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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실 Jul 25. 2024

[ 오늘은, 여기 ] 4. 의료계 연구원, 왕곰

일보다 취미가 더 어려운

 네 번째 인터뷰이는 인터뷰어 김비실의 친구인 왕곰입니다.

김비실의 인스타툰에 자주 등장했다.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지금 하고 있는 일

3. 꿈꾸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연구직

4. 일 외의 일상은 너무 어려워요 - 취미를 갖고 싶은 직장인

5.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7. 기타 질문 - 착한 아이 콤플렉스, 결혼, 출산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아이유!

9. 마침

이름 : 왕곰

나이 : 31세

성별 : 남성

학력 : 대졸 - 생명공학과 학사

경제력 : 대한민국 30대 평균




1. 인물소개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 나이, 성별(성 정체성)

 왕곰입니다. 남자이고고, 학력은 학사 졸업, 생명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경제력은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30대 평균 정도는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오늘 여기의 나


•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직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연구직을 하고 있습니다.


• 연구라면 어떤 연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치료제 개발 이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질병에 대한 기전을 밝히는 연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약물에 대한 효능을 좀 평가하는 연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뭐 배양하고, 약 처리하고, 그런 일을 합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가요? 본인에게 잘 맞는 것 같나요?

 네. 직무는 성격에 잘 맞습니다.


• 그럼 일상은 좀 어떤 식으로 보내시나요?

 일상은 직장…… 직장에서 보내요.


 (회사 일을 제외한 일상이요. 일을 하지 않을 때 친구들과 놀러 가거나 하는.)


 평일에는 그런 일은 거의 없고, 주말에 가끔 친구를 만나거나 아니면 어디를 놀러 가거나 합니다.




3. 꿈꾸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연구직


• 지금 왕곰 님이 하고 계시는 일이 대학 전공과 깊이 관련이 되어있는데, 원래부터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요?

 아, 네. 그렇죠. 원래 고등학생 시절 꿈은 의사였어요.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내 성적 가지고는 의사는 절대 될 수 없겠구나. 그러면 비슷한 직업이나 직업군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연구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흰 가운 입고 일하는 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생명에 대해 탐구를 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쭉 ‘아, 나는 직업을 갖게 되면 연구직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 그 꿈대로 정말 연구직 군에서 일을 하게 되셨네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연구직은 학사보다는 더 높은 학력이 요구될 것 같은데, 이쪽 계열은 대학 전공만 일치하면 할 수 있는 건가요?

 저희 직무가 보통은 대학원을 권장합니다. 학부 수준으로 연구를 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거든요. 여러 가지 실험도 접해야 되고, 실험 기법부터 기술도 좀 익혀야 되고, 공부하는 법도 다시 배워야 되고. 그런 점이 있어서 대학원을 거의 권장하는 편입니다.

 제도 지금 학사 졸업이긴 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다가 자퇴를 했기 때문에 대학원 경력(유) 그 정도라 할 수 있죠.


 (대학원 진학을 하셨다가 자퇴를 하셨구나.)


 네. 석 박 통합으로 입학을 해서 다니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퇴를 했습니다. 그래도 몇 년을 있었으니까 그동안 익혀온 게 있어서,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대학 졸업 후에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만두고 바로 취업을 하신 건가요?

 대학원 자퇴 이후에 바로 취업한 건 아니고, 1년 정도 다른 공부를 하다가 취업했습니다.


 (다른 공부라면?)


 변리사 준비를 했습니다.


 (그만두셨다는 건 변리사 공부가 취향에 안 맞으셨나 봐요.)


 취향이 안 맞다기보다는 제가 공부량이 부족했습니다. 공부를 오래 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기도 했고, 1년 정도 공부를 해보니까 아…… 이거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앞서 말했듯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도 좋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변리사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판단하고 취직을 선택하신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 현재까지 일은 전부 연구직으로만 하신 건가요?

 네. 제가 평생을 공부해온 것도 그렇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그거밖에 없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쪽 분야만 선택하게 됐습니다.


 (왕곰님은 생각보다 되게 드문 경우인 것 같아요. 왜냐면 고등학생 때부터 일관된 꿈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하고 그 뒤에 심지어 자기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한 번 삐끗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제자리를 찾아서 자기가 꿈꿔왔던 길을 가고 있다는 게 무척 대단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 특히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딱히 공부하고 싶은 게 없어도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서, 아무 과로나 일단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뤄가며 살아가고 있는 건 드물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민망하네요.


• 본인의 일에 대해서는 만족하시나요?

