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짱이 될 거야!
일곱번 째 인터뷰이는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고 계시는 취준생이자
인스타툰을 그리고 계시는 오터님입니다!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지금 하고 있는 일
3. cg 3D모델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 cg공부할 사람 집중!
4. 조각과의 진상
5.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7. 기타 질문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3D 모델링 관심있는 분들 DM 주세요.
9. 마침
이름 : 오터
나이 : 만 27세
성별 : 여성
학력 : 대졸(학사) / 조각과
경제력 : 월 50 용돈 받습니다.
제 이름은 오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본명으로 불러주세요. 눈에 띄고 싶지 않거든요.)
[카페에서 별명을 부르는 게 부끄러운 모양이다.]
여성이구요. 근데… 요즘 약간 예민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데, 옛날 의미에서 약간 남성스러운 면이 많은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에서 남성스러운 면이 많다고 느끼시나요?)
일단은 젠더 이슈는 좀 살짝 치워놓고 얘기를 하자면…… 그냥 어릴 때부터 치마보다는 바지를 좋아했고 예쁘게 꾸미는 거라던가 이런 거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짧은 머리를 좋아하고 옷 스타일도 막 샤랄라 한 거보다는 중성적인 느낌을 좋아해요. 또 어릴 적 친구를 사귈때도 편을 가르거나 독차지 하려는 여자애들이랑은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냥 단순하게 재미있으면 친해지는 남자애들이 더 편했던 부분들을 떠올리면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나는 남성적인 성향이 조금 더 있는 것 같다는 거군요.)
네.
(전공을 여쭤봐도 될까요?)
대학생 때 전공은 조각이었습니다. 학사까지만 하고 졸업했고 대학원은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그만 공부하고 싶었어요. 머리에 뭔가 새로운 걸 자꾸 집어넣는 게 힘들더라고요. 계속 새로운 지식을 계속 쌓아야 되는 게.
(그러면은 현재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현재는 취준 중이기 때문에 따로 알바를 하고 있지도 않고 아빠한테 50만 원씩 용돈을 받으면서 그거 내에서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공부를 시작한 지는 한 3년 차 되는 것 같아요.
(일상은 어떻게 돌아가나요?)
일상이요? 그냥 일어나서 학원와서 자습하다가 집에 가고. 그중에 며칠은 이제 학원 수업이 있어서 왔다 가는 거고. 그러고 요즘은 인스타툰도 좀 그리고 있고요.
(인스타툰을 그리는 목적이 뭔가요?)
하나의 힐링 활동.
제가 이제 MBTI가 소문자긴 하지만 e거든요. 그래서 다른 인격체와의 소통에서 힘을 좀 얻는 게 있어요.
직접 만나 뵙고 막 이 정도는 아니어도, 누군가가 내 컨텐츠를 보면서 소통을 하고 또 그 사람의 콘텐츠를 보면 또 소통하는 이런 과정이 저한테는 힐링이 되더라고요.
(너무 취준만 하면 침체될 수도 있는데 시간을 크게 쓰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게 사실 좋은 밸런스인것 같네요.)
저를 약간 양지로 딱 놓을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지금 컴퓨터 그래픽 (=CG), 그중에서도 영화 계열 3D 모델링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CG, 3D 모델링, 이러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초록 옷을 입은 사람이 골룸이 된다 정도의 지식만 있거든요. 혹시 이 분야에 대해 가볍게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CG 내에서도 분야는 굉장히 다양해요. 가볍게 설명을 하자면…….
초록색 쫄쫄이에 점이 찍혀 있는 게 골룸이 된다로 말씀 주셨으니까 골룸에 비유해드릴게요. 3D 모델링은 그 골룸의 형태를 만드는 거예 요. 그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보는 그 새로운 모습을 만드는 거죠.
(그러면은 그 모습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 모습을 입히는 사람도 따로 있는 건가요?)
