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비실 Jul 30. 2024

[ 오늘은, 여기 ] 9. 경영지도사, 송민정

슈퍼카를 타고 싶은

 아홉 번째 인터뷰이는 본명을 밝혀달라 요청한 첫 번째 인터뷰이이자 중소기업 경영컨설턴트 송민정 님입니다.


함께 찍은 사진과 송민정 경영지도사의 명함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지금 하고 있는 일

3. 경영지도사란?

4. 경영지도사로서 살아남는다는 것

5.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7. 기타 질문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9. 마침

이름 : 송민정

나이 : 30세

성별 : 여성

학력 : 대졸(학사) - 산업공학과

경제력 : 먹고 싶은 건 고민 없이 먹을 수 있다!




1. 인물소개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 나이, 성별(성 정체성)

 경영 컨설턴트 송민정입니다.

 30살 여성이고요, 대학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 오늘 여기의 나


•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지도사라고도 하고 경영컨설턴트라고도 해요.

 특허는 변리사, 세무는 세무사, 회계는 회계사를 찾아가는 것처럼 경영지도사는 중소기업 경영 자문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경제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현재 경제력은 먹고 싶은 건 고민 없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만족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이 목숨 줄이 언제 끊길지 모르기 때문에, 적당하게 돈 들어오면 먹고 싶은 거 먹고 오는 거 없으면 굶는?




3. 경영지도사란?


• 경영지도사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낯선 직업일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간단하게 설명을 해보자면 일단 기업 경영에는 여러 가지 필요한 요소들이 있고, 경영지도사는 그 경영의 각 분야에서 자문을 하고 때로는 아웃소싱하듯 어떤 업무를 대행해 주기도 해요.


 경영이라는 게 너무 범위가 넓다 보니까 경영지도사마다 각자 능력이 다르고 활동하는 주 영역이 달라서 정확히 한마디로 ‘이런 일을 합니다!’하고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일반적으로 하는 게 중소기업에 지원금을 받아준다든지, 아니면 어떤 인증을 받아준다든지 이런 건데… 이쪽 업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네요.


• 그렇다면 중소기업에 있어 경영지도사가 왜 필요한가요?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늘 개척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해요. 근데 경영지도사 같은 경우 다수의 기업을 만나다 보니까 다양한 사례를 갖고 있고, 그 사례에 기반해서 성공 사례를 이 기업한테 적용을 할 수가 있어서 이 기업의 리스크를 방지해 줄 수 있어요.


 리스크 방지. 이게 일단 제일 중요한 거예요. 대표들이 그냥 여기저기서 듣고 본인이 일단 시도를 해보다가 시간이 날아가거나 돈이 날아가거든요. 아니면 이 기업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형태로 잘못되기도 하고요. 그러면 그거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거죠.


 (그런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거군요.)


 저는 고객들한테 이렇게 얘기해요.


 나는 대비해 주는 사람이다. 당신들이 모르는 거, 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갖고 알려주고, 당신들이 피할 수 있는 문제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 그 문제는 세금이 될 수도, 금전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예를 들어서 세무사랑 변호사는 하나의 특정 영역을 다루다 보니까 대표자들이 그 분야만 자문을 받을 수 있는데, 경영지도사는 경영이라는 영역을 전체적으로 다루다 보니까 더 넓은 시야에서 자문을 할 수 있죠.


 (숲을 보고 길을 알려주는 느낌이군요.)


 더 정확하게는 표지판.

 ‘이쪽 방향이 맞습니다.’라고 알려주는 표지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뭐 인력도 부족하고 자금력도 없고 그러다 보니 사람을 채용을 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거든요. 대기업처럼 내부적으로 자문가를 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명 한 명의 인건비도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저는 어떨 땐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아웃소싱이라고.


 크게 나누면 지도와 대행이 있는데, 지도는 안내해 주는 역할이라면 대행은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일을 대신해 주는 거라고 보면 돼요.


 기업이 자체적으로 경험 없는 사람을 데리고 일을 해결하려면 오래 걸리고 힘들잖아요. 우리가 하면 하루 만에 끝낼 일을 처음 하는 그런 사람들 일주일 걸릴 수도 있단 말이야. 비용적인 측면에서 직원을 일주일간 일하게 하는 것보다 하루만 써도 결과가 나오는 우리가 더 나을 때도 있는 거죠.


