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후회만 부를 뿐!
열여섯 번째 인터뷰이는 왁싱샵을 운영하고 있는 왁서, 짤랑이 님입니다.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왁서입니다!
3. 어쩌다 왁서
4. 왁서에 대하여
5. 왁싱샵 창업
6. 약점을 극복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7. 삶에 대한 평가
8.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9. 기타질문
10. 자기PR
11. 마침
이름(별명) : 짤랑이
나이 : 29세
성별 : 여성
학력 : 대졸 / 디자인과
경제력 : 생활비와 샵 운영비를 감당할 정도
안녕하세요. 짤랑이입니다. 만 29살 여성이고, 왁서입니다.
대학은 디자인과를 나왔습니다.
네. 개인 왁싱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 정도의 생활비를 벌면서, 샵을 운영할 정도만 벌고 있습니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미용을 했었어요.
(그럼 미용고를 다니셨던 건가요?)
아버지가 보수적이어서 인문계로 진학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따로 학원을 다녔죠. 원래 미용을 하고 싶었거든요.
고등학생 때 자격증을 다 취득을 한 상태로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는 원하는 미용과가 있어서 거기를 넣었어요. 딱 거기 하나만 넣었는데 떨어졌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미용과로 진학을 해도 가서 배우는 건 거의 (학원에서 배웠던 것들의) 반복일 것 같아서 그냥 새로운 거를 공부하자 생각해서 디자인과에 들어갔어요.
(디자인과 공부는 재미있었나요?)
[짤랑이 님은 진저리를 치셨다.]
(아니셨구나…….)
과제에 너무 치여가지고, 정확하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았어요.
(결국 졸업 후 다시 원하던 미용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신 거군요!)
처음에는 헤어 자격증 따고 그다음 피부.
피부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지 이거[왁싱샵] 차릴 수 있거든요. 이 자격증이 있어야 시술행위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메이크업까지 다 땄어요.
(자격증을 다 따고 보니 피부관리 쪽이 가장 취향에 맞았나 봐요.)
바로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우선 헤어는 처음 땄을 때 내 길이 아니다, 아 난 진짜 헤어랑 안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헤어 자격증을 딸 때 가장 어릴 적이라 그런지 자격증을 힘들게 땄어요. 어렵기도 어려웠고요.
그다음에 피부관리를 배웠는데 이쪽은 (비교적) 내가 크게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격증을 한 번에 땄고, 메이크업은 재미가 있었어요. 근데 네일은 배우기도 전에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아서 아예 손도 안댔어요.
(공부를 할 때는 메이크업이나 피부관리 쪽이 가장 취향이 맞았던 거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 한 건 아니고 많이 고민을 했었어요.
(이걸로 먹고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을까요?)
그보다는 이게 비전이 있을까. 앞으로 계속해나갈 수 있는 일인가.
근데 생각해 보니까 굳이 내가 그렇게 고민을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왜냐면, 날 받아줄지도 안 받아줄지도 모르는데!
(내가 고민한다고 되고 안되고도 모르는데 그냥 일단 하자는 마음이었군요.)
네. 일단 하자! 이런 느낌으로 브로우바에 바로 취업했어요
※ 브로우바는 브라질리언 등 모든 왁싱을 다 하지만 페이스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왁싱샵이다.
(메이크업도 있고 한데 왜 하필 왁싱이었나요?)
메이크업은 하면서 느낀 게, 저는 제 얼굴 메이크업하는 건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남 해줄 때에는 더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브로우바에서는) 오직 눈썹만 표현하고, 눈썹 그려주는 정도는 매일 하니까 어렵지 않은데, 메이크업은 전반적으로 다 봐야 하잖아요. 그래서 공부도 엄청 많이 해야 하고, 남에게 해주는 메이크업이 잘 맞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하면 피부관리숍이나 왁싱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먼저 왁싱샵에 들어와 있었어요.
그렇게 왁싱을 시작하게 된 거죠.
좀 뒤에서도 보고, 수습 때는 친구들을 모델로 데리고 와서 연습하기도 하고 그래요.
(실수를 해도 뒤탈 없는 사람한테 데리고 와서 하는구나.)
맞아요. 맞아요. [웃음]
(샵에 계신 다른 분들이 가르쳐주기도 하시나요?)
가르쳐 주긴 해요. 근데 샵마다 분위기가 다 달라요. 지점 바이 지점이어서 열심히 가르쳐주시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달라붙어서 가르쳐주진 않아요. 그러면 수강료를 받지. 배우러 온 게 아니라 일하러 온 거니까요.
자격증만 따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남의 털을 본다는 게 힘들진 않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털도 싫거든요.)