네. 분야가 많아요.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랑 대기업은 업무 세분화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에 차이가 있잖아요. 저희도 똑같아요. 대기업으로 갈수록 더 좁고 전문적인 업무를 하게 돼요. 이제 잘 세분화가 되어 있는 회사를 좀 예시로 말씀을 드리면, 저같은 모델러들은 필요한 형태를 만드는 일을 하게 돼요. 물체든 크리쳐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형태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리깅을 하는 리거가 있는데 그 사람들이 뼈대를 심고 관절에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후로도 분야와 과정이 매우 많음!]
(세분화가 잘 되어 있는 팀에서는 진짜 역할이 많은 거네요. 그래서 CG가 비싸다는 거군요.)
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CG는 많이 저평가되어 있는 직종 중에 하나예요.
(사실 우리나라에는 예술 직종에서 그런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맞아요. 맞아요.
사실 대학 들어갈 때부터 순수 미술을 하겠다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저는 굉장히 상업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애초에 작가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을 되게 오래 했었어요.
원래는 개인적으로 구체관절 인형을 하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부업으로 그래도 지속적인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지 않을까해서 시작을 했던 게 부풀려져서 3D 모델을 준비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주객전도가 돼서 이게 본업으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CG를 내 메인 직업으로 꿈꾸면서 준비를 하고 구체관절 인형은 취미로 하고 싶다.)
네 [구체관절인형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해보고는 싶다.
(그런데 왜 하필 CG, 그것도 3D 모델링이었을까요?)
이것도 과정이 좀 긴데.
전에 인터뷰 중에 첫 번째 분이었나?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했어요. 선택의 연속이었다.
저도 선택의 연속이었거든요.
처음 시작은 학원에서 들은 한 달짜리 특강이었어요. 애프터 이펙트라고 영상편집 툴이 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재밌는 거예요. 영상 편집하고 이러는 게.
사실 영상편집은 고등학교 때도 몇 번 했었어요. 그 때 영상편집을 하면서 내가 연출을 한다거나 이런 거에 좀 흥미가 있고, 감각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있어서 처음에는 고정적인 수입거리로 유투버 편집자나 간단한 영상편집 외주를 받아야지 생각했어요. 어쨌든 그 영상편집 수업을 들으면서 또 고민을 했던 지점은 기초 단계를 배우고 나서부터 3D 쪽으로 관심이 생긴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조각을 전공을 하기도 했고 항상 입체를 다루던 사람이니까, 내가 이 전공을 살릴 그런 의지가 있다면 이걸 살리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어요.
내가 그동안 배운 게 입체인데.
그래서 멘토쌤한테 ‘모델러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해서 이제 전향을 해가지고 3D 모델링을 배우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전공을 살렸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현재 공부하는데 조각전공하면서 배웠던 것들 이게 많이 도움이 되고 있나요?)
네. 프로그램 공부는 완전 다른 영역이지만, 어쨌든 얘로 어떤 아트웍적인 룩을 만들어내야 되잖아요. 수준급의 작업물을 만드는 데는 그걸 볼 수 있는 눈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 눈이 어느 정도는 탑재가 되어 있으니까 그게 도움이 많이 됐죠.
(대학에서 배운 것들과는 전혀 관계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오터 님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된다니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진짜 결과물 주의예요.
(성과주의구나.)
학벌 이런 게 아예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졸들도 충분히 도전하는 그런 직종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일단 포폴[포트폴리오]을 만들고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공고가 올라오면 자소서와 포폴을 제출하게 되고, 그 후에 면접을 보고 최종으로 합격여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주의 답게 포트폴리오가 훌륭한 사람이면 다른 직종에 비해 면접의 중요도는 다소 적은 것 같아요.
(어떤 식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나요?)
제가 하고 있는 3D모델링의 포폴은 첫 포폴이라는 가정 하에 일단 두 가지가 들어가야 돼요.
하나는 유기물, 하나는 하드 서페이스(hard-surface).
하드 서페이스는 이제 딱딱한 물체들, 예를 들면 로보트나 자동차 이런 거 많이 하고 유기물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이런 좀 이런 살성이 있는 것들 있잖아요.
(아무튼 딱딱하지 않은 거죠?)
