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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Oct 02. 2024

우리의 돌벽 스위트방

our Stonewall Sweet Room  

이스라엘은 참 신기한 나라였다.

현대의 화려함과 로마 시대의 향기가 구석구석 잘 어울려 살고 있는 곳이었다.

울퉁불퉁한 돌길이 곳곳에 있어,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우리가 머물렀던 시간에는 평화 협정 때문에 그나마 팔레스타인 들과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잘 정해서 살고 있었다.


우리는 1994년  9월 14일 텔아비브 벤 구리온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4살 딸과 3살의 아들 그리고 각자 20킬로씩 가방을 들고 공항에서 작은 봉고를 타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약간 건조한 아침 공기가 너무 좋았다.

나의 모든 후각 세포를 깨우는 것은 이 도시의 냄새였다.


처음 만난 미지의 도시 한가운데
낯섦의 묘한 설렘이 작은 이방인을 행복하게 한다.

 


그냥 느껴오는 이방인의 직감으로 선택한 좁은 길을 지나 한참을 가다 보면 예루살렘 올드 시티를 향해 가면서 멀리 다마스커스 게이트 가 보였다.

사람들도 다양했고, 관광객이나 현지인이나 모두 잘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치마를 길게 입고, 온몸을 가려야 하는 팔레스타인여인들의 모습 그리고 이스라엘 여자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군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 그야말로 유럽처럼 활발하게 다니는 벤야후다 거리의 분위기는 서로 너무 달랐다.


그 다른 모습이 저녁이 되면 팔레스타인과 유대지역이 더 확실히 구분이 되었다.

환한 불빛이 가득한 유대인지역과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팔레스타인 지역들은 보는 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한다.



그곳의 리더와 만나서 우리 가족은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서 찾던 중에 물건이 가득 들어 있는 창고가 있다면서 그것을 정리해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신다.

이렇게 친절하게 환영해 주는 것이 감사하여 우리는 그 창고를 보지도 않고 그냥 사용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분을 따라가서 구석에 있는 작은 공간을 보고 완전 깜짝 놀랐다.

의자와 안 쓰는 물건이 가득하였고, 더 놀라운 것은 사방의 벽이 돌 그 자체로 세맨트로 칠해져서 울퉁불퉁 그저 붙어 있었다.

바닥은 흙을 쓸어내어도 흙이 나올 것 같은 다 구멍 한 시멘트 바닥이었다.


도전을 선택하면 꼭 만나야 하는 과정인 것 같았다.

흙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방을 보며, 너무 실망이 되어 나는 흐르는 눈물을 속으로 꽉꽉 눌렀다.




그날부터 남편과 나는 그 창고 안을 치우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미국인 동료 두 분이 함께 어울려 치워 주고 함께 도와주어서 그런지 우리는 매일 신나게 웃으며 창고 안을 하나하나 고쳐가기 시작했다.


일단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마스커스 게이트를 지나면 길거리에 늘어져 있는 중고 마트에서 면으로 된 천을 샀다.

먼지를 덮든지 돌벽을 덮든지 뭐든지 다 포장을 해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지구 어디에선가 왔을 수많은 옷가지와 천을 휘휘 저으며 여러 가지를 구입했다.

두 아이들은 어디선가 신기한 것을 찾아오며 좋아했다.

우리 가족은 어느덧 새로운 상황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열심히 치우고 씻고 하얀 페인트로 벽과 천장을 색칠하고 나니 그렇게 울퉁불퉁했던 돌벽이 유럽의 고전시대의 방처럼 멋져 보였다.

오렌지 색 전등까지 달아서 그런지 하얀 천장과 같이 어울려 차가웠던 창고가 은은하고 고급지게 밝아졌다.


그리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시장에서 사 온 거친 낙타털로 짠 카펫을 먼저 깔았다.

그 위에 여러 가지 이쁜 천들을 잘 펴서 깔고 나니 완전 면 카펫이 되었다.

한쪽 구석에는 얇지만 중고시장에서 겨우 찾아온 얇은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또 이쁜 천을 덮어서 침대처럼 꾸몄다.

아이들은 " 아빠 엄마 최고야" 라며 너무 좋아하며 그 위에 드러누워 행복해했다.


아직은 돌벽의 흙냄새가 쿰쿰하게 났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환상적인 우리의 스위트방이라 불러도 될만했다.

그리고 작은 앞마당에는 남편이 전구가 여러 개 있는 등을 구입해 와서 벽을 따라 길게 달았다.


운치 있는 돌집 가든 카페가 있는 내 생에 가장 멋진 스위트 방이 되었다.

누군가 버린다는 가구들을 하나씩 가져다 방안을 꾸미고 나니 정말 아이들도 자기 방이라고 너무 좋아했다.

거의 매일 같이 사역하는 친구들이 방문하여 작은 앞마당에서 만든 탁자에 작은 천을 덮어 만든 식탁은 주황색 전구의 빛을 받아 고급지고 운치 있는 야외 레스토랑이 되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도전은 무엇을 미리 알아서 계획할 수 없는 인생의 필수과정이다.


그 시간에는 그저 만나는 모든 것을 소화하고 앞으로 달리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주어진 힘든 도전의 시간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이 마련하신 특별한 훈련장은 우리 가족에게 인내와 믿음과 사랑을 배우게 멋진 또 하나의 기적의 스토리가 되었다.

ekiara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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