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꿈꾸는
여섯 번째 인터뷰이는 인터뷰어 김비실의 절친한 친구 중 하나인 돼돌이 입니다.
돼지처럼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고 해서 돼돌이입니다.
지금은 나이가 좀 들어서 예전만큼 많이 먹진 못하더라고요.
세월 참…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지금 하고 있는 일
3. 어쩌다 여기
4. 운동은 취미가 아닙니다. 살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5.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7. 기타 질문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전기차 사세요!
9. 마침
이름 : 돼돌이
나이 : 31세
성별 : 확신의 남성
학력 : 대졸 / 심리학 학사, 정보공학 석사
경제력 :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을 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수준
저는 돼돌이 입니다. 성별은 확신의 [강조] 남성이고, 학력은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정보공학 분야를 전공해 최종학력 석사입니다.
현재 경제력은 미래를 제외하고 봤을 때 당장에 하고 싶은 건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미래 준비까지 생각하면 생각해야 할 게 좀 많아지긴 하지만…….
사실 옛날에는 경영 정보 시스템이라는 말도 많이 썼습니다.
엑셀. 파워포인트. 이런 오피스 프로그램 같은 게 되게 고급 기술이었던 시절이 있죠.
그 시절에는 그게 정보공학이었고 요즘의 정보공학은 AI 빅데이터 그리고 통계 분석, 데이터 분석 쪽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입니다.
현재 한 외국계 대기업(그런데 이제 한국 문화를 흡수한)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을 하고 있고요. 어떤 상품들이 어떤 고객에게 잘 팔리는지 그리고 고객들의 행동이 어떤 지를 분석하고 모델링 합니다.
되게 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을 그대로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체로 통계예요.
(데이터적인 기술을 사용해서 통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까요?)
그렇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툴은 엑셀입니다.
(엑셀이요? 데이터 분야 쪽은 파이썬을 쓰는 게 아니었나요?)
도입된다고 말이 계속 있었는데, 하아… 아직도 엑셀을 씁니다. 정말 끔찍한 현실이죠.
(저는 여태 파이썬 같은 언어를 사용해서 뭔가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구세대적인(?) 도구를 사용해서 일을 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속닥]
(왜 속삭이시는 거예요?)
너무 속상해서 그렇습니다…….
저는 몸을 움직이는 레저를 좋아하는데요. 최근에는 스쿼시에 완전히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서핑철이 다가오죠.
(아, 서핑철에는 서핑을 하고 서핑철이 끝나면 스쿼시를 하시는 거군요!)
아니죠. 다 하죠.
서핑철이 오면 평일에는 스쿼시를 하고 주말에 서핑을 하러 양양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비는 시간을 헬스로 채우면 됩니다.
(몸 쓰는 걸 왜 그렇게 좋아하시나요?)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6시에 퇴근을 하면 6시 반에 저녁을 먹고 헬스장에 가서 헬스를 1시간 하고 그 밑에 있는 스쿼시 시장에 가서 스쿼시를 2시간 하고 또 끝나고 와서 마무리 운동으로 헬스를 1시간 하고 11시에 집에 갑니다.
[인터뷰어 김비실은 친구가 운동을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퇴근 후 하루에 4시간씩이나 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사실 제 어릴 때 꿈에 스쳐 간 직업들을 굉장히 다양했는데요. 약사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고, 임상심리사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고, 상담사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는데, 그 모든 것의 공통점이 조금 더 내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내가 생각했을 때 워라벨이 좋다고 생각했던 일들이었던 것 같아요.
일단 계기는 어떤 과제였어요. 그때 실험 설계를 했나? 아니면 직접 실험을 직접 하는 거였나? 그런 과제였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그거 하는 게 너무 귀찮고, 너무 싫은 거예요.
저는 원래는 심리학이 굉장히 좋았고 사실 심리학 공부도 계속하고 싶었는데, 내가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실험 설계를 하고, 실험을 진행을 하고, 이 결과를 수집을 해서 뭔가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때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죠. 모수가 커지면 설계가 그렇게 복잡해질 필요가 없다. 큰 모수는 개인차를 무시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모수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겠죠?)
하지만 심리학 실험실은 어지간한 곳이 아니면 사람을 보통 30~50명 정도를 모으게 됩니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도 자기 응답 설문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스킬들이 필요하죠.