 그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한 사람을 쓰는 인건비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자기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나 중간다리라고 할까요?




4. 경영지도사로서 살아남는다는 것


• 어떻게 하다 경영지도사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정장을 입고 일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알게 된 거예요. 기업을 컨설팅한다는 추상적인 게 너무 멋져 보였어요. 내가 원한 정장도 입고. 그래서 경영학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수능을 봤어요. 수능을 봤는데 수리를 잘 본 거야. 그럼 좀 더 나은 대학을 가려고 하면 교차지원을 해야 하니까 산업공학과를 골랐어요.

 

 (산업공학과는 어떤 학과인가요?)

 

 산업공학과가 공대의 경영학과예요. 그래서 배우는 학문이 경영학도 있고.

 공대에 과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산업공학과는 공장이랑 경영, 제조 관리, 품질관리, 생산관리, 또 이제 뭐죠 코딩도 해요. 그런 것들을 아주 얇게 쫙 둘러봐요. 그래서 산업공학과의 단점은 졸업하면 전문성이 없다, 반대로 장점은 이것저것 다 해봐서 뭔가를 말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다.

 

 (한 마디로 넓고 얕다.)

 

 그렇죠.

 근데 1학년 때 학교에서 배운 게 물리랑 화학 이런 거였어요. 원론적인 공대 공부. 근데 저는 그게 싫어서 문과에 갔는데, 진짜 너무 다니기 싫은 거예요. 시험도 막 나는 밤새 공부를 해도 당연히 이과 나온 애들이 더 점수가 잘 나오죠. 그런 거 보니까 짜증 나고.


 그러다가 친오빠가 공인중개사를 땄는데요. 나보고 먹고 살라면은 자격증을 따라는 거예요.

 저는 성격이 질러버리는 스타일인 거예요. 그래서 어? 그래? 휴학하고 따야지.


 그렇게 뭘 딸지 고민하면서 인터넷에서 국가 자격증 목록을 보다가 눈에 딱 들어온 게 경영지도사 자격증이었어요.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죠.

 

 (운명처럼 보였구나.)

 

 네. 이 경영지도사 시험이 일 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에요.


 그래서 공부에 매진하려고 휴학을 하게 되는데 첫해에는 떨어졌어요. 근데 저는 또 자존심이 세서 나는 이거 붙어야 학교 돌아간다. 그래서 그다음 해에 붙어서 이제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땄어요.


 사실 저도 어떻게 땄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못 딸 것 같아. 진짜 뼈를 깎는 고통으로 공부했어요. 진짜 힘들고 외롭고. 21살 때였으니까. 친구들도 거의 반년 동안 안 만나면서 공부했거든요. 심지어 독학으로 했거든요.

 

• 경영지도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 같은 게 있을까요?

 필요한 자질이라고 하면은… 첫 번째로는 가장 중요한 거는 소통 능력. 이 일이 영업적인 측면도 있으니까 소통 능력도 있어야 해요


 사실 영업 스킬은 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문직이다 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매칭이 되는 것도 있고 해서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판매를 한다면 내 스킬이 중요한 거지만 우리는 전문 영역이 있다 보니까 약간은 다르거든요.


 그래도 영업적인 능력은 늘 필요해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A랑 B랑 같은 콘텐츠에 대해 얘기하면, 영업을 잘하는 사람을 선택을 하겠죠?


 두 번째로 중요한 거는 파고드는 거, 끈기.


 왜냐면은 이 일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게 최소 2~3년 차라고 생각해요.

 이게 1년 차 때까지는 그냥 어영부영하고, 2년 차 때도 그럭저럭하다가, 3년 차 때 머리가 이제 트여요. ‘아 이런 거구나!’하고. 이 분야에서 하는 업무들이 단기간에 뚝딱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거든요. 어디서 찾아보려고 해도 안 나와 있는 업무들이다 보니까.