아. 그건 보다 보면 괜찮아요. 적응하고 그렇거든요.
왁싱은 자격증 따고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도전에 있어 딱히 장벽은 없는 것 같다.)
장벽 없는 것 같아요. 나이도 크게 상관없는 것 같고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고 열심히만 하면 돼요.
다른 업계에 비하면 특별히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가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가 힘들 때가 있어요. 취향 차이나 이런 거 수수께끼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어떤 스타일을 원하냐고 물었을 때 이건 좋은데, 이건 싫고, 그러면 좀 어렵죠.
(눈썹 같은 경우는 바로 보이는 거니까 좀 고객의 취향에도 맞으면서 보기에도 예뻐야 되니까 까다로울 수 있겠네요.)
뭔가 디자인적으로 요구를 하시는 분들은 차라리 확고하면, 오케이. 근데 그게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근데 그런 분들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결국 제 역량의 문제니 까요.
이쪽 초봉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미용 쪽이 원래 박한 편이잖아요. 헤어랑은 다를 수 있는데.
(급여가 많이 박한가 봐요.)
처음에는 어리고 또 배우는 입장이다 보니까 별 생각이 없는데. 정직원이 되고 몇 년이 지나면 이거는……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돈을 크게 많이 모을 수 없을 것 같고.
(경제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가 봐요.)
절대 만족스럽지 않아요.
그래서 샵을 차리기로 했죠.
창업한 지는 햇수로 3년 차요 만으로 2년 조금 넘었습니다.
그전에는 다른 샵에서 4년 정도 일했으니까, 전체 경력은 햇수로 7년 정도 됩니다.
돈(창업자금) 다 모아서 차린 친구들이 되게 많지만, 저는 돈을 잘 모으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웃음]
하지만 저도 반은 모았어요! 사실 코로나가 덕분에 돈을 모을 수 있었어요.
(코로나 덕분에요?)
9시 이후에 못 나갔잖아요. 그래서 친구들도 잘 못 만나고 안 놀아서 돈을 모을 수 있었어요. [웃음] 일하고 집 가고 일하고 집 가고 약간 이렇게 돼버리니까 생각보다 돈을 좀 모으기도 했고. 어느 정도 조금 약간 엄마 찬스 썼어요. [속닥]
처음에는 손님 모으는 게 어려워서 버티는 게 있어야 해요. 그것도 다 계산하고 창업했어요.
한 6개월 정도는 아예 (돈을) 못 벌 수 있다고 계산하고, 6개월치 월세를 딱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내가 6개월 동안 옷도 안 사고 아무것도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정도의 돈은 손에 쥐고 있어야겠다 싶어서. 그런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봄부터 시작을 해서요.
(사람들이 자기를 가꾸기 시작하는 철이 봄이니까 그 영향이 있었나 봐요.)
일부러 그거 노리고 한 거긴 하거든요. 4월 마켓.
(이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도 영향을 좀 끼쳤나요?)
[매장이 있는 지역은 유동인구와 거주인구가 많다.]
원래 종로나 종각 쪽에다 창업을 하고 싶어서 거기 매물을 엄청 보러 다녔거든요. 그때 코로나 때문에 다 공실이었거든요.
근데 먼저 샵을 차린 친구가 ‘짤랑아, 네가 봤을 때 그 지역이 유동인구는 많을지는 몰라도 샵은 무조건 아파트가 있는 동네로 해야 하고, 집이랑 가까워야 한다.’ 이렇게 말을 해줬어요. 특히 출퇴근이 가까워야 한다고. 그 친구 말을 듣길 잘했죠.
그래도 사실 종각 쪽에서 하고 싶었던 자리가 있어서 계속 푸시를 했는데, 이상하게 월세 조정이 안 되고 뭐가 다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오픈하려고) 생각해 놓은 날짜는 다가오고 있는데 어떡하지 생각하다가 이게 최선인 것 같아서 (현재 매장을) 바로 계약했어요.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네. 근데 다 경험인 것 같아요.
돈 벌리는 것도 다르고 나가는 것도 다르고. 일단 마인드가 많이 차이 나요.
예전보다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
원래 고객의 입장에서 내가 5를 생각했더라면 한 8 정도 생각하게 됐어요.
(고객의 입장과 만족도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거군요.)
엄청 생각하게 되고 더 친절하게 돼요.
처음에는 책임감이 엄청 강해져서 부담감이 들었는데 그것도 이제 조금 약간 무뎌지는 것 같아요.
아 처음엔 당연히 못하죠. 그래서 고민 많이 했어요.