 네. 뭐. 일하는 것은 만족하고 있어요.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됐음에도 직무와 관련된 공부는 아직까지도 재미있고,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결과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어요.


 (천직이네요!)


 천직일까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일 외의 일상은 너무 어려워요 – 취미를 찾고 싶은 직장인


• ‘일하는 건’ 재미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일 이외의 다른 것들은 재미가 없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일상생활이 약간 지루하죠.


 제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게 있는데요, 제가 일하는 분야의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 외에는 뭘 할지 잘 몰라요. 다들 이렇다 할 취미도 많이 없고, 휴식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더라고요. 저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한 분야에 대한 큰 관심과 열정이 있어서, 그 이외에 다른 흥미를 갖기 어려운가 봐요.)


• 왕곰 님은 쉴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요? 저는 주말에는 일단 11시까지 잡니다. 보통 정신 차리면 11시더라고요.

 그때 일어나서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유튜브를 1~2시간 때리다가 낮잠을 잡니다. 또 1~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면 얼추 한 4~5시쯤 되면 저녁을 먹습니다. 그러면 이제 저녁을 먹고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다시 유튜브를 보다가 잡니다.


 (일상에서 직장 생활 외에는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안 하시는 모양이네요.)


 무례하시네요. [왕곰 님이 웃었다.]


• 제가 말하고 싶었던 ‘생산적인 활동’은 다른 공부를 하고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서 외향적인 활동을 하거나, 혹은 직장 생활과는 전혀 다른 활동을 하는 그런 거였습니다. 혹시 그런 활동은 하지 않으시나요?

 네. 보통은 전혀 하지 않아요. 분기에 한 번 정도 친구들 만나고 주말 동안 놀러 가거나 합니다. 뮤지컬을 보러 가기도 하고요.


 (뮤지컬을 좋아하시나 봐요.)


 뮤지컬, 뮤지컬…… 네! 애매하게 좋아합니다. 가끔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 하면 보러 가는 정도.


• 왕곰 님은 지금 본인의 일상, 직장 생활이나 직장 외의 생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굉장히 재미가 없다고 느낍니다.


 (일은 재미있지만 본인의 상황이나 환경은 재미가 없다는 건가요?)


 네. 일이 끝나면 끝이거든요.


 (현재는 일 외에 재미있는 게 없는 건가요?)


 네. 그래서 항상 고민하곤 해요. 어떻게 하면 이 삶을 더 윤택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데 고민만 하고, 여전히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죠.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지금 굉장히 고민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래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런 애매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그럼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왕곰 님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 그거 자체가 고민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내 삶을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지상 최대 고민이에요.


 (아직 방법을 못 찾은 거군요.)


 방법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거든요. 아까 말한 뮤지컬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거라든지.

 그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삶을 윤택하게 바꿔보고 싶지만 그게 꾸준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꾸준하게 흥미를 지속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뜻이군요. 그건 혹시 본인이 지금 직업적인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 일에 너무 열정을 쏟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에 너무 몰두하고 있어서 다른데 일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을 여력이 없다거나.)

왕곰님이 직접 그린 그림


 그런 것도 같아요. 직장에 있을 때 에너지를 좀 많이 쏟는 편이긴 해요.


•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일을 제외하고) 일상에서 크게 만족하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동시에 딱히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부분들은 없을까요?

 스트레스, 흠…… 스트레스도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아, 한 가지 있다면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좀 큰 것 같은데,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스트레스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는 뜻일까요?)


 아 그럼요. 유학도 가고 싶고 그렇죠. 근데 기회는 돈이 만드는 거라서요.


• 대인관계는 괜찮으신 거 맞죠……? [진심으로 친구가 걱정되었다.]

 직장 내에서는 진짜 히키코모리처럼 혼자 일하진 않고요. 나름 보이는 건 사교적인 편입니다. 가면을 쓰면서.




5.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 30대 초반 연구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왕곰이라는 볼 때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 같나요?

 로봇 같다. 재미없다. 참 재미없게 산다.


 (사람들이 왕곰 님의 삶을 재미없다고 말할 것 같으신가요?)


 그럼요. 재미없잖아요.


 (왜요. 엄청 멋있는데요.)


 멋있다고요?


 (그럼요. 나의 어릴 적부터의 꿈을 가지고 그걸 이루고, 또 지금 열심히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겠다 하는 삶이 얼마나 멋있냐고요. [왕곰 님은 민망한 듯 웃었다.] 그럼 아무튼 저는 왕곰 님을 이렇게 평가하지만, 왕곰님이 생각했을 때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모습은 ‘참 재미없다.’ 그럴까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제일 친한 측근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바와 직장 생활에서 동료들이 생각하는 나를 구분해서 생각해 봤거든요.

