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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Jun 11. 2024

별이 빛나는 사막의 밤!

잊을 수 없는 반전의 추억 하나 


국토의 90% 이상이 사막인 이집트는 도시에서 조금만 나가도 사막이 펼쳐진다. 

산이 없는 나라이기에 모래 평야를 만나게 되면 시원하긴 하지만, 달리는 차에서 일어나는 모래먼지로 인해 호흡이 답답하기도 하다.


어느 때 일이 있어서 다른 마을을 가야 할 때면 조금만 벗어나도 반드시 사막을 거쳐야 했다. 

차가 모래 위를 달려야 하기에 흔들거리는 움직임은 때로는 멀미를 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날도 우리는 10시간이나 차로 달려가야 하는 도시에 가야 했다. 

사실 사막을 지나야 해서 피하고 싶었지만,

도전 정신이 많은 남편의 담대함에 나는 설득을 당하고 말았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차 뒤에 태우고 우리 부부는 짐을 차에 싣고 오전에 출발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트렁크에 텐트와 버너, 먹을 것을 가득 넣었다. 특히 그 시절 구하기 어려웠던 한국 라면은 비상식량으로 매우 유용했다

구하기 어려운 라면을 평소에 한국분들에게 얻어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이런 시간에 사용하였다. 

작은 버너와 텐트 그리고 캠핑용 용품들을 챙기고 쌀과 라면 과 물들을 차곡차곡 챙겨서 뜨끈뜨끈한 트렁크 안에 넣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점심때가 되어 사막의 더 깊은 안쪽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아이들과 작은 버너에 불을 붙이고 가지고 간 라면을 끓여 먹었다. 

뜨거운 낮의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을 바라보며 아무도 없는
그 사막 한가운데 우리 가족만이 있었다.


너무 광활하고 아무도 없는 환경에 살짝 두렵기도 하였지만 눈이 시원할 만큼 너무 멋졌다. 

끝이 보이는 그 사막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의 웅장함에 가슴이 서늘하기도 하였다. 

살짝 부는 바람결에 날아와 볼에 붙어 있는 모래들을 쓸어내리며 사막을 맘껏 누렸다. 

한나절 오후를 즐기고 다시 차를 타고 사막을 달렸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 점점 날이 어두워지고 있는데 마을은 보이지 않고, 지도를 계속 살피고 있었지만 가는 길은 보기와 달리 상당히 멀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가까운 도시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방향을 틀었다.


사막으로 는 들어가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말하던 친구의 말이 떠올라 갑자기 마음이 불안하기 시작했다.

차 뒷자리에서 자다가 놀다가 하던 두 아이들도 점점 어두워지니 본인들도 불안한지 조용히 있었다.


참다못한 아들이 한 마디를 한다.

" 아빠 지금 가는 이 길이 맞아? 혹시 이상한 데 가는 거 아니지? "

" 아들! 걱정 마라 아빠랑 엄마가 지도를 보고 열심히 가고 있으니까 곧 마을이 나올 거야"

듣고 있던 딸이 

" 아빠 지난번에도 사막에서 길을 잃은 적 있잖아요. 이번에도 그럴까 봐 걱정돼요."

내심 불안해하는 엄마인 내가 한마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 딸 아들! 걱정 마세요 아빠는 운전을 잘하시고 엄마는 열심히 지도를 보고 있으니까 잘 도착할 거야.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를 돌보고 계시니까 우리 같이 기도하자! 조금만 기다려보자 지도 보니까 곧 국경이 나올 거고 그 근처에 가면 기름도 넣고 잘 수 있는 곳이 있을 거야!"

뒷자리의 아이들과 옆에서 운전하는 남편을 쳐다보면서 나의 모든 불안함을 억지로 눌러 미소로 덮었다. 

우리 가족은 돌아가며 서로 기도를 했다.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달려서 국경에 도착한 것 같았는데 다행히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약간은 안심을 하며 그 불빛을 따라 운전해 갔다.


그곳은 어두움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아주 큰 회색빛의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아직 전기가 없어서 그런지 어두운 하늘아래 더 짙은 어두운 색으로 짓다 만 건물들의 형체가 보였다.

그것을 보니 더 두려웠다. 

사막 한가운데 이런 건물이 지어지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호텔을 건축하는 것 같았다.


지금 까지 달려왔기에 겨우 발견한 이곳이 그래도 사막 한가운데보다는 조금 안전한 것 같아서 우리는 혹시나 안전하게 잘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관리하는 사람을 찾았다.


바닷가에 지어진 이 건물에는 가든을 만들다가 말았는지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무가 심겨 있었고, 아직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전구들이 걸쳐 있었다.

그리고 조금 걸어 나가니 바다가 있어 깔려있는 자갈돌 위로 파도가 들락날락거렸다. 

먼바다 끝에는 검은 대륙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어서 아마도 사우디 아라비아 같다고 우리는 짐작했다.


한참이나 돌아다니다가 우리 부부는 그 가든 안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시 차를 몰고 가면 될 것 같다고 서로 위로를 하였다.

그리고 우리 4명은 손을 모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했다. 


우리가 안전하게 여기서 자고 무사히 다른 국경 마을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를 하며 잠시 그 가든에 앉아 있었는데 잠시후 몇 명의 남자분들이 다가왔다. 

그곳에 공사하는 분들이라고 소개를 하며 우리가 왜 여기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우리는 먼 길을 달려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이곳에서 잠시 잠만 자고 오전에 떠나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했다.


그분들은 우리가 한국인인 것이 신기했는지 한참이나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는 텐트를 치기 좋은 장소가 있다고 안전한 곳을 알려 주었다. 


사막과 바다가 연결되어 있는 곳에 공사 중인 호텔의 가든 한가운데 우리 가족은 텐트를 쳤다.

그리고 다시 버너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 갖고 간 음식들을 꺼내어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너무 배가 고파 급히 밥을 차리고 있는데 갑자기 줄줄이 늘어져 있던 전구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밤이라는 어둠에 감춰진 모든 공간들이 작은 전구에서 나오는 빛에 의해 다 드러나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다웠다. 아무도 없는 가든에 우리 가족들이 놀라서 입을 벌리고 서 있었는데, 방금 돌아갔던 관리인들이 돌아오셔서 잠시 전기를 켜 봤다고 한 시간 동안 식사를 하고 나면 불을 끄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국 인이 우리 가족이 무엇을 먹는지 궁금해하셨다. 

쪼그리고 앉아서 밥을 하고 있는 내게 다가와서 한국 음식이 신기 한지 먹어보고 싶어 하였다

라면이 그 시절 이집트 에는 많이 보급되기 전이었기에 신기해하였다 

사실 매운 것을 못 먹는 분들이셔서 너무 매워하면서도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짧은 시간에 갑자기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아랍어와 영어로 대화가 서로 통하는 만큼 이해하며 밤늦게 까지 우리는 열심히 이야기했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땅이 바다 넘어 보이는 

사막의 바닷가에서 파도소리와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며 


잠시 두려워했던 사막에서 우리 가족 네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하는 행복한 반전의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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