한 1년 차 때? 엄청 엄청 고민 많이 했어요. 나 이거 해도 되나?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나랑 안 맞는 것 같은데. 왜냐면, 난 봐도 봐도 테크닉이 안 늘어. 이게 약간 센스도 있어야 되는 건데 내가 노력한다고 될까? 그러니까 뭔가 되게 현타 오고.
(노력의 영역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었던 거군요.)
네. 나랑 얘(다른 직원)랑 똑같이 하는데, 결국에는 모양은 똑같은데, 고객 만족도는 다른 듯한 느낌?
그러면 내가 말투나 어떤 제스처를 했을 때 잘못됐나? 뭔가 응대가 잘못됐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 그래서 정직원 1년 차 때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직접적으로 물어봤어요.
내가 뭐가 잘못된 것 같아? 나 뭐가 잘못된 것 같아? 그게 동생이든 누구든 신경 안 쓰고.
(자존심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그런 거 없어. 나는 나보다 잘하면 언니야. 그래서 그냥 잡고 다 물어보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그리고 나보다 어려도 백화점에서 엄청 오랫동안 일한 친구들은 CS를 엄청 잘해요. 난 아직도 그 친구한테 고마워요. 걔가 고객이 이렇게 말할 때는 이렇게 대응하면 컴플레인 절대 안 들어와. 이런 식으로 고객 응대하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그리고 내가 테크닉적인 면에서 부족한 게 있는 것 같으면, 디자이너 생활 오래 하고 잘하는 애한테 가서 ‘난 이게 진짜 안 된다. 그래 넌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 도와달라.’ 직접적으로 말하고.
근데 지금 되게 고마운 게, 나 같으면 약간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말로 가르쳐주는 거에서 끝날 것 같은데. 걔는 이렇게 말도 하고 손님이 눈 감고 있을 때 내가 데스크에 있으면 와서 자기 하는 거 보라고 하면서 가르쳐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거 없이 배움을 청하고 성장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저는 별로 그런 거에 창피함을 느끼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걸 안 내려놓으면 이 직업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야 내가 편하고, 소통할 때 더 편하게 할 수 있어요.
그냥 만족해요. 나쁘지 않은데요.
다만 일의 비중이 20대 초반 때는 더 적었더라면, 후반이 되면서 확 늘었죠.
(창업하면서 일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겠어요.)
(창업하고) 많이 바뀌기는 했어요. 완전 내 삶에서 한 80% 이상 차지해요.
거의 매일 출근하고, 풀로 예약이 있는 날이 아니어도 그냥 출근해 있고 그래요. 하지만 뭐 어떡해. 내 일 해야 되고 월세 벌어야 되니까.
(그렇게 바쁘게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을 만큼 이 일들이 괜찮다)
네, 어차피 내 몫이니까. 내가 선택한 거니까.
창업 초반에는 왜 이렇게까지 일을 하냐는 말을 들어봤어요.
너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않아도 돼. 이렇게까지 시간 안 쏟아도 돼. 약간 그런 식으로 말을 많이 했어요. 친구 하나는 저보고 독한 년이래요. [웃음]
(일에다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니까 그거에 대해서 좀 놀라시는 분들이 있었나 보다.)
사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일 많이 안 하거든요. 오픈 때 초반 1~2년 동안 많이 한 거지. 근데 저는 그게 좀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왜냐면, 솔직히 나는 남들이랑 비교했을 때 내가 특출 나게 잘한다고 확 내세울 게 없거든요.
(나는 남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셀링 포인트가 있어 보이진 않으니까 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셨구나.)
내 실력이 남들보다 더 뛰어나지 않으면 영업하는 시간이라도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는 주변 사람 조언도 들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굉장히 길게 일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일하고 있어요.
(짤랑이 님들의 주변 사람들은 짤랑이 님이 잘 산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네. 그냥 열심히 잘하고 있다. 다 똑같은 반응인 것 같아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제가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비칠 것 같아서 좀 부끄러워요. [웃음]
저 사실 엄청 부지런한 스타일도 아니고 꾸준히 할 일 했을 뿐인데.
그리고 사실 제 주변에는 열심히 안 사는 친구들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당신들도 다 열심히 살고 있다!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따뜻한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착한 마음으로 베풀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어떤 경험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세계 여러 곳 여행도 많이 다니고! 직업적으로 여러 가지도 배워보고 싶어요!
(혹시 노년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면?)
노년은 화려한 것보다는 남편이랑 소소하게 매일 운동하고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서 소박하게 지내고 싶어요. 하지만 시골생활은 안 할 것 같아요. 서울에는 살 것 같아요. [웃음]
막 엄청 후회한다. 이런 건 없는 거 같아요.
