 모르면 의지와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변에 시곗소리, 책상에 떨어진 지우개 가루, 오늘따라 지저분한 책장.. 이러한 모습에 다른 활동에 빠져드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가 24시간 옆에서 공부를 같이 해줄 수 없다. 이런 아이들은 넓고 익숙한 공간에서 필요한 도구와 자료를 준비해 주고 부모가 옆에 있어 함께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주목할 것은 내용을 가르치기보다는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 모두 공부 시간에 분위기를 만들어 그 안에서 집중하고 주도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 아빠가 제시한 거실 공부법이다.

1. 조명은 밝게 유지해야 한다. 사람이 있는 곳은 항상 밝아야 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기운이 처지기 마련이다. 

2. 책장은 책이 많은 곳에는 따로 두고 필요한 책만 책상에 올려놓는다.

3. 거실 곳곳에 이면지를 두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게 한다.

 

물론 유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우선 엄마 아빠도 공부를 해야 한다. 아이들을 거실에 공부시켜 놓고 엄마 아빠는 각자 방에 들어가서 스마트폰 게임이나 티브이를 시청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과의 학습 시간에서는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영상 소리나 전화 통화 등으로 아이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래도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아이의 모습이 불편하다. 분명 엄마 아빠도 저런 모습으로 공부했을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적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 분량을 정하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지를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엄마와 육아빠의 실랑이 끝에 우리 집은 결국 180cm*90cm 사무용 책상을 두 대나 구입했다. 거실 한 면에 엄마의 최애 티브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책상이 들어오고 그 위에 컴퓨터와 아이들 책장을 두었다. 한숨이 조금 나오긴 했지만 사무실의 칙칙한 분위기까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또 육 아빠의 독특한 육아법을 시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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