 1년 차 때는 이 세상에 대해서 처음 깨닫는 시기고. 2년 차 때는 이제 조금 보이다가 3년 차 때는 머리가 열린다. 그러니까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해야 한다.

 

• 말씀하신 대로라면 3년 차가 되어서 머리가 트이기 전까지는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민정 님은 어떠셨나요?

  저는 사실 3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울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사실 제가 늘 쓸데없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냥 잘 되겠지 하는.

 근데 첫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진짜 인생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느꼈어요.

 

 (첫 사회생활이 경영 컨설팅이었나요?)

 

 네. 제가 사회에 나와보니까 나는 신입에, 경영 컨설팅 세계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업을 나가야 하는 거예요. 무슨 사업자 등록증 밖에 모르던 시절에 영업을 혼자 나간 거야. 지금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여름에 입사를 해서 3개월 동안 수습을 하다가 갔는데, 사실 수습 때도 힘들었어요.


 1년 동안은 5시에 일어나서 6시 반에 회사에 도착했어요. 그럼 7시부터 업무 시작.


 왜냐면은 이거를 이겨내고 싶으니까. 포기는 안 하고 싶고. 


 그리고 미팅을 다니면, 중소기업들은 이제 진짜 다양한 환경에 사무실이 조그맣게 있다 보니까 방방곡곡을 다녀야 해요. 버스 타고 노트북 가지고. 근데 또 이제 영업이다 보니까 구두도 신고.


 언제 한 번은 겨울에 바람이 부는 데, 아마 종로 쪽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저는 뚜벅이라 걸어가야 했는데, 오르막인데 바람도 너무 심해서 네 발로 기어 올라간 적도 있어요. 


 근데 그때 당시 제가 무엇보다 제일 힘들었던 거는, 우리가 하는 일은 경험을 해야지 일이 더 잘 되는데, 일을 모르다 보니까 계약이 안 나오고, 계약이 안 나오면 경험을 못 쌓아서 영업이 안 되는 거예요.

 

 (악순환의 반복이구나.)

 

 네. 그래서 우리 업계는 잘 되는 사람만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누구는 입사하자마자 한 일을 저는 7개월 차 때 배운 것도 있어요. 그래서 업무도 힘든데 내가 뒤떨어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맨날 출근할 때 울고 퇴근할 때 울고.


 진짜 너무 힘들어가지고 결국 퇴사를 했어요. 몸 좀 추스르고 다시 취업을 하려 했거든요. 이제 내가 이 일을 안 하고 그냥 일반에 회사에 들어가 볼까 했어요.

 

 (경영지도사를 안 하고 다른 일반 직종으로 취직을 계획하셨던 거군요.)

 

 근데 갈 만한 데가 없는 거예요.


 이전 회사에서는 다른 회사들처럼 어떤 직무를 맡아서 하는 게 다니다 보니까 뭘 해야 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전략팀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래서 고민하고 지원했는데 또 떨어졌어.


 그러다가 전 회사에서 알고 지내던 분께서 일거리를 줘가지고 일을 하게 됐는데 그때 내가 잊고 있던 그 재밌는 느낌이 딱 돌아오는 거예요. 그때 분명 많이 힘들었는데. 내가 다시 이 일을 하니까 밤늦게까지 해야 하는데도 엔도르핀이 올라오면서 아, 나는 이 일을 되게 좋아했구나, 마음대로 안 됐을 뿐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퇴사 5개월 차 만에 다시 경영 컨설팅을 하자고 결심을 하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기 시작했죠. 

 

• 회사에 소속되어 일해도 힘들 텐데 프리랜서로 일하면 더 힘들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 경영지도사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고생은 또 그때부터 시작이었죠. 고객을 만날 수가 없더라고요. 퇴사하고 반년 가까이 차니까 돈은 돈대로 떨어진 상태인데, 저는 이제 회사를 연결해 본 적이 없으니까 영업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아는 분께 일을 받아서 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제 일을 개척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렇게 22년 3월에 사업자를 내고, 마케팅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버는 돈은 심지어 내 생활비까지 깎아가면서.


 그렇게 밖에서 1년을 넘게 있었어요. 마케팅비를 쓴다고 해서 그게 다 계약 체결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마케팅비 200만 원 쓰고 100만 원짜리 계약을 하면 100만 원 마이너스지만 그래도 이겨냈어요.


