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해 어른들의 장난감을 파는
여덟 번째 인터뷰이로 사업가를 모셨습니다!
젊은 사업가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지금 하고 있는 일
3. 어쩌다 사업가
4. 중요한 취미 - 탁구와 독서모임
5.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7. 기타 질문 - 취미, 결혼, 출산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9. 마침
이름 : 죵죵
나이 : 28세
성별 : 여성
학력 : 대졸(학사) / 어문계열
경제력 : 서울에서 자취하며 겨우 쫓겨나지 않을 정도의 생활비를 벌고 있음
안녕하세요. 저는 죵죵이고, 여성이고, 또 4년제 대졸에 어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경제력은 서울에서 자취를 하면서 겨우 쫓겨나지 않을 정도로 생활비를 간신히 버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세한 전공을 굳이 말씀하지 않으시는 이유가 뭔가요?)
대학 전공이 제 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어나 다들 열심히 하셔라.
세 가지로 축약할 수 있는데, 직업, 스포츠, 취미, 네 그렇게 나눌 수 있고.
직업적인 거는 친구랑 함께 어른들의 장난감을 판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또 아예 다른 아이템들을 찾아서 확장을 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동은 탁구를 하고 있고요. 취미로는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별 생각은 없었고요. 친구가 창업수업을 들으면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길래 ‘이건 어떨까?’ 이렇게 제안을 했는데 되게 인기를 얻었어서 이걸 해볼까 하고 별 생각 없이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뭣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깊게 오게 되었어요.
(지금 사업을 시작하신지가 얼마나 됐나요?)
구상을 시작한지는 3년 차가 됐고 이런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한 지는 2년이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시다 사업으로 뛰어들게 되신 건가요?)
네, 그렇죠. 제 본가가 충청도인데, 거기 있는게 너무 싫었거든요. 거기는 도저히 갈 수 없다 싶어서 빨리 제가 취업을 했습니다. 아이, 저는 씨티걸이 더 잘 맞더라고요. 지방에서는 못 살겠어요.[웃음] 지방 비하는 아니고 개인적으로 도시에서 이것 저것 경험하는 게 저한테는 더 잘 맞더라고요.
취업을 하고 직장을 경험을 하다가 이거는 안 되겠는데 싶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건 안 되겠다, 이게 어떤 부분인가요?)
저도 되게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아마 나인투식스로 일하시는 직장인분들도 다 경험하시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나인투식스로 일을 한다는게 사실 진짜 나인투식스가 아니잖아요. 출퇴근하는 시간, 뭐 밥 먹고 이런 시간 빼면 하루에 제 개인 시간이 진짜 없어요.
저는 그게 저를 너무 불행하게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 이렇게 살면 절대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사업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쳤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자유.
(혹시 어렸을 때 단 한번이라도 사업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되게 사장님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막연히.
아주 어릴 때는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고요. 좀 커서, 대학생때쯤 창업 수업이 엄청 많이 생겼어요. 창업 붐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 걸 보면서 ‘내가 하나 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조금씩은 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혼자서는 할 엄두가 안 나다가 친구가 이렇게 한번 미끼를 탁 던져서 제가 물은 거죠.
(그러면 본인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좀 개방적인 거 같으세요? 아니면 좀 폐쇄적인 것 같아요?)
저는 확실히 좀 보수적인 것 같긴 해요.
(아 뭔가 선택할 때 좀 주저하는?)
그런 편이에요.
(근데 사업을 어떻게 하지?) [몹시 의아해졌다.]
사업은 제가 원하는 게 명확히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개 같은 회사를 30년 다닌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 힘들지 않나요? 저는 그걸 회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한 회사 생활을 회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사업을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 말씀드리기에 되게 조심스러운 게, 옛날에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어!’ 이런 밝고 희망찬 생각을 했거든요.
(잠깐만요. 이 사업으로 사회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나요?
정보를 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정보를 좀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필요한 물건들을 선택할 때주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콘돔이나 러브젤 같은 것을 선택할 때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콘돔이나 러브젤이나 토이같은 것도 엄청 싸구려는 안 좋은 재질이 있어요. 그런 것을 좀 배제하고 ‘이런 건 안 좋아요.’라고 알려주면서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권유를 하거나.