근데 한 가지! 매장 인테리어가 너무 후회돼요.
(어째서요?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공간이 훨씬 넓은 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이게 또 경험이니까 다음번에 샵을 차리면 인테리어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창업!
(왜 잘한 거 같아요?)
사실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엄청 고민을 하잖아요. 만일 열심히 하다가 힘들면 하지 말 걸 후회할 수도 있고.
저는 그런 생각이 들까 봐 아예 그런 고민조차 안 했어요. 그냥 무조건 했어요.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해왔고, 이 일의 끝은 내 샵을 차리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우선 끝까지 가보자고 결정했죠.
(어떻게 보면 깊은 고민 없이 일단 내지른 것이었을 텐데, 어떤 면에서 잘했다고,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에 이걸 내가 해도 될까. 나는 늘 직원으로만 있어서 샵이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근데 했냈을 때 그 성취감!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것들을 해내고 있으니까 거기서 오는 성취감이 컸군요!)
성취감도 있고, 또 다음번에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에 내가 다른 것에 도전해도 분명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얻은 거군요.)
맞습니다.
(그 확신을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비혼주의가 아닙니다.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거군요. 그럼 왜 하고 싶으신 가요?)
제가 전에 아파서 때 응급실에 가려고 하는데 내가 엄마한테 응급실 간다라고 말은 하지만, 엄마도 걱정할 거 같고, 엄마가 언제까지나 항상 그 나이일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 의지할 상대가 언니일 거라 생각했어요. 사실 우리 언니가 결혼 안 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언니가 이제 결혼하겠다고 말을 하고 좀 충격이었어. 어 이제 진짜 나밖에 없구나.
이제 조금 더 나이 들면 엄마가 나를 케어하는 것보다 내가 엄마를 케어하는 게 더 그림에 맞고, 나는 아플 때 진짜 혼자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언니한테 나도 중요하겠지만, 언니가 결혼하면 아이도 낳을 거고 본인의 가정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가정을 꾸리는 게 필요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딱 들었어요.
(나의 가정 그리고 나의 법적 보호자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구나.)
네.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아기를 좋아하고, 낳게 되면 낳을 것 같지만. 으음…….
근데 이제 나이가 있어서 낳을 거면 얼른 낳아야 하잖아요. 한 35살 넘으면 다 노산이니까.
저는 노산이 아니라면 낳고 싶어요.
(내가 출산에 감당할 수 있는 나이에 결혼을 하면 아이를 좀 낳고 싶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신가요?)
아. 저는 아이를 잘 못 키울 거 같아요.
이건 하면 안 돼. 이렇게 훈육하는 거. 그런 거 저는 못할 거 같아요. 저는 차라리 돈 버는 게 편할 거 같아요.
(아. 내가 차라리 가장을 하겠다. 남편, 네가 애를 키워라.)
네. 저는 잘 못할 거 같아요. 물론 엄마가 되면 하겠지. 할 수밖에 없겠지. 근데 약간 과부하가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남편 되는 분이 파이팅 해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러면은 아이를 키우고 훈육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일단 내 머릿속에 내가 꿈꾸는 어떤 가정의 상은 아이가 있는 삶이긴 하겠어요.)
네. 저는 엄마의 삶도 살아보고 싶어요. 다만 조금 자신이 없을 뿐.
우선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잖아요. 거기에 사람들이 아이한테 최고인 걸 주고 싶어 하고요. 그냥 보통 좋은 게 아니라 아쉬운 거 없이 제일 좋은 걸 해주고 싶어 하니까. 물가도 많이 오르고 힘든데.
(결국 돈 문제인 것 같다.)
그렇죠.
그리고 제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우리가 집중해서 일을 하고 인생의 최고치로 돈을 벌 수 있는 나이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잖아요. 그러니까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좀 정해져 있잖아요. 근데 아이를 낳는 게 늦어지면서 나는 계속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면서 버는 돈은 점점 적어질 거고, 아무래도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사회가 변화하면서 오는 부담감들이 너무 크고, 또 경제적인 부담감도 너무 크니까 사람들이 결혼도 못 하고 아이를 못 낳게 되는 것 같다는 거군요.)
어느 정도 그런 영향이 있는 거 같아요.
제발 이번 연도랑 다음 연도 운 좀 좋게 해 주세요.
(무슨 운이길래 그렇게 애절한 얼굴인가요.)[웃음]
그냥 운이 좋았으면 해요.
(남은 올해와 내년까지 운이 좋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생각보다 말이 너무 편하게 술술 나왔어요. 그래서 지금 적어온 거 안 보고 얘기했잖아요!
(편안하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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