 카드값 내는 날이 진짜 빨리 오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는 기본급이 있으니까 그런 걱정 안 되는데, 밖에 있으니까 하루도 안 빠지고 돈 걱정을 하고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힘들면 포기하고 싶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이상하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또 외골수라서 한 번 이거다 싶으면 거기에 완전히 몰두하거든요.


 제가 힘들긴 해도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고 업무 꾸준히 하다가, 한번 사업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개인사업자로 반년 정도 하다가 마케팅을 해서 고객을 만났는데, 수백억 대 자산가인 아버지를 둔 아들을 고객을 만난 거예요. 근데 그 아버지가 내 명함에 있는 주소를 보더니 전화가 온 거야. 사무실을 이거 어딘지 자꾸 말해보래요. 내가 사기꾼 같다면서 신분증이랑 다 보내라는 거예요. 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니고 미팅만 한 번 했는데.


 근데 그때 저는 28살이었고, 상대는 50대 후반 아저씨였어요. 그런 아저씨가 윽박지르고 그러는 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런 취급을 받고 나서 딱 한 가지 든 생각은 제가 더 위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이었죠. 그래서 위만, 앞만 봤어요.


 하지만 의지는 이래도 현실은 이러나저러나 저는 늘 고객을 만나는 거에 대해서 힘들었죠.


 그런데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게 제가 그 밖에서 한 2년 동안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 별짓을 했잖아요. 크몽에도 올리고 네이버 엑스퍼트에도 올리고 숨고에도 올리고 마케팅은 없는 돈 쪼개가면서 하고.


 우연히 크몽에서 한 대기업 파트장이 내 이력을 보고 연락이 온 거예요. 새로운 사람은 무조건 만나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만나러 가게 됐어요.


 근데 이쪽은 같이 일하려면 강의를 해야 한 대요. 그래서 강의도 시작하고.


 그렇게 결국에는 내가 과거에 했던 모든 것들이 뭉쳐지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일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자료들도 많고 이 회사의 시스템적으로 내가 필요한 상황이고 하니까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가 있는 거고.


 저는 정말 간절했던 게 있었던 거 같아요.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뭘 해야 할지만 생각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아직도 뭐 안정된 건 아니라서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오히려 바쁜 게 너무 좋아요. 옛날에 회사를 다닐 때는 일이 많으면 싫었는데, 지금은 누가 나를 찾아준다는 이 순간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요.

 

 (그러면은 지금은 사실상 일상이 거의 일로 돌아가겠어요.)

 

 네. 거의.




5.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 현재 삶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만족하시나요?

 지금은 솔직히 조금 덜 피곤했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조금 왔다 갔다 해요. 엄청 힘들다랑 버틸 만하다가 왔다 갔다 하는데. 아직은 바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정신력 싸움이긴 하지만 이게 길어지면 오래 못할 것 같아서 조절을 해야겠다.


 근데 웃긴 게 ‘아, 나 이거 죽는 거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게 죽지 않아.’ 이래요. 위로를 원했더니!

 아무튼 조금은 아이러니한 게. 조금 편했으면 좋겠지만 편한 순간 나는 일거리가 없는 거다 보니까. 중간이 없는 것 같아.

 

 (그래도 조금 쉴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네. 내 맘대로 조절이 안 되다 보니까. 

 

 (그래도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네. 내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 거 같아요.

 

• 그렇다면 이렇게 살고 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 같나요?

 좀 신기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신기하게? 어떤 면에서?)

 

 일단은 되게 공격적으로 살고 있다 보니까.

 보통은 제가 무슨 일하는지 대부분 몰라요. 설명해도 모르다 보니까.

 쟤는 뭔 일하는데 저렇게 바쁘지? 사는 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뭔가를 하는 것 같긴 한데?

 이러면서 일단 신기해할 것 같고.

 업 자체가 희귀하다 보니까 신기해할 것 같고.

 노력한다. 열심히 산다. 잘 지낸다. 이렇게 생각할 거 같아요.