또 여성도 성적 욕구가 있으니 그런 걸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쪽으로 제가 하고 싶었는데요…….
일단 너무 어렵고요[이 대목에서 죵죵님은 꼭 울먹거렸다고 써달라고 했다.] 제가 자본주의에 계속 굴복하게 되는 느낌이 드는 게…… 제가 원하는 방향과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이 다를 때가 많아서 어렵습니다. 계속 끊임없이 싸우지 않을까.
그래도 목표라고 하면은 되게 포괄적이긴 한데, 사업적 목표로는 사업짱이 될 거예요.
(이 업계의 짱이 되고 싶어요?)
업계가 아니고 그냥 사업짱. 왜냐하면 다른 걸로도 확장을 할 거니까.
(돈을 잘 버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까요?)
살짝 달라요. 돈을 잘 벌고 싶은 건 그냥 저의 욕구고 목표는 아닌 거 같아요.
확실한 목표는 노련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좀 허세가 있어서[웃음]. 지금은 엄청 초보거든요. 뭘 해도 막 엄청 헤매고 있고, 하나를 하면서도 이게 맞나, 저게 맞나, 되게 허둥대고 있는데.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노하우를 쌓고, 이 일이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끊임없이 발전해서 사업짱이 될 거예요.
(이 정말 향상심이야말로 누군가가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네!
아! 왕곰님, 취미가 없는 왕곰님. 탁구 추천드립니다. [매우 발그레해진 얼굴]
▼ 일보다 취미가 더 어려운 연구원 왕곰님의 인터뷰가 궁금하다면
사실 저는 제가 운동을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운동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강제로 시키는 게 싫었더라고요. 막 수행평가 이런 걸로 묶어두는 게 싫었던 거고.
탁구를 시작하기 전에 사실 좀 다른 것도 찍먹을 해봤거든요. 수영이나 뭐 헬스나. 근데 저랑 잘 맞진 않았어요.
그렇게 어쩌다 탁구를 시작했는데 그 첫날 ‘어? 이거 뭐지?’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진짜 운명처럼. ‘어? 이 스포츠 뭐지? 어? 이 운동 뭐지?’ 데스티니~ 그 노래가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탁구를 한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배운 지는 한 1년 정도 됐고. 집 근처에 체육센터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탁구라는 운동을 하기 전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어, 그게 운동을 재밌게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고 나면 진짜 활력이 넘쳐요.
탁구 가기 전에는 가기 싫다, 귀찮다, 이렇게 되는데, 갔다 오고 나면 그날의 일을 되게 힘차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어쨌든 제가 친구랑 동업을 하긴 하지만 거의 혼자 사무실에서 한단 말이에요. 그럼 이제 말할 사람이 없어요. 탁구 가서 어르신들이랑 이야기하고 그러면 좋더라고요.
(보통 어르신들이랑 하나요?)
네. 보통 나이대가 좀 있으세요. 제 나이대는 거의 없긴 합니다.
수업 시간이 9시부터 12시까지예요. 그러다 보니 또래 사람들은 거의 직장에 가 있는 시간이고 그 시간에 오는 사람들은 아이가 있으신 주부분들, 은퇴하신 분들, 아니면 저같은 사람이죠.
(그때 운동하면 ‘하하! 직장인들아! 나는 지금 탁구를 치는데 너희들은 회사의 톱니바퀴로 살아가고 있지 않느냐, 부럽지?’ 라는 생각 안 드세요?)
엄청 듭니다.[죵죵님은 속삭였다.]
제가 여러 독서모임을 다녀봤는데, 제 마음에 드는 독서 모임이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한 번 만들어보자,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독서 모임 운영은 어떻습니까? 즐겁습니까?)
네. 예전보다 사람도 많이 늘어나고 꾸준히 같이 해주시는 회원분들도 계시고 해서 꽤나 정식 독서 모임처럼 됐습니다.
(책도 많이 읽으시겠어요.)
안 읽어서 독서모임을 시작한 거예요. 책을 읽으려고.