네. 아무튼 딱딱하지 않은 그런 거. 그래서 2개를 다 만들어야 ‘나 이것도 하고 이것도 할 수 있어!’가 돼요. 기본적인 거죠.
(그러면 ‘나 이거 말 말랑말랑한 것도 하고 딱딱한 것도 할 수 있다. 내가 만든거야. 한 번 봐줄래?’ 하고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네 보내는 거예요?)
네.
(이쪽 분야는 일반적인 사무직군에 비해서는 결과물이 얼마나 뛰어나냐가 취업의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 거군요. 오터 님은 지금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거고.)
네. 룩을 계속 디벨롭하고 있어요.
(오터 님은 말랑말랑한 쪽과 딱딱한 쪽 중에 어느 쪽을 더 주력으로 삼고 있나요?)
저는 말랑말랑한 쪽이요.
(말랑말랑한 쪽이 더 어려운가요?)
이게 취향이나 그런 거에 따라 다른데. 대체로는 유기물을 더 어려워해요.
유기물을 만들 때 알아야 되는 그 기초 상식이 해부학이다 보니 자칫하면 어색하게 보이기도 하고, 또 학원친구의 말에 따르면 저희가 사용하는 모델링 프로그램(Z-Brush)은 적응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실력만 있다면 고졸이라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분야의 입문 난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입문 난이도 굉장히 높다고 생각해요. 알아야 되는 정보의 양이 정말 방대하고 이 시대를 따라가려면 계속 공부해야 돼요. 전 이걸 선택함으로써 평생 공부할 팔자가 돼버렸어요.
(사용하는 도구 자체가 4차 산업혁명의 도구이기 때문에 확실히 성과만 잘 내면 누구든 할 수 있지만, 들어오는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 그거는 나도 모른다라고 말씀을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 느낌이다?)
네. 그래서 그런지 선배분들이 많이 하는 말이 ‘너 진짜 이거 하고 싶어?’이거예요.
약간 무슨 아이돌 준비하는 애들 가르치듯이, 너 이거 진짜 하고 싶은 거 아니면 당장이라도 그만둬. 이렇게 말을 할 정도로 정말 의지가 꺾이지 않아야 할 수 있는 준비를 끝까지 할 수 있는 그런 직종인 거 같아요.
(혹시 앞으로 3D모델링 분야로 취업을 준비할 예정인 사람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학원을 잘 골라서 가세요. 하하!
저 진짜 학원 처음에 잘못 골라가서 1년 반을 버렸거든요.
(그럼 취업 준비 3년 중에 1년 반은 버린 거예요?)
그렇죠.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러면은 학원 잘 고르는 거 말고는 뭐 하지 마라 뭐. 이런 말은 없을까요?)
아, 그거는 제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요.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현실을 알려주면 또 그만두는 학생들도 생길 거기 때문에. 살짝 몰라야 해요.
뭐랄까 결혼 같은 거예요. 저질러야지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 멋모를 때 저질러 놓고 아 이제 돌아갈 수가 없어야 해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터 님은 웃었다.]
근데 할꺼면 학원이든 과외든 무조건 잘 보고 가세요.(매우 중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단에 첨부된 인스타툰 계정으로 DM주시면 아는 범위 내에서 친절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아직 제가 취업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어요. 포폴을 아직 완성을 못 했어요.
(지금 포폴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있군요.)
네. 지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고, 그 유기물 하나, 하드 서페이스 하나가 필요하다 했잖아요. 그 유기물 포폴의 마무리 단계를 계속 걷고 있고. 이제 이거 끝나면 하드 서페이스 포폴을 또 만들어야 돼요.
일단 목표는 10월까지 완성인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하면 하겠죠!)
해, 해내야 됩니다.
(그럼 공부하는 건 어떤가요? 재미있나요?)
놀랍게도 재밌어요.
(놀라울 정도의 일인가요?!)
놀라워야 돼요. 이게 처음에는 진짜 짜증 나거든요. 이게 프로그램이 너무 방대하고 무거운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정말 나는 아무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에러가 날 때가 많고 막 지 혼자 꺼져버리기도 하고.