 

• 혹시 나를 신기하게 여기고 뭘 하길래 이렇게 바쁘게 사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아. 저는 사람들이 절 좀 더 신기해했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로 내가 뭔가를 열심히 하는 거지. 

 관종기가 있어서 그런지 약간 신기해 보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웃음]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을까요?

 이건 개인적인 건데…….

 제 첫째 강아지가 작년에 죽었어요.


롤스

 작년에 제가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때 강아지 케어 때문에 두 달간 매일 본가를 오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대단히 힘든 시기였어요, 그때가. 일거리가 없어도 일단 서울에 와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상황.


 그러던 와중에 고객사랑 만날 일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본가에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침에 강아지 산책을 해야 하는데, 대리 불러서 갈까? 이러다가 솔직히 갈 수 있었어요. 근데 대리비도 비싸게 느껴지고,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날 딱 하루 안 갔어요.


 그날 새벽에 강아지가 죽었어요.


 강아지가 그 뇌종양이었는데 징조 없이 급사한 케이스였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 피곤하다, 이러고 있었는데 그 새벽 4시 반에 아빠한테서 전화가 온 거예요. 언제 오냐고 전화하는 건 줄 알았는데, 와,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아빠가 ‘롤스가 죽었어!’이러는 거예요.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 새벽에 운전해서 본가로 갔어요.


 사람이 느낌이란 게 있더라고요. 죽을 것 같다는 감이 와요.


 아빠가 강아지가 죽었다고 전화가 오긴 했는데, 아직 죽은 게 아니라 숨이 붙어있었고 동물 병원 응급실에 간 거였어요. 근데 촉이 무서운 게, 저는 갑자기 얘가 죽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너무 아끼는 내 동생 같은 강아지였고, 당연히 20년 같이 살 줄 알았는데.


 아침에 병원에 도착해서 보니까 얘가 시력이 없다는 거예요. 원래 눈이 겁나 좋거든요.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뇌종양인 줄도 몰랐어요. 쓰러졌으니까 수액도 맞고 검사도 다 했는데 원인을 모르는 거예요. 결국 최종 방안이 MRI 찍는 거라는 거예요. 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해서 이게 위험해요. 근데 우리는 얘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원인을 알고 싶으니까 머리 MRI를 찍었고, 뇌종양이 나온 거죠. 머리에 3cm짜리가.


 그걸 보니까 아, 끝났구나, 이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그날 저녁에 하늘나라로 갔어요.

 이게 12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에요.

 정말 후회해요. 그 순간에는 같이 있을걸.


 좀 이상했던 게, 고객사랑 만난 당일 아침에 본가에서 올라간 거니까. 롤스가 원래 소파에서 자거든요. 내가 그날 아침에 나와줘서 6시에 일어났어. 근데 갑자기 내 여기 무릎 붙어 있는 거예요. 그날 이상하게 그러는 거야.


 나한테 인사하고 간 것 같아.



 죽고 나서야 알았지만 롤스가 죽기 며칠 전에 갑자기 살이 빠졌어요. 식성이 엄청 좋던 애가 밥을 한 그릇 먹던 걸 반 그릇 먹는 거예요. 저는 얘가 나이가 열한 살이니까 식욕이 좀 줄었나 했어요. 간식은 또 잘 먹고 하니까. 더군다나 병원에서는 얘가 살이 너무 쪘으니 다이어트를 좀 시켜라 해서.

 산책 갈 때는 신나게 뛰어다니고 그러니까 전혀 몰랐고.

 차라리 먹고 싶은 거라도 잔뜩 먹게 해줄걸.

 

 (예기치 못하게 닥친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이 너무 큰 상처가 됐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다짐을 한 게, 나는 이제는 피곤해도 고민은 안 한다. 그냥 하면 하는 거다. 그 마음이 지금도 이어져 있어요.

 롤스와의 이별은 가장 후회하는 일이지만 그 이별을 통해서 성장한 것 같아요.


 있을 때 잘하자, 지나간 기회는 없다. 그런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귀찮아서 미뤄두는 것 없이 일단 받아들이고 하자!



• 반대로 내가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을까요?

 자격증 딴 거는 신의 한 수였죠. 어, 진짜로.