 제 측근들이 생각하는 바는…….

 

※ 인터뷰 당시 전편 인터뷰이 호랑 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굉장히 절친한 사이라 왕곰 님은 호랑 님에게 직접 ‘친구로서의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물어보셨고, 이하 답변은 호랑 님의 답변입니다. 호랑 님과 함께 있을 때 인터뷰하는 것에 동의한 뒤 질문지를 받고 호랑 님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심하셨다고 했습니다.

 

 [ 최측근의 평가 ] 


 [호랑 님의 대답. 왕곰님은 아주 궁금한 얼굴이었습니다.]

 사실 왕곰씨가 요즘 들어서 재미가 없다, 평온하다, 큰 자극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이미 엄청 버라이어티한 일을 겪고 나서, 다시 평범의 반열에 올라온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엄청나게 자극적인 마라탕을 먹고 그 여파가 다 치료가 되어서 이제야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저는 사실 왕곰씨가 되게 다이내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걸 말하지 않아요. 진짜 내향인 그 자체라서 본인 안에 있는 그 다이내믹함을 주변에 말하지 않아요. 그리고 보이지 않아요. 근데 속 안에는 엄청 생각이 많고, 다이내믹한 친구라고 저는 생각해요.


 (왕곰 님은 자신에 대해 남들이 재미없다고 평가할 것 같다는데, 친구로서 생각하기엔 그렇지 않다?)


 남들은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왕곰이가 되게 다이내믹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 직장 동료들의 평가 ] 


• 그럼 직장인 동료들은 왕곰 님을 어떻게 평가하는 것 같나요?

 최근에 보니까 저희 팀 국장님이 저를 되게 사회성이 좋고 사교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고. 일하는데 열정적이고 사교성도 좋고 사회적인, 남들이 느끼기에는 직장에서는 그렇게 느끼시지 않나, 평가를 할 때.


• 친한 친구들이 볼 때 왕곰 님은 보이는 것보다 사실은 다이내믹하고 복잡한 사람이고, 어느 정도 가면을 쓰고 대하는 직장 동료들이 봤을 때는 사교적이고 사회성 좋고 일도 열정적으로 잘하는 그런 사람이지만 본인이 생각했을 때 타인들은 나를 재미없다고 판단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네. 근데 세 개의 답변이 정말 다 다르네요. 사실 제가 페르소나가 특히나 더 심한 것 같아요. 특정 집단을 대하는 나의 모습이 크게 바뀌는 것 같다고나 할까.


• 그렇다면 본인은 본인을 어떻게 평가해요?

 제가 저를 평가하기에는 그 세 가지 답변 중에 제일 가까운 건 재미가 없다. 


 (아, 본인이 생각하기에 내 삶이나 내 상황이나 자신이 그다지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렇게 일하고 있는, 자아실현하고 있는 나, 진짜 멋지다 이런 거는 없나요? 개쩌는뎅..)


 [왕곰님은 침묵과 표정으로 부정했다.]


• 그럼 이렇게 세 가지로 평가가 크게 갈렸는데, 왕곰 님을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없습니다.[아주 단호했다.]

 

• 앞으로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신가요?

 직업적으로 생각해 보면, 직업과 취미생활이 공존하는 좀 더 윤택하고 이상적인 삶을 살고 싶고. 업무적으로는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요.


 (업무적으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는 건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다는 뜻일까요?)


 대학원이 될 수도 있고 유학이 될 수도 있고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속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노력하고 싶다.


• 요즘이 백세 시대고, 보통 정년이 50대잖아요. 연구직도 정년이 있다면 50대를 기준으로 은퇴를 하셔야 할 텐데, 혹시 50대 이후의 삶에 대해서 상상하고 있는지, 계획하고 있는 게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한 번도 없으신가요?)


 네. 한 번도. 저는 지금 제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노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일단은 할 수 있는 한 계속 이 연구직에서 종사하고 싶으신 건가요?

 ……네. 딱히 뭐 이것 말고는 제가 잘하는 게 없기 때문에.


 (잘하는 게 없기 때문이에요, 하고 싶은 게 없기 때문이에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기도 해요. 잘하는 것도 없고.


 (잘하는지 아닌지는 안 해봤으니까 모르는 거고 하고, 싶은 게 있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게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건 모든 직장인들이 다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 아닌가요? 보통 자리를 잡으면 딱히 뭘 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 것 같아요. 일에 에너지를 많이 쏟기도 하고 큰 여유가 없어요.


