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프리카 종단의 길목에서!

믿음 앞에 멈춰 선 엄마!

by 천혜경

"여보, 이번엔 수단과 에티오피아를 지나,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까지 육로로 이동하며 한 달간 사역을 해야 할 것 같아"


조용하던 어느 날 오후, 남편의 들뜬 목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마치 잘 접어놓은 종이배 하나가 갑작스러운 물결의 흔들리듯, 내 마음은 불안으로 요동쳤다.


얼마 전 케냐 국경을 지나던 선교사들과 팀이 강도를 만나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길을 다시 육로로 간다니 정말 그 상황에 남편과 팀들이 간다고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선교사의 삶을 살면서 여러 번 남편과 떨어져 살았던 경험들이 필름처럼 순식간에 머리를 스쳤다.


'주님 정말 그 길을 이들이 가야 하나요?'


남편과 나의 삶은 만남부터 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같았다.
중동지역 에서의 선교 사역, 불확실한 하루하루, 믿음으로 버티는 일상들!
그런 우리에게 다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새로운 여정이라니.

그런데도 남편과 그의 팀원들은 눈빛이 빛났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면, 어떤 길이든 가겠다는 믿음.
지도를 펴고, 자동차 점검을 하고, 장비를 챙기는 손길에서 두려움보다 더 큰 확신이 느껴졌다.


“여보, 이번엔 아들도 같이 가면 좋겠는데!”


며칠 뒤 남편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여보! 이번에는 아들도 같이 가면 좋겠어. 아빠와 함께 사막이라 육로로 가는 길이 힘들겠지만, 꼭 하나님 나라를 경험했으면 해.”


나는 말할 여지도 없이 단호히 잘라 말했다.
“안 돼요. 아직 열두 살밖에 안 됐고, 공부할 것도 많고, 그 길은 너무 위험해요. 한 달 동안 그렇게 육로로 다니는 것은 위험해요. 이번에는 팀을 안전하게 인도하며 다녀오세요. 다음에 우리 가족이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날 나는 내 삶에 깊은 아쉬움을 남기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나의 단호한 결정은 아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 가족을 지키고 싶은 엄마의 본능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믿음 없는 결정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날 이후로도 몇 번이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나는 사랑해서 그런 거야. 아들을 보호하고 싶었어. 그게 맞는 일이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뚜렷이 깨닫게 되었다.


'평생 다시 오지 않을 멋진 기회를 엄마가 막았구나'


사랑하는 하나뿐인 아들의 평생 한 번 있을지 모를 믿음의 도전의 기회를, 이렇게 지워버린 것이었다.


당시의 아들은, 아빠와 함께 사막을 건너고, 낯선 마을에서 말씀을 전하며, 선교의 길 위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눈으로 보고 싶어 했다.


그 어린 마음에 싹튼 영적인 갈망과 용기를 나는 ‘위험’이라는 말로 막아버렸다.

아마 그건, 엄마라는 이름으로 가장한 내 두려움이었다.

믿음 없는 결정을, 사랑이라는 포장으로 감쌌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남편과 팀은 예정대로 떠났다.

차가 고장 나고, 국경을 넘는 절차가 복잡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연이어 닥쳤지만, 그 모든 여정 가운데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고, 예상치 못한 은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돌아와 말했다.


“육로로 가서야 만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그 여정 중에만 경험할 수 있었던 일들이 있었다”라고,


나는 그들의 간증을 들으며, 자랑스러우면서도 뼈아픈 마음이 들었다.
믿음의 여정이란, 때로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결단 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 나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이었기에, 그 믿음 앞에서 멈춰 서고 말았던 것이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이,
결국 가장 귀한 것을 빼앗아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아이가 서고 싶어 했던 믿음의 자리, 감당하고 싶어 했던 사명의 기회를
너무 일찍 ‘위험’과 ‘현실’이라는 잣대로 재단해 버린 어른의 조급함이
내 안에 깊은 자책감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모든 후회의 눈물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믿는다.

하나님은 나를 훈련하시고, 실패 속에서도 새 길을 내시는 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놀랍게도, 그때의 아쉬움과 갈망은 세월이 지나 아들의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어 남았다.


그날 아빠 따라가지 못했던 아프리카의 길!
그 믿음의 여정은 멈춘 것이 아니었다.

세월과 함께 아들의 내면에 조용히 뿌리내렸고,
결국 아들은 장성하여,

스스로 그 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잃어버린 것 같았던 기회를, 더 멋진 사명의 방향으로 바꾸어 주셨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세 아이의 아빠가 된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날 내가 멈췄던 자리에서 다시 기도한다.


“하나님, 이번엔 제가 믿음으로 끝까지 응원하며 함께 걷겠습니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16화25 피아스타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