회원들은 중간까지만 읽어도 되지만, 모임장은 안 읽으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도 있어요.
(나에게 어느 정도 독서에 대한 의무감을 주기 위해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독서를 강제적으로나마 꾸준히 하고 계신 거잖아요. 어떤가요?)
마음의 허세가 가득해졌다.
(지적 허영심을 채워가고 있다?)
네. 아주 중요합니다.
얼마 전에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거 되게 두꺼운 아시죠? 그걸 와! 밤새 읽는데, 내가 모임 아니었으면 끝까지 읽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어디 가서 말할 수 있잖아요. 나 사피엔스 읽었다.
(우리 삶은 자랑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아, 당연하죠. 고런 이유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주 제 사적인 욕구를 위해.
저는 정말 만족해요. 제 삶이 진짜 행복해졌습니다.
(직장을 다니기 다닐 때보다 지금 사업을 하고 있을 때 훨씬 더 행복해졌다.)
‘다닐 때보다’가 아니에요. 그냥 삶이 뒤집혔다, 그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직장을 다닐 때는 회사의 부품처럼 다뤄지고 취급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이게 고등학생 때까지 파고 들어가야 하지만, 제가 고등학생 때 대단히 수동적으로 살았거든요. 가족들, 선생님, 친구들의 시선에 묶여서. 그 뒤로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직장에 들어가니까 제가 또 그러고 있더라고요.
돈이라는 거에 묶여서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의미가 있나? 이거는 잘못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사업을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이 진짜 좋아요.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직장인들은 그 받은 만큼 일한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저는 그것도 되게 싫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나를 진짜 노예처럼 만들고 있다고, 뭐 어떻게 얘기를 해야 될까…….
제가 옛날에 생각했던 저는 되게 막 열심히 회사 일을 하고 거기에서 성취감을 얻고 이런 걸 상상했는데.
(커리어 우우먼.)
네. 커리어우우먼을 상상했는데 그런 건 하나도 없고. 그냥 진짜 노예처럼 부려지면서 그냥 회사 책상에 앉아서 다크서클 내려온 채로 타다타닥[키보드]하는 모습인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금전적으로, 굳이 금전적이 아니더라도, 여타 심리적인 보상도 전혀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 정말 좋았던 거는 진짜 조그마한 거, 잡일이더라도 그걸 하는 게 되게 성취감이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이 조그마한 걸 하더라도 ‘어, 이걸 이렇게 하면 고객님들이 되게 좋아하겠지? 우리 사이트 되게 좋아해주겠지? 이렇게 하면 매출에 도움이 되겠지? 이렇게 하면 뭐 더 잘 될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해요.
금전적인 걸 넘어서 심리적 보상, 그러니까 성취감이 엄청 큰 거죠.
아무튼 최선을 다해도 억울하지 않다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현재 상황이 엄청 만족스럽다는 거군요!)
제가 보통은 그 품목을 말씀드리지 않는데요. 그냥 온라인 쇼핑몰로 제 사업을 한다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다 ‘와! 멋있다!’ 이러시거든요.
근데 제 품목과 경제적 사정을 알고도 그렇게 주실지는 좀 의문이 들고.
사실 제가 부모님한테도 말씀 안 드렸거든요, 품목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세요. 그냥 쇼핑몰을 한다고만 알고 계세요. 아마 품목을 알면 좀 기겁하시지 않을까요? 근데 별로 상관없습니다.
실제로 사업하면서 다른 사장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 중년 사장님 한 분이 입으로는 되게 멋있다고, 어린 나이에 이렇게 하는 게 되게 멋있다고 해주시는데. 한 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약간 ‘너 그거 엄마한테 말하지 말고 대충 정리하고 다른 거 해라.’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엥 뭐지? 약간 이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나라는 인간을 모르는 나의 팩트만 알고 있는 사람들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 걸까요? )
평가를 안할 것 같고요.
평가를 안 하고 왜 저걸 시작했지? 라고 막 궁금해하기만 할 것 같아요.
사실 만약에 성별이 남자였으면 약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근데 여자가 토이를 파는 쇼핑몰을 운영한다? 그러면 딱 봤을 때 그렇게 막 부정적이진 않은데 ‘왜? 왜?’ 이러실 거 같아요. 그냥 평가보다는 되게 궁금해 할 것 같아요.