(컴퓨터가 그 사양을 못 따라가는 거구나.)
네 그래서 진짜 화가 많아져요
이게 진짜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저는 [조각을 할때] 이것과 이 도구를 들고 이렇게 깎으면 이런 모양이 그냥 나왔잖아요. 굉장히 직관적이란 말이에요. 굉장히 단순하고.
근데 컴퓨터로 3D를 다룬다는 거는 달라요. 화면은 어쨌든 2D인데 얘가 3D처럼 모양을 보여줄 뿐이라는 점에서의 괴리감과 내가 원하는 모양새를 뽑기까지의 과정이 단순하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서 머리카락을 만든다. 라는 작업을 그냥 조형작업을 할 땐 실 가지고 와서 그냥 꽂으면 되거든요. 근데 컴퓨터로 머리카락을 만들어내려면 그 프로그램의 매커니즘을 다 이해한 후에 여기에 이렇게 생긴 가드 하나를 심고, 이 주변 얼만큼의 영역에 얼마만큼의 밀도로 머리카락이 어떤 모양으로 날 건지 이런 거를 다 명령어를 입혀서 랜더를 돌려야 볼 수가 있어요.
(내가 입혔는데, 랜더를 돌리기 전까지는 제대로 입혔는지도 모르는 상태인 거군요.)
네. 그러니까 이게 너무 힘든 거예요. (웃음)
(그죠. 코딩도 일단 짤 때까지는 몰라. 돌려봐야 알지. 헬로 월드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웃음])
네. 그 영향은 부모님한테 받았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전공이 디자인과였거든요.
저도 그래서 어릴 때부터 미술을 접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디자인과를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디자인과 전공 하려고 예고를 갔거든요.
근데 [예고에] 가면 1학년 때 모든 과를 경험해보게 해요. 그리고 2학년 때부터 이제 자기 전공을 선택해서 공부를 하는 거거든요. 근데 조소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한 학기만 해볼까 했다가 그대로 대학까지 가게 된…….
(조각과에서 공부할 때는 어땠나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면 거의 건축을 하고, 장비를 들고 뭐 썰고 이런다던데. 그 실체를 알려주세요.)
방금 하셨던 말씀. 다 거짓부렁이 아니고요. 실제로 다 했어요.[웃음]
실제로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좀 다르기는 한데. 저희 학교에서는 모든 걸 배워요. 목조도 배우고 석조도 배우고 인체에 소조도 배우고 그렇다 보니 톱질, 망치질은 기본이고 고속절단기를 쓰기도 하고 심지어는 철조도 배워서 용접도 해요
(용접까지요?)
저희 티그용접도 배우고 산소용접도 배우고.. 그니까 작가 생성 공장.
(야, 다 가르쳐 줄게 일단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서 잠깐 해봐. 이런 느낌인 걸요. 그러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겠네요.)
네. 그렇죠. 저희가 인체 소조를 한다 했잖아요 그거는 베이스로 학기마다 하나씩 하고 거기에 추가로 석조 목조 이런 거를 하는 거예요. 한 학기에 3작업씩?? 그래서 더 힘든 거 같아요.
(이제 조각 과에 오면은 인터넷에서 봤던 그 모습을 그대로 살 수 있는 거군요.)
사실 그것보다 한 23배 정도 더 힘들어요.
그런 밈이 있잖아요. 미술 하는 애들 디자인과 막 이런 애들 되게 힘없이 다니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라고. 사실은 훨씬 힘든데 그거에 어필할 힘도 없어서 그냥 그러고 있는 거라고. [웃음]
사실 딱 지금만 얘기를 하면은 전 꽤 해피한 상태예요.
이미 그 고통의 과도기를 넘었어요. 저에게도 정말 고통스러운 기간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비대면 수업이었어서 진짜 집에서 히키코모리처럼 지냈어요. 컴퓨터 화면이 잘 보여야 되니까 방에 블라인드는 다 쳐져 있고. 그러니 방은 어둡고 컴퓨터랑 나밖에 없고. 그냥 자고 작업하고 자고 작업하고 이게 반복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매너리즘도 오고 그런 ‘내가 이걸 이렇게 계속 하는 게 맞나?’ 고민하는 시기도 오고 이랬는데,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좀 생각이 확 전환이 돼서 지금은 굉장히 해피한 상태입니다.
