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에 대한 첫인상은 그랬다. 먹을 것이 있나 인가에 내려온 멧돼지가 잠시 밭에 앉았다 떠나간 자리에 있을 법한 그런 느낌. 산속 동물들이 회의할 때 방석 대용으로 쓸 것 같은 그런 느낌. 민들레 이파리처럼 바닥에 잔뜩 붙어, 낮고 넓게 두 팔을 벌리고 누워 있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던 것도 같다.
세 뭉치 들어있는 한 묶음을 사들고 집에 왔다. 싱크대 안에 넣어놓고 빤히 쳐다보다 한 잎 툭 따서 입에 넣으니 묘한 풀내음이 감돈다. 약간은 투박하고 어딘가 어설픈, 완숙미 자랑하는 김장 배추와는 꽤나 다른 맛. 씹으면 씹을수록 풋풋함과 꼬수움이 은은히 퍼지는 게 딱 봄을 닮았다.
그 어린 맛을 좀 더 느끼고 싶어 생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한다. 커다란 냄비 가득 물을 담고 보글보글 소리만 기다리다 이내 소면을 넣는다. 아 이때 양은 2인분 같은 1인분으로. 면에 진심이니까. 다시 끓어오르면 물을 한 컵씩 넣어주기를 두어 번. 삶아진 소면은 냉수마찰로 정신 바짝 들게 해 준다.
이제 양념장 차례. 냉장고에서 맛있어 보이는 아이들은 죄다 꺼내와 멋대로 배합한다. 고추장은 텁텁하니까 조금, 고춧가루는 듬뿍, 간장에 설탕도 조금씩 흩뿌려주고 식초와 매실청으로 상큼한 느낌적 느낌을 내준다.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향까지 더해주면 끝. 봄동을 넣고 좌-우-위-아래로 신나게 비벼재낀다. 양껏 집어 올린 면 사이로 봄동의 까슬함이 느껴진다. 너 진짜 봄을 닮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