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운비 Mar 02. 2021

짜릿했던 우리의 첫날밤

내 쌩얼이 그 정도는 아니잖아




레오야, 여기가 이제
네 집이야.


오레오를 데려온 첫날, 집에 돌아오니 느지막한 밤 시간이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이동장을 내려놓고 나직이 속삭였다. 여기가 너의 새로운 보금자리라고. 살풋 열린 가방문 사이 고개를 내민 레오는 빠르게 주변을 스캔하는 듯했다. 호기심과 긴장이 서려있던 눈망울은 이내 최적의 장소를 포착했다. 저기다!!     


사사사사삭-    

 

슬금슬금 이동장에서 나오더니 금세 낮은 포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오레오. 사방이 막혀 있던 선반장 아래 공간은 새끼고양이가 몸을 숨기기 딱이었다.  

   


“레오야 무서워서 그래? 괜찮아~ 여기 무서운 곳 아니야.”    

 


육중한 몸을 구겨가며 레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살살 불러봤지만 잔뜩 경계한 고양이에겐 그 모습마저 호러물이었나 보다. 못생긴 얼굴 저리 치워라 빽- 빽- 울어대는 통에 잠시 후퇴. 그래, 환경이 바뀌었으니 많이 무섭겠지. 레오에게도 적응할 시간을 주자. 밥그릇과 물그릇을 가득 채워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조금은 긴장을 푼 모습으로 마주하길 바라며-



.

.

.

                   

는 개뿔. 

밤새 어찌나 울어대던지… 잠은커녕 방음 약한 옆집에서 민원이 들어올까 봐 내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우리의 첫날밤은 이토록 강렬하고, 또 강렬했다.




20151111 오레오, 생후 1개월.매서운 눈빛으로 새로운 집 입성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서 와, 고양이는 처음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