(취준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그래도 걱정하기 보단 당장을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면 될까요?)
딱히 더 해피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그냥 상황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냥 빨리 하기나 해 약간 이런 마음 상태.
(그래도 일단은 부모님의 용돈 지원을 받으면서 취준을 할 수 있다는 거는 좀 큰 축복인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이 질문에 대해서 미리 보고 생각했던 게 있어요.
일단 제 직종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까 많이들 안 하고, 아예 모르는 영역이기도 하다보니, 보통 ‘아 진짜 대단하다. 멋있다’라고 하거든요.
근데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일을 이미 하고 있다라든가 아니면 조금 불편한 시선을 가진 그런 사람들은 저를 보고 ‘저렇게 오래 할 일인가? 진짜 취업하고 싶은 애 맞나?’ 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원래 이 직종은 이렇게 길게 준비를 해? 이렇게 질문을 받기도 했어서. 좀 쟤는 취업준비 호소인이 아닌가 싶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딱히 할 말은 없어요.
(하지만 사실 1년 반을 날렸고, 이제 막 2년차 되어가고 있는데 억울한 마음은 안 드나요?)
일단은 제가 취업 준비 중에 실제로 취업호소를 하면서 좀 해이한 마음으로 할 때도 있었고. 그때가 그 이제 그 심연의 기간.[웃음] 그때는 취업 준비를 멈추지는 않았지만 마음가짐 상태가 글러 먹어 있던 상태였어요. 애초에 좀 금방금방 준비해서 들어갈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근데 제가 그런 사람들한테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제가 무슨 말을 하든 내가 옆에서 ‘나 이런 거 이런 거 한다.’ 매일매일 일기 보여주듯이 하는 게 아니면 이 사람들이 뭐 좀 납득하지도 않을 거고. 그냥 어쩌겠나 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에요.
(저라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제가 기본적으로 사람한테 기대를 잘 안 걸어요.
(약간 인간 불신이 있구나.)
심해요.
그러니까 사람은 되게 좋아하는데 인간한테 그렇게 기대를 크게 걸지 않는.
그냥 이 사람이 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없어요.
[처음 만나본 인간불신 인터뷰이에 당황했다.]
(혹시 무슨 상처가 있었나요? 혹시 어린시절에? 약간 과거에 혹시 뭐 내가 인간에게 큰 배신을 당했다던가 뭐 어린 시절에 엄마가 사실 내 세뱃돈을 써버렸다거나?)
세뱃돈은 다행히 지켜주셨습니다.[웃음] 저는 원래 해피 바이러스였는데, 살다 보니까 사람들이 생각보다 그냥 나처럼 순수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내가 지금 살고 있듯이 이렇게 순박하게만 살면은 이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수가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있었고 몇몇 사건들도 있었고.
저는 그냥…… 평범한,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근데 정말 이루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거를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죠.
(혹시 3D 모델러 업계의 거장이 되겠다 이런 뜻은 없나요?)
사실 그것도 있긴 있는데.
(있었어?!)
있고, 현재도 마음 한켠에는 CG 야망가가 있어요.
(그 야망 이야기를 좀 해보세요.)
CG를 선택을 하면서 했던 생각은, 내가 이 계열 안에서는 이름을 날렸으면 좋겠다.
제 이름을 들으면 ‘걔? 걔 되게 괜찮게 하던데.’ 이 말이 딱 나왔으면 좋겠어요. 회사에서 나올 때도 제가 없으면 안된다는 안타까운 시선을 받으면서 퇴사하고 싶어요.
(이름만 들으면 바로 알만한 그 업계에 대해서 나름 명성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저는 취업하고 5년을 정말 CG에 갈아 넣고 그 이후로는 좀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후회하는 일은 이 업종을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
(이미 충분히 일찍 시작한 거 아닌가요? 졸업하자마자 시작했는데.)