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데이터들을 모아서 분석하면 거기에는 자기 편향이 없죠.
(아하! 그러니까 심리학적 실험 설계의 한계와 비효율적인 부분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다가 정보공학이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끼셨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R(언어)을 배워서 빅데이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빅데이터를 가지고 실험을 하거나 분석하는 심리학 연구실이 없었고, 배우면 배울수록 결국에 원한다면 심리학을 비롯해 어느 분야든지 이 기술을 내가 원하는 곳에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특정 전공의 빅데이터를 다루는 연구실에 가기보다는 그냥 이 빅데이터 스킬 자체를 공부하는 연구실을 가고자 정보공학과로 대학원을 진학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거쳐 현재 심리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기업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공부하신 내용은 지금 계신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했어도 됐을 것 같은데, 왜 현재의 직장을 선택하신 건가요?)
일단 제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도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도메인을 정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구직 활동을 하던 중에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겼죠. 플랫폼 스타트업과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
워라밸 측면에서도 그렇고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현재 회사가 더 좋았습니다.
(돼돌이 님에겐 어릴 적부터 워라벨이 중요한 요소였던 모양이네요.)
네. 일단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취미가 다양했습니다. 악기를 다루는 것도 좋아서 피아노, 플롯, 바이올린, 기타, 트럼펫, 젬베, 이렇게 한 여섯 정도의 악기를 배웠었고, 대학생 때는 핸드벨도 했었네요.
그래서 악기 연주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고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싶었는데…… 사실 악기를 배우는 것은 일단 공간이 필요하고요, 악기가 필요하고요, 선생님이 필요하죠.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어요.
어느 정도 악기를 즐길 수 있는 초심자라고 부를 수 있는 레벨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 많은 시간을 투자를 해야 하는데, 대학원에 갔을 때쯤부터는 그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는 인생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하루에 4시간씩 운동에 투자하시는데 시간이 없다고 하긴 좀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돼돌이님은 표정으로 부정의 의사를 밝혔다.] 일단 과거에 즐기던 음악이라는 취미가 사실상 완전히 운동으로 넘어갔다고 보면 되겠군요.)
네. 그게 넘어갔던 것도 고등학생 때까지 공존하고 대학생 때부터 완전히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스트레스가 많아졌던 걸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로 운동 외에 다른 취미가 없으신가요?!)
운동 외에는…… 좋은 풍경을 보는 것.
제가 차박을 다니고 있는데, 사실 차에서 자는 것 자체는 그렇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하지만 차박을 통해서 비로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좋은 풍경을 보고, 밖에서 바람도 많이 쐬고, 불도 피워놓고 불 냄새 맡고 불구경하고, 이런 과정들이 좋아서 밤에서 차에 좀 불편하더라도 감수하고 다닐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아,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몸을 살짝 망쳐도 좋다?)
네. 세상에 몸 망치는 취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중에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그렇구나.)
제 삶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썩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개인적인 만족도로 봤을 때는 만족스럽지 못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경제적인 부분은 만족스러운데 제 커리어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몹시 많아요.
저는 분명히 정보공학 전공하고 파이썬을 주로 사용하면서 이 부분이 내 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부를 선택했고, 그게 미래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쪽 분야로의 일을 계속하고자 결심을 한 것인데…….
막상 와보니 내가 진짜 내 미래를 위해 해야 될 일을 전혀 준비를 하지 못하고 구시대적인 일들만 반복하면서 내 커리어가 침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어요.
(이런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 비슷한데 지금 일을 하고 있는 방식 자체가 내가 꿈꾸고 계획했던 커리어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그래서 업무적인 만족도가 좀 떨어진다는 거군요. 그러면 이직 같은 걸 생각하고 계시나요?)
굉장히 열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직도 결국에는 커리어적인 부분에서 내가 원하던 일들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위한 목적에서의 이직이겠네요.)
그렇죠. 월간 윤종신처럼 월간 돼돌이 자소서를 쓰고 있습니다.
(월간 돼돌이 꼭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제 주변 회사 동료들이나 아니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되게 인생을 잘 즐기고 사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되게 열정적으로 뭔가를 늘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4시간씩 운동을 하고 서핑, 스쿼시… 누군가가 보면 열정적으로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는 하겠어요.)