 (그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는 열심히 취미생활 내 삶과 윤택하게 밸런스를 맞춰 살아가는 삶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은 은퇴 전까지의 삶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고,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장 사는 것에 집중하기도 바빠서 너무 멀게 느껴지는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을까요?

 대학원 자퇴요.


 (커리어상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까요?)


 네. 근데 다음 질문이랑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제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또 대학원 자퇴입니다.


• 제일 후회하면서 동시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대학원 자퇴라고 하셨는데, 그럼 그 이야기를 같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학원 자퇴가 제일 후회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커리어 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왜냐하면 대학원에서 보냈던 몇 년을 없는 셈 치고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하지만 반대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대학원 생활해 보신 분들 대부분 느끼겠지만 굉장히 힘들거든요. 이게 일이 힘들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요. 교수님이 됐든 아니면 같이 생활하는 동료가 됐든.


 다시 돌아와서 대학원 자퇴를 왜 잘했다고 생각을 하냐면, 거기서 나오고 좀 더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학원 다닐 때는 그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나오고 보니 내가 배양한 배양지만도 못한 세상이었던 거죠.


 거기에 왜 목숨을 그렇게 걸었었나,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퇴를 한 건 잘 하지 않았나.


 제가 제 삶에 대한 영역을 좀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지만, 좋지만! 커리어적으로 치명적이었죠.


 (커리어는 앞으로 계속 쌓아갈 수 있지만 정신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7. 기타 질문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왕곰 님의 자존감이 조금 낮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네. 좀 그렇습니다. 


 (혹시 어떤 면에서 자존감이 낮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제가 저한테 좀 각박해요. 저는 저에 대한 기준이 좀 높은 편이에요. 타인에 대한 기준은 엄청 후한데.


 (본인에게 엄격해진 계기가 있을까요?)


 아, 지금 생각이 드는 건 저는 어릴 적부터 속 썩이면 안 되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속 썩이면 안 되고, 잘 해야 하고, 그런 아이로 자라왔어요. 이탈해서는 안 되고, 어른들 속 썩이지 않고 그냥 무난 무난하게 크는 게 은연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엄격하게 이탈하지 못하게끔 제 스스로를 좀 더 얽매지 않았을까.


 (왜 스스로를 그렇게 얽매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외부적인 요인이 컸죠. 경제적인 것 때문에.

 그래서 계속해서 목표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 후에 대학원을 가고, 이런 설계 자체가 그런 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혹시 어릴 적에 의사를 꿈꿨던 것도 혹시 경제적인 이유가 영향을 끼쳤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건 그냥 순수하게 하고 싶었던 거예요. 분야적인 거는 제 선택이었고 중간에 휴학을 한다거나 다른 길로 살짝 샌다거나 이런 일이 없었던 이유가 그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빨리 돈 벌어야 되고 빨리 자리 잡아야 되고.


• 우리 또래 2030 인터뷰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묻고 있는 질문입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혼, 하고 싶나요?


 결혼 생각은 있죠. 근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쪽에 가까워요.

 근데 저는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결혼은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쨌든 심심하니까.


 (혼자만 늙어가는 그런 삶이 조금 무서운가 봐요?)


 무섭진 않은데 심심할 것 같아요.

 그렇게 큰 뜻은 없어요. 가볍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너무 좋고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결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나이 들면 서로 심심하니까. 그때 가서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굳이 결혼이 아니더라도 상관없고요.


 (결혼이란 제도가 꼭 필요하진 않은 것 같네요.)


 네. 그렇네요. 굳이 결혼이 아니더라도 연대할 수 있는 관계라면.


 (결혼 자체는 어떻게 생각하면 깊은 유대감, 연대할 수 있는 그런 수단일 뿐, 그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 거군요.)


 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 그럼 아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도 마찬가지로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꼭 낳아야 한다는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정신적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는 그 상대방이 원하면 낳고 원치 않으면 안 낳고,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다. 굳이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전통적인 형식의 가족관계가 딱히 중요하다고 생각은 안 하시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 조금 예민할 수도 있는 주제지만, 출산율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사회 통념이라고 해야 되나? 정착되어 왔던 생각들이 좀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꼭 결혼을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들이 없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까.




8.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어필하고 싶은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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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곰님이 매우 강조해달라고 하셨습니다. 




9. 마침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정말 멋진 왕곰 님!

 직업만족도가 높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멋지고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스스로도 더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취미를 찾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며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 오늘은, 여기 ] 프로젝트 소개 및 전체 인터뷰 목록

[ 오늘은, 여기 ] 왕곰 편 인스타툰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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