그렇긴 한데 저는 살면서 대학을 가지 않는다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저희 때는 없었죠.)
네. 저희 나이대는 보통 다들 없잖아요. 근데 요즘 고등학생 애들은 없는 애들도 많더라고요. 전에는 대학이라는 게 굉장히 큰 우대 대상이었잖아요. 그게 평균이었고 그중에서도 더 좋은 학교가 그건 또 약간 살짝의 우대사항이 되고.
엄마 아빠 세대까지 가면은 대학이란 게 정말 큰 메리트였다 보니까 엄마 아빠는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러다보니 이게 우리 세대에서는 평균이 되어버리면서 그다지 메리트가 없게 된 거죠.
(그러면 대학을 안 가고 차라리 이 공부를 먼저 시작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인가요?)
근데 다음 질문이 잘한 일이잖아요.
그것도 대학을 간 거예요.
저는 어떻게 살다 보니까 인서울 학교를 가게 된 거였거든요. 그냥 주어진 태스크를 열심히 이행하다가 보니, 그냥 좋은 결과가 난 거였는데.
제가 그 학교를 다니면서 교수님들도 너무 고리타분하고, 애들 실력 ‘글쎄?’ 이런 생각들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근데 한 3, 4학년쯤 됐을 때 ‘대학교라는 이 공간이 주는 메리트가 있구나.’라고 깨달았던 게, 애들이 갖고 있는 그 목표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애들이 꿈이 진짜 커요. 너무 다양하고.
만약에 내가 이 대학을 오지 않았다면 이런 꿈을 꿀 수 있었을까? 이런 걸 해보겠다라는 그런 마음이 생길 수 있었을까? 난 안 될 거라 생각하고 지레짐작하고 포기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 넓은 풀에 나를 넣어둔 게 참 잘한 일인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꿈과 목적, 살아가고 있는 인생 방향들이 나에게 좀 많은 자극이 되었다. 아주 멋있습니다. 결국에는 후회할 필요가 없는 시간이었네요. 다만 그 경험도 하면서 일찍 시작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 정도.)
이게 계속 ‘아!’[아쉬움의 탄성] 하면서 ‘그래도 잘했지.’ 하다가 또 ‘아!’ 하면서 또 ‘그래도 이게 좋았으니까.’ 하면서 계속 쌓이고 쌓이고 하는 중입니다. 예.
• 혹시 나한테 좀 크게 영향을 끼친 뭐 다른 일 것들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연애도 제 인생에 정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게 좀 종교랑 연관이 되는데…….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해서 종교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기독교 동아리를 들어가서 같은 동아리 사람과 연애를 했는데, 이제 오히려 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저에게 상처를 주는 경험을 했어요. 그러면서 인간 불신도 생기고 사람이랑 잘 살아가려면 이런 마음가짐이 또 필요하겠구나, 나를 이 정도는 지켜야 되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굉장히 휘몰아치게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연애의 과정이 오터님에게 인격적 성장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군요. 그래서 오터님에게 연애는 좋은 영향이 많았나요, 나쁜 영향이 많았나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그거를 잘 영양분을 잘 삼아서 잘 성장을 했다 생각을 해가지고.
(같이 썩을 것인가. 얘만 썩혀서 내 비료로 삼을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그렇죠. 저의 좋은 비료들이 되었습니다.[웃음]
저는 필혼주의자예요.
사람들한테 '결혼 해야 해요!' 막 이렇게 하진 않고요.
일단 저는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는, 어… 심심함을 좀 못 견뎌요.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데 심심할까봐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 인스타툰 명도 심심한 오터의 삶이거든요. 저는 진짜 심심함을 많이 느껴요.
(그래요? 도파민 중독일까요?)
도파민 중독도 있는 것 같고요. 옆에서 어떤 생명체가 움직여야 좀 활기가 생겨요.
(옆에 유동체가 있어야 한다.)
로보트 이런 거 안 되고요.
(아, 하드서페이스는 안 된다.)