사실 간절한 회피의 삶인데.
(단지 스트레스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나의 행동들이 남들 눈에는 굉장히 재미있게 산다고 비치는 것 같다는 거군요. 혹시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생각할 것 같나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되게 일반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근데 정말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되게 재미없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되게 조용하고 밖에도 나가지 않을 것 같고, 집에만 있을 것 같고.
(하루에 4시간씩 운동을 하는 사람한테…….)
그래서 이렇게 자꾸 싸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하면은 사람들이 의외라고 생각을 하긴 합니다.
원한다면 당신들도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해보시지요!
그리고 그들은 늘 저에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묻지만, 이 모든 것이 회피라는 진실을 얘기해 주지는 않습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라는 것을 비밀로 하고 나는 취미생활을 멋지게 즐기고 있는 사람인 척하고 있고, 이 비밀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이 진실을 너희에겐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사실 그것도 말하는 게 귀찮아서 말하지 않는 거긴 해요. 회피라고 말하는 순간 무엇으로부터의 회피인지, 왜 하필 그런 방법으로의 회피인지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것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근데 그냥 재미있어서라고 말하면 아무것도 이야기할 필요가 없거든요.
제가 생각해 본 미래의 모습은 같이 나이 든 아내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크고 예쁜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려면 아주 굉장히 좋은 동네에 살아야겠죠? 집 근처에 그런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 있으려면. 그리고 그 나이에 내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 않고 걸어 다니려면 굉장히 건강해야 될 거고요. 벌써부터 걷는데 약간 무리를 느끼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일단 결혼을 해서 그때까지 ‘임자, 나랑 같이 산책 가겠소?’라고 했을 때 ‘그러시죠.’ 하고 나갈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서 그때까지 별 탈 없이 살아 있어야 되고요.
굉장히 평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늘 생각만 해보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데요.
(어떤 생각들을 해보셨나요?)
책을 써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분석을 하는 사람이니까 뭔가 저널 같은 것을 만들어서 잡지 같은 데 기고를 한다던가 혹은 어떤 내가 특별하게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는 분석이 된 좀 그런 수필 같은 책을 쓸 수도 있겠고요.
사실 되게 만만한 건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루 만에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직업 데이터 사이언스트가 되는 법!]하고 책을 내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런 사기꾼들이 굉장히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그런 사기꾼이 되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아직 그렇게까지 내려놓고 싶지 않습니다.
(혹시 다른 생각도 있을까요?)
그런 거 말고는 무난하게 저축 열심히 하고 투자나 열심히 해서 역시 자본으로 자본을 늘리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딱히 준비는 하지 않고 있는 거군요.)
네.[몹시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왜 그런 표정이세요!)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인데, 사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거든요.
[돼돌이님은 자신의 MBTI가 P라고 밝혔다.]
갑자기 떠오르는 게 하나 있는데. 아주 먼 옛날 제 친형이 이더리움이라는 것을 사볼까 한다고 저한테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게임머니를 왜 200만 원씩이나 주고 사냐고 뭐라고 했습니다.
게임머니인 줄 알았거든요. 형은 제게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상화폐라고 얘기를 하길래 당연히 게임머니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형은 이더리움을 사지 않았군요.)
않았습니다. 그때 샀으면 아마 지금쯤 최소 몇 십억은 벌지 않았을까요?
정말 그랬으면 저한테도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그런 후회 말고는 따로 내 인생에서 크게 후회하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지금 회사에 온 것이요.
(입사 전 선택지에 있었던 스타트업에 갔다면 뭐가 많이 달랐을까요?)
스타트업에 갔다면 2년간 제 건강을 잃고 커리어를 얻어서 지금쯤 또 다른 곳에 갔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경제적으로 워라벨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했지만 커리적으로 후회되는 부분이 많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성공적인 이직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월간 돼돌이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내가 몸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거를 깨달은 게 되게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정확하게 언제쯤 그 사실을 알게 됐나요?)
사실 처음 알게 된 게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정말 어릴 때부터 집에 굴러다니던 덤벨이 있었어요. 한 쌍 도 아니고 한 짝이 있었습니다. 4kg짜리. 아직도 있습니다. 그때 그걸로 혼자 집에서 운동이라는 걸 처음 해 봤어요.