 왜냐하면 약간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은 게. 자격증 뭐 따지? 하고 있을 때 그 자격증이 눈에 딱 들어왔어요. 운명처럼.

 그리고 사람은 생각한 대로 간다는 게 난 진짜 맞는 것 같아. 고등학생 때도 정장 입고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정장 입고 일하고.


 (내가 꿈꿨던 대로 살고 있다.)


 조금은 내가 생각했던 거랑 흡사한 꿈을 이룬 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경영지도사를 따고 나서 회사에 입사한 것도 잘 한 것 같아요.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었는데. 물론 힘들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어요. 아, 이런 세상이 있구나.


 왜냐하면 저는 경영지도사를 따면 은행이나 이런 곳에 취직하는, 직장 같은 개념을 많이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으니까. 근데 은행 몇 곳을 지원했다가 다 2차까지 가서 떨어지고 이러니까 더 이상 취준하기 싫은 거예요.


 그때가 스물일곱이기도 했고. 근데 운명이란 게 있는 것 같은 게, 1년 취준생활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그 회사가 눈에 보였어요. 심지어 그 회사 담당자가 내 이력서도 열람해 본 거 있죠.

 그리고 지원했던 다른 회사는 결국 다 떨어지고 그 회사를 가게 된 거죠.

 거기서 정해진 급여가 아니라 내가 한 만큼 받는 세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딱 고정된 급여를 받는다는 게 고정관념이 깨졌다.)


 대신 한 만큼 받는 거니까 못하면 못 버는 거긴 한데. 이제 그만큼 도전적으로 다들 살고 있고. 그냥 되게 힘들었던 것만큼 엄청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 되게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고. 뭐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때가 있기 때문에 저는 지금 내가 있다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신가요?

 일단은 목표라고 하면은 이 분야에 관련해서는 이 분야, 이 중소기업 컨설팅 관련해서는 실력을 쌓고 싶어요.

 그리고 추상적이긴 한데 좀 능력이 생기면은 좀 가족들을 다 부양하고 싶어요.


 (내가 가족들을 다 부양하고 싶다.)


 네. 여유가 되면은 그러고 싶어요.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것 말고 또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 이런 건 없을까요?)


 영양제 사업 이런 거 해보고 싶어요.


 (갑자기 영양제?)


 제가 일하다 피곤해서 영양제를 먹으니까 이게 팍 효과가 오는 거예요. 그래서 영양제 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영양제 만드는 견적도 넣어봤어요. 그런데 비용이 몇천만 원이고. 음 접어야겠군. 지금은 아니다.

 근데 주변 사람들도 저한테 물건 팔면 잘할 거 같다고 그래 가지고 영양제 사업, 괜찮을 거 같다.


 (본인이 효과를 많이 봤구나.)


 네. 근데 영양제가 호불호가 있으니까. 아니면 뭔가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어요.


 (지금도 본인의 능력을 팔고 있는 거잖아요.)


 어떤 물건을 팔아보고 싶어요. 판매하는 게 재미있어 보여요. 막연하게 그냥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당장은 일하는 게 바쁘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


 건강기능식품 책까지 사봤어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웃음]


 (정말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영양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은 처음 만나요.)




7. 기타 질문 


• 우리 또래 2030 인터뷰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묻고 있는 질문입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혼, 하고 싶나요?

 하고 싶어요.

 

 (어째서인가요?)

 

 네. 이게 왜 하고 싶냐면, 내 편. 내 편이 있으면 좋겠어. 가족으로 묶인 내 편.

 저는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이랑 가족들은 내가 보살펴야 될 분들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민정님은 집에서 막내로 알고 있는데.)

 

 막내죠.

 

 (그니까 내가 보기에 내 가족들은 내가 돌봐야 하는 대상인데, 남편이 생기면 나도 의지할 수 있고 서로 의지하면서 도와주는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네. 저도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를 온전하게 다 이렇게 받아주는. 나 힘들 때 힘들다고 하고 슬프다 슬프다고 할 수 있는.

 

 (그래서 그런 사람은 아마 남편일 것 같다.)