실제로 만나는 분마다 여쭤보시더라고요. 왜 시작했냐고.
그냥 어쩌다 보니 하게 됐습니다.[웃음]
아, 뭐 저는 사실 큰 꿈은 없고요. 어? 큰 꿈인가?
저 일단 제 자유를! 저, 자유를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제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집이랑 차는 꼭 사고 싶고요.
그리고 뭐 일을 은퇴하고 나이 좀 먹으면 뭐 만화방이나 운영을 해볼까[웃음] 저 만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만화방이라도 운영을 해볼까.
그리고 동물도 좋아해서 뭔가 시간이 생기면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다. 동물을 키우고 싶은 건 아니고요?)
키우는 건 너무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서 그건 좀 고민을 해볼 것 같아요.
저는 60대 때 세미 은퇴를 해서 60대부터는 다른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좀 즐기다가. 이제 중요한 거는 막 맡기고 좀 자문을 해준다거나 하고 싶어요.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은퇴하면 또 안 좋아요.
그러니까 60대부터는 세미 은퇴를 하면서 좀 잡일이나 하다가 70대 때는 완전히 은퇴를 하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제가 고등학교 때 너무 수동적으로 행동했던 것들에 대해서 전 진짜 3년 내내 후회 했어요.
(그 ‘수동적이었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만 더 설명해줄 수 있어요?)
제가 주체적으로 뭔가를 선택한 게 없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솔직히 거기 있을 때 제 모든 욕구가 잘려 나갔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내가 뭘 하고 싶어, 내가 뭘 먹고 싶어, 언제 뭘 하고, 언제 자고 싶고, 언제 깨고 싶고, 친구들이랑 이걸 하고 싶고, 뭐 놀고 싶고, 공부를 하고 싶고, 이런 모든 것들이 저한테 선택권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3년 내내 학교 기숙사에 살았는데 일어나는 거, 밥 먹는 거, 학교에 가는 거, 친구들이랑 노는 거, 그리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는 거, 그 모든 게 학교의 통제시스템 안에 있었단 말이에요.
심지어 친구들조차도... 제가 아예 새로운 지역의 고등학교에 가는 거였으니까, 학교 외에 다른 친구들을 사귈 수 없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너무 한정적인 공간 안에만 있었던 거죠.
거기 안에서 저는 반항할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무언가 싫으면, 예를 들어서 기숙사가 싫다면 ‘나 전학 가고 싶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고, 아니면 나 ‘이 학교가 싫어!’하면 ‘나 자퇴하고 싶어.’ 이렇게 얘기해 볼 수 있는 건데, 다른 길을 전혀 못 봤던 거죠.
(도전할 생각조차 못했던 거군요.)
네. 아예 그런 생각조차 못해봤어요. 근데 나중에 지나고 보니까 ‘아 그럴 수 있었네. 내가 그걸 너무 몰랐다.
(지나고 보니까 내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다른 게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들이 남는다.)
제가 그걸 너무 너무 후회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 후에는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는 진짜 최선을 다해서 선택했어요
(이 후회를 자각한 게 언제였나요?)
대학생 때였던 거 같아요.
대학생 때 아예 다른 환경에 가자마자 아, 내가 그렇게 살면 안됐던 거구나 하고 진짜 제 삶에 있는 모든 선택에 최선을 다했고, 저는 그래서 그 이후에는 후회가 없어요. 결과가 좋든 나쁘든.
(만일 고등학생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제가 이미 그 고등학교를 갔으면 똑같이 살긴 살되, 마음이 엄청 달라졌으니까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그니까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내가 선택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되게 다른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사업. 그게 바로 사업이에요.
(왜냐하면 너무 행복해졌기 때문에?)
네. 저는 그렇죠.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고등학교 때 영향이 되게 큰 것 같은데.
그때 진짜 통제가 엄청 심했거든요. 막 수능 그 스케줄에 맞춰서 7시 40분까지 등교를 했나? 그리고 11시까지 야자를 하다가 돌아오고. 학교가 진짜 그 싸이클이 아니면 용납을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거기에 너무 질려버린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되게 많이 했고.