하드서페이스로는 안 돼요. 동물도 충분치는 않아요.
약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과 그런 복잡함을 가진 어떤 생명체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내 삶에 평생 함께하는 어떤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 심심하지 않게.)
네. [웃음]
일단은…….
(심심할까봐?)
그거는 심심함보다는 저는…….
이건 좀 복잡한 마음인 것 같은데. 일단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생각보다 막 비혼주의니 막 딩크 막 이런 것들이 되게 최근에 많이 뜨고 있잖아요.
근데 저는 그런 사회 변화에 그렇게 빠르게 섞이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지만 나는 늘 내려오던 그 전통을 고수하고 싶은 쪽일까요?)
상당히 진보적이면서도 그렇게 굉장히 시대를 앞서가는 그런 분들의 마인드에는 또 동의하기 힘들다고 할까요?
그냥 가정도 꾸리고 싶고 기왕이면 아이도 건강하게 잘 키워보고 싶어.
이런 생각이 그냥 한꺼번에 들어요.
(오터님이 어렴풋이 상상하던 미래의 가족 사진에 아이가 자연스럽게 항상 있었던 거네요.)
네.
그리고 아이를 계속 케어하고 그런 것들이, 정말 함부로 말하는 것 같긴 한데, 저는 좀 잘 맞을 것 같아요.
(나의 성향이 아이를 돌보고 육아하는 거가 좀 잘 맞을 것 같다.)
저는 사람을 돌보는 게 좀.. 습관이에요.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삶의 형태가 나한테 맞을 것 같다라고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인 것 같아요!)
이거는 정말 제 주관적인 생각인데요.
일단 첫 시작은 살기 버거워진 사회가 먼저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예전에 막 삼포시대 오포시대 이런 말을 했잖아요.
포기를 해야 되는 요소들이 불가피하게 생기다 보니까, 그것 중 제일 돈이 많이 들고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걸 포기하기 시작했다는 게 첫 시작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포인트는 우리가 원하는 바와는 다르게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만든 느낌?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제가 보기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이를 낳는다는 게 굉장히 당연시 되었잖아요. 마치 그보다 훨씬 전에는 여자는 집안일을 하고 남자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형태가 당연시 됐듯이, 그 안에서 아이를 낳는 것도 굉장히 당연한 시대였는데.
그게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이를 낳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이 나오고 오히려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생기고 하니까. '안 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다들 생긴 것 같아요.
거기에 또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든 현실이랑도 합쳐지지 않았나.
(힘들어 죽겠는데 안 해도 되는 거면 안 할래? 요런 식으로 이제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또다른 선택지가 더 생긴 느낌?
근데 그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선택지가 된 거죠. 근데 아직까진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낸 것 같아요. 얘기 들어보면 결혼은 하고 싶은데 애는 안 낳고 싶어. 내가 아이를 별로 안 좋아해라고 하는 애들은 많지 않더라고요. 애초에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애들은 결혼 생각도 없는 경우가 많고 결혼 생각이 있는 애들은 대체로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CG를 준비하고 싶은 분들은 꼭 태그되어있는 저의 인스타툰 계정으로 DM을 주십시오.ㅋㅋㅋㅋ 절대로 아무 학원에 가시면 안되니까요!
▼ 오터 님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udal_simsimlife?igsh=MTU5Zm5xcm9qYmt3Ng%3D%3D
어 생각보다 정신없이 흘러갔어요. [오터님은 지친 것 같다.]
(정신 없었다니, 어떤 의미예요? [내심 인터뷰이를 너무 피곤하게 한 건 아닌가 걱정했다.] )
이렇게 아예 내 삶을 가지고 인터뷰를 받은 건 처음이다 보니까요.
질문이 쏟아지잖아요. 그죠 자, 다음 질문! 자 다음 질문!
(제가 궁금한 게 많아가지고. [웃음])
그런 거에 대해서. 처음 경험하는 거다 보니까 굉장히 어수선한 답변을 드렸는데.
(아주 말씀 잘하셨어요!)
[민망해하는 오터] 그래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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