 

 근데 남편도 보살피는 영역에 들어올 수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보살피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도 저한테 강아지 키우는 거 보면 애 키우면 잘 할 거 같다는 그런 얘기를 해요.

 처음에 저는 내가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냥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저는 보살피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남자도 좀 얌전한 사람이 좋아요. 

 

 (내가 이끌고 내가 리드하고 그럴 수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네. 이걸 깨달은 게 얼마 안 된 거 같아요. 옛날에는 막연하게 돈 잘 벌고 능력 있는 사람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런 것보단 내 품 안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아요.

 제가 돈 많이 벌어서 가장이 되고 싶어요.


 아무튼 비록 지금은 사실 환경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여유가 없지만, 나중에 여유가 좀 생기고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도 하고 싶다.


 근데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 일찍 결혼했다가 벌써 이혼한 친구들도 있고 그렇거든요.

 

• 그렇다면 출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낳고 싶어요. 2명. 첫째 남자. 둘째 여자. 

 

 (성별도 정해놨어요?)[웃음]

 

 네. 첫째 남자, 둘째 여자, 자연분만. [웃음]

 

 (자연분만!)[웃음]

 

 근데 난 제왕절개로 태어났어. [포복절도]

 제가 친오빠랑 사이가 좋거든요. 오빠도 나 힘들 때 챙겨주고, 나도 오빠 힘들 때 챙겨주고. 그리고 제가 볼 때 외동은 좀 안 좋은 거 같아요. 형제가 있어야 재미있게 자랄 수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엄마 아빠 모두 일하니까 오빠랑 서로 의지해서 지냈고.

 

 (그래서 결혼하면 아이를 꼭 둘 낳고 싶다.)

 

 돈 많이 벌면 세 명도 괜찮아요.

 

• 최근 저출산 기조의 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경제적인 게 1번.

 그런데 TV 보면 애 키우기 싫게 만들더라고요. 금쪽같은 내 새끼 이런 거 보면 아기 너무 낳기 싫어. 너무 무서워. 그러니까 그런 것도 약간 애들 혐오 이런 거를 좀 키우는 것 같아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여러 콘텐츠들이 아이들을 혐오할 수밖에 없는 느낌으로 조장되어 있는 것 같다는 거군요.)

 

 네. TV 보면 결혼하기 싫어요. 결혼 상담해 주는 그런 프로그램 같은 것도 그렇고. 좀 자극적이고 나쁘고 좋은 모습이 아니라.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문화적인 영향력도 조금 있는 것 같다.)




8.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어필하고 싶은 게 있나요? SNS 홍보나, 자기PR 등

 저는 제 꿈을 홍보하겠어요.

 

 (어떤 꿈인가요?)

 

 저는 페라리 로마를 사고 싶어요.

페라리 로마_출처 : 페라리

 (왜 페라리일까요?)


 원래는 람보르기니를 타고 싶었는데. 최근에 보니까 페라리가 이쁘더라고요.

 제가 스무 살에 대학에서 자기 꿈을 적으라는 게 있었는데, 사진 보니까 거기 람보르기니 그려져 있어요. [웃음]


 (혹시 마지막으로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따뜻하고 냉정한 것 같아. 


 (이거 무슨 관종 발언이에요?)


 그리고 관종이기도 해요. 근데 약간 내성적인 관종. 관심 안 주면 서운한데 너무 관심 가지면 부담스러운. 스포트라이트 받는 건 싫어요. 근데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정리하자면 민정 님의 성격은 은근 따뜻하고 냉정하고, 집요하고, 자존심 세고, 내성적인 관종이며 은근 외골수다.)


[박장대소]




9. 마침


•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고등학생 때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 꿈을 이뤄나가는 민정 님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오늘 인터뷰 어떠셨나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 오늘은, 여기 ] 프로젝트 소개 및 전체 인터뷰 목록

[ 오늘은, 여기 ] 송민정 편 인스타툰 예고편 보러가기

https://www.instagram.com/p/C8I9vw7vrp0/?igsh=MWZvY2dldXRhejlmag%3D%3D

매거진의 이전글 [ 오늘은, 여기 ] 8. 젊은 사업가, 죵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