타고난 성향 자체도 좀 독립적이라고 해야 되나? 남한테 통제당하는 걸 싫어해요.
그니까 타고난 천성과 그 고등학교 때의 경험이 저를 이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사랑? 네. 사랑입니다.
(어떤 의미 사랑일까요? 사랑이라는 게 참 종류가 많으니까요.)
그 모든 종류의 사랑을 통 틀어서!
왜냐하면 예전에는 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 제가 돈이 없어도 행복하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다르게 해보게 된 거죠.
물론 젊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돈이 없어도, 돈이 이정도만 있어도 행복하네? 그럼 이건 어느 정도까지만 벌면 돈이 그렇게 나한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거 아니야? 어? 근데 그러면은 내가 생각했던 전제가 틀렸네. 왜냐하면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 지금도 되게 행복하잖아? 뭐가 날 이렇게 만들었지?
생각해보니까 주변 사람들이랑의 관계 그리고 저의 마음 이런 게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결혼은 굳이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제가 안 한다고 하면 꼭 하게 되는 징크스가 있거든요. 그래서 굳이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정도로만 말을 하는 거고요.
두 번째로 결혼은 그냥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그냥 같이 살아도 되는데 굳이 결혼을 해야 될까 싶은 생각이 있어요.
(결혼이 가장 안정적으로 애착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관계를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서 결혼을 선택하고 싶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것도 이해는 못하는 건 아닌데. 저한테는 좀 ‘굳이?’ 싶은.
사실 그게 좀 더 단단한 결속을 만들기는 하지만 또 이혼이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도 그렇고 저는 결혼은 신혼부부 청약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완전히 부정적입니다. 전 아직까지 할 생각은 없다.
(이렇게 명백하게 부정적인 대답을 하신 분은 처음입니다.)
그래요?! [죵죵님은 매우 놀란 얼굴이었다.]
저는 제 커리어가 엄청 중요해요.
출산을 하면 저는 무조건 일을 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일을 쉬고 싶은 마음이 절대 없고, 출산을 해서 제 아이를 보고 싶은 욕구보다는 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욕구가 훨씬 큰 사람이라서 아이에 대해서는 좀 부정적입니다.
(만약에 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육아를 하는데 큰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또 입장이 달라지는 건가요? 내 커리어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을 명확하게 있다면요.)
그래도 좀 부정적일 것 같아요. 제 몸이 너무 망가지기 때문에.
출산 후에 커리어를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는 있다고 해도 저는 출산을 하고 나면 제 몸이 되게 달라질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회피 성향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회피 성향이 강한데 어떻게 사업을 하시죠?)
근데 사업을 한 건 그 위험에 대한 회피 욕구보다 자유를 얻고 싶은 갈망이 더 큰 거죠.
자본주의는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반면에 출산은 비효율의 끝판왕이기 때문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자본주의가 엄청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본주의라는 건 꾸준한 성장과 엄청난 효율을 추구하잖아요. 근데 사실 아기를 갖고 아기를 열 달 동안 품고 낳고 키우는 그 과정이 자본주의의 시선에서 보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일이거든요.
저는 사람들이 이걸 본능적으로든 아니든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자본주의가 되게 비교를 엄청 하게 하잖아요. 옆집 누구는 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매고, 이렇게 되는데.
저는 비참하게 살아도 제 애는 그렇게 살게 하기 싫잖아요. 그게 자본주의의 술수인 건 알지만 내 애가 그런 경험을 어린시절에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면에서 자본주의의 영향이 되게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집을 준다?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집을 줘서 주거 안정성이 확보가 되더라도 다른 옆집 애가 명품 가방 명품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등교를 한다? 그러면 분명히 저는 부모로서 마음이 아플 거라 생각하거든요.
이건 모두 자본주의 때문이에요. 전 이렇게 봅니다. 빨리 AI로 인력을 대체해야 한다!
제 친구가 시작한 유튜브 채널을 대신 홍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너무 편하게 잘 해주시고. 아주 즐겁게 잘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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