그전까지 학교에서 배운 운동들은 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운동이었기 때문에 저는 제가 운동을 싫어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혼자서 몸이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고, 그걸 수행하면서 전보다 나아지는 걸 느끼고 좀 더 쉽게 할 수 있고, 내 몸이 변하는 걸 느낄 때 이게 생각보다 기분이 좋고 스트레스가 해소가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몸을 쓰면서, 하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과 만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활동들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관리를 해왔던 것 같고.
요즘 들어 보면 되게 본인의 스트레스를 어찌해야 될지 몰라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이걸 일찍 깨달은 거는 굉장히 저한테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네.[단호]
(혹시 회사에서의 사회생활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 스트레스가 되나요?)
네.[단호]
(언제부터 본인이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셨나요?)
유치원 때였던 거 같아요.
그때부터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유치원에서 제가 제일 좋아했던 공간은 볼풀장 공 아래 바닥, 미끄럼틀 뒤, 어둡고 축축하고 나만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사회생활 잘 하시고 무난하게 아무 문제 없이 사시는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게 있다고 느끼지 않았나요?[기묘한 미소]
(…….)
[그의 하루 평균 운동 시간은 직장 생활을 거듭하며 4시간에 이르게 되었다.]
네.
(아주 확고하시군요.)
네!
(왜 그렇게 확고한 의견을 가지고 계신 가요?)
저는 결혼만큼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관계에 대한 욕구가 좀 있으신 거군요.)
제가 사람이 많은 건 싫어하는데 사람은 좋아해요.
(아, 그거구나. 내가 아닌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는 건 싫지만 주인은 꼭 있어야 되는 외동 고양이.)
맞습니다. 정확해요. 집사가 날 안 만졌으면 좋겠어! 하지만 밖에 안 나갔으면 좋겠어!
(굉장히 쉽지 않네요. [웃음] 혹시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사실 크게 중요한 게 두 가지인데, 안정적인 인간관계는 어떻게 보면 두 번째고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던 거는 서로에 대한 보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거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여러 부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중요한 보호자 역할을 되어줄 수 있는 관계가 배우자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죠. 제 부모님 같은 경우에도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 배우자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경우에는 다른 한쪽이 일하시던 곳이 갑자기 망해서 수입이 사라졌을 때, 배우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고.
예상치 못한 인생의 사고를 맞닥뜨렸을 때 한 발로 서 있으면 넘어지겠지만 두 발로 서 있으면 다른 발로 잠깐 깽깽이 할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결혼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부분은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산책을 하고 있는 제 [노후에 대한] 상상 속에는 지갑 속에 아마 자식의 사진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꼭 그렇게 간절하게 아이를 가지고 싶고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서 아마 배우자의 선택에 맡기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면은 어떻게 보면 자식이 있는 게 되게 평범하고 보편적인 가정의 모습인 것 같지만, ‘그게 그냥 평범하니까.’ ‘남들 다 그렇게 하니까 꼭 반드시 해야만 하겠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거라서요.
딱 그 정도 생각입니다.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머리가 다 커서 아이를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고 옛날에 비해서는 결혼과 출산이 그렇게까지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이라는 걸 갖기 시작했죠.
결혼을 꼭 해야 되나? 아이를 꼭 낳아야 하나?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재고 따져야 될 게 많아지는데 재고 따지다 보면 요즘 세상이 어떻습니까? 소위 자수성가가 불가능한 세대라고 하고 지금보다 세상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러니 1번, 생각 안 하고 낳았으면 되는데 생각을 하게 됐어.
2번, 생각을 해보니 미래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아.
3번 일단 지금 당장 내가 애 낳아서 키우기에 내가 여유가 있냐? 아니요!\
(사실상 총체적 난국에 가깝다.)
그렇습니다.
본인이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면 차를 한 살이라도 일찍 사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비싼 차 말고, 움직일 수 있는 소형차. 경차는 고속도로에서 무서워요.
(차를 사는 걸 추천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차를 사고 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지금 한 달에 1,700km를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차를 사기 전에 ‘이십 대 후반 자차’ 검색을 하면 많은 사람이 뜯어말립니다. 차 사지 말라고. 돈 못 모은다고.
