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멋을 부려 불을 켜고 음악을 틀어놓은 지금 보란 듯이 시퍼런 게 쏟아내는 기운 한 장의 무늬가 모여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얼굴이 동네다
재촉하는 신호에 땨라 횡단보도를 뛰지만 정작 건너서는 기다림의 시간 맞은편에서 보니 동네도 한 주름을 새기 중
벌건 핏덩이의 뜨끈한 체온 받던 산부인과가 식어가는 시간을 부축하는 요양원 간판으로 바꿔단다
개발도시 불과 삼십 년 이 동네서 아이를 낳고 비틀거리며 살았다
떼어낸 벽면은 녹물이 베고 먼지 때 빛바랜 시간 사이를 메꾸지 못했다
유독 재생이 불가능한 관계
펼치고 내다 걸고 자시고 할 만할 게 없는 인생
상담실 옆의 일이다
길목 후려 잡지 못하고 그저 벌겋게 해가 지는 시간 나는 또 소용을 기다리니 배고픔이 불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