맞습니다. 돈 못 모읍니다. 차 사면 돌아다니면서 돈 쓰고 사는 즉시 감가되고, 다 맞는 말인데 차 사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아무도 저한테 이야기해 주지 않았어요. 이렇게 행복해질 줄 알았으면 빨리 샀을 거예요.
(본인이 차를 사기 전후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었는지 좀 가볍게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제가 싸돌아다니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그랬잖아요. 차를 사기 전에는 너무너무 나가고 싶은데 너무 시간이 늦어서 못 나가고. 너무너무 나가고 싶은데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을 하려면, 좀만 멀리 가려고 해도 최소한 이틀 삼일 전에는 미리 예약도 해야 하고 경로도 알아봐야 하고.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았어요.
근데 내가 차가 있다?
저는 차에 어디서든 1박 정도는 할 수 있는 장비가 다 있거든요. 심지어 금요일에 집에 가다가 아 이번 주 너무 힘들었어, 나 좀 쉬어야겠어, 하고 강원도로 간 적도 있어요.
(차를 구매함으로써 지금 본인의 스트레스 관리에 더 도움도 많이 되고 삶의 질도 많이 올랐다는 거군요.)
네. 그리고 사실 자차 구매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는 연애를 하면서부터였어요. 그때부터 렌터카를 자주 사용하게 되었고, 렌터카를 쓰다 보니 너무 비싸게 느껴지고 너무 불편한 거예요. 그때그때 그걸 찾아다니고 예약하고 하는 게.
그래서 계산을 해봤습니다. 제가 어떤 정도의 차를 사면은 이런 렌터카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이 내면서 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되게 유명한 기준이 있어요.
내 연봉의 절반 이하로 차를 사면 카푸어가 아니다!
저는 연봉의 거의 절반을 꽉 채우기는 했는데 확실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차가 잘못되어 완파가 돼도 6개월이면 복구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아무튼 렌터카에 돈을 쓰는 게 아깝고 택시에 돈을 쓰는 게 아깝고.
가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그것들을 내가 차가 없기 때문에 못 갔다는 거를 렌터카를 많이 쓰면서부터 그걸 깨닫기 시작했어요.
(차를 끌고 끌고 다닐 수 있고 없고에는 접근 가능성이 달라져버리니까요.)
렌터카조차도 안 탈 때는 그런 생각도 못 했거든요. 렌터카 이용을 해보니까, 내가 너무 나가고 싶은데 렌터카 예약이 다 차있어서 못 나갈 때도 있고.
(그럼 자차 구매가 출퇴근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아, 사실 출퇴근에는 시간적인 이점은 없고요. 시간적으로는 한 10분 더 걸리는 거죠.
근데 제가 굉장히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도 겨울에도 대중교통이 너무 힘들어요.
겨울엔 이제 저도 추위라는 걸 느끼니까 패딩을 입고 가는데, 지하철을 타면 패딩을 벗고 타도 난방을 견딜 수가 없어서 이미 녹아내리기 시작하는데 출근 시간에 사람도 많죠. 그 사람들 사이에 껴서 녹다 보면 출근을 하고 나면 이미 퇴근한 것 같은 신체적 상태가 됩니다. 퇴근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이 늙어요.
(결론적으로 차를 사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는 말씀이신데, 정리해서 말씀하시자면?)
차를 사는 건 추천하지만, 연봉의 절반 이하로 사라는 어른들의 조언만큼은 꼭 들어라. 그리고 본인이 차에 애정을 쏟으며 관리할 게 아니라면 전기차 사라!
전기차 충전 시설에 대한 걱정은 서울에 살면 전혀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연료비 적게 들고, 차량 유지비 적게 들고, 공영 주차장 주차비 반값! 주차가 곧 주유니 주유하러 갈 필요도 없다!
물론 명절이나 연휴 이럴 때 휴게소에 충전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건 좀 단점일 수 있지만 그래도 전기차 사세요!
전기차 사세요!
전기차 사세요!
전기차 사세요!
너무 재밌었고요. 사실 스스로도 생각 못 하고 있던 ‘나는 왜 이랬지?’라는 거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돼돌이 님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 월간 돼돌이 -자소서- 가 빠른 시일 내에 대박을 터뜨리길 기원하며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은, 여기 ] 프로젝트 소개 및 전체 인터뷰 목록
[ 오늘은, 여기 ] 돼돌이 편 인스타툰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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