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를 찾아!
남편은 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장교 출신이라 서일 수도 있지만, 본래 그의 기질은 나와는 많이 달랐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물러서지 않고, 믿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성품을 지녔다.
팀 구성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나일강 시작점에 모여 출발 전 기도를 올렸다.
가는 걸음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팀은 각자 자신의 여정을 따라 길을 떠났다.
남편과 그 팀은 에티오피아에서의 사역을 마친 후, 긴 시간 버스를 기다린 끝에 케냐 국경 근처에 도착했다.
국경을 넘는 절차는 예상보다 까다로웠지만, 한국인인 남편은 비교적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었다.
오히려 같은 아프리카 출신의 콩고 형제는 국경 통과가 훨씬 더 어려웠다고 했다.
국경을 통과한 후, 팀은 케냐 쪽 도시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검문소 옆에 앉아 있었다.
그때, 멀리 경찰서 앞에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은 그의 모습에서 어떤 절박함이 느껴져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세요?”
청년은 지친 얼굴로 희미하게 웃으며, 더듬거리는 영어로 대답했다.
“가족이 저편에 있어요. 이 길은 우리 조상들이 늘 다니던 길이에요. 얼마 전까지도 우리 마을 사람들은 자유롭게 오가던 길이었는데, 오늘은 막혔다고 하네요. 저는 여권도 없고, 비자도 없어서 지금 붙잡혀 있어요.”
그 말은 남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들에게 국경은 예전에는 여권과 비자의 경계가 아니었다.
조상 대대로 넘나들던 삶의 길, 공동체가 넘나들던 그저 일상의 일부였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문서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건너갈 수 없는 장벽이 되어 있었다.
2000년 이후, 유목민 간 무력 충돌이 잦아지면서 국경 지역의 통제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이동 제한이 더욱 심화되었다.
남편은 그 청년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으며, 마음속 깊이 간절히 기도했다.
방금 전 만났던 국경 담당 경찰이 그를 풀어주길 바랐다.
헤어지기 전, 남편이 조용히 물었다.
“하나님께 기도하시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매일이요. 하나님이 제 기도를 들으신다고 믿어요.”
그 순간, 함께 있던 팀원들의 마음이 뜨거워졌다.
남편과 팀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했다.
“하나님, 이 청년의 기도를 들으시고 자유를 허락해 주옵소서. 그를 풀어주시고 주님의 긍휼로 이끌어 주소서.”
기도를 마친 후, 남편의 마음 깊은 곳에서 확신이 솟아올랐다.
‘반드시 이 사람이 풀려날 것이다.’
남편은 그 청년의 눈물 어린 눈을 보며 선포해 주었다.
“하나님이 당신의 기도를 들으셨을 거예요. 곧 자유를 주실 겁니다.”
그렇게 말한 뒤에도 남편은 마음속으로 ‘주님!’을 부르며 계속 기도하고 같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국경 수비대장이 미소를 지으며 청년에게 다가온 것이다.
“아니 당신들 아직 안 가셨어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데 왜 안 가셨어요? 큰일이네… 아! 이 사람하고 기도하셨나 보군요. 하나님이 당신들과 이 사람의 기도를 들으셨나 봅니다. 방금 상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 사람을 풀어주랍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나 봅니다. 오늘은 당신을 풀어주는데, 다음엔 꼭 정식 절차를 밟으시고 오시기 바랍니다.”
남편과 팀 그리고 그 청년은 기쁨에 겨워 외쳤다.
“와, 감사합니다! 역시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혼자 잡혀 있는 시간인데 함께 기도해 주고 위로해 주어 고마워요. 저 혼자 있었으면 너무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 인가요? 당신들 나라는 어디에 있나요? 그 먼 곳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요? 하나님이 나의 힘든 시간에 알지도 못한 나라 사람들을 보내주셔서 나를 도우셨네요. 하나님은 신기한 분이시네요."
그 청년의 끊임없이 기쁨에 들떠하는 말을 듣던 경찰은 조심스레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시죠? 혹시 목사님이신가요?”
“저희는 육로로 다니며 하나님의 사람들을 만나 전도하고 있습니다.”
“이 위험한 길을 다니시다니...
얼마 전에도 강도 사건이 있어 많은 사람이 희생됐습니다.
안전한 차량을 연결해 드릴게요.
오늘은 늦었으니 이동하지 마시고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렇게 귀중한 오후 한나절, 팀은 청년을 위로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경찰이 다시 나타났다.
청년에게 가는 차를 연결해 주고, 팀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미 늦었습니다. 내일 소 떼를 실은 트럭이 하나 올 예정인데, 그 트럭을 타고 이동하세요.
운전자는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밤 머무실 곳이 없네요. 저희 집에서 아내와 함께 기도해 주시고 하룻밤 주무시면 어떨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퇴근하고 같이 저희 집에 가면 됩니다. 어떠세요?”
“당신은 천사 이군요. 이렇게 폐를 끼쳐도 될까요? 물론 같이 가겠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눈물 날 만큼 감사한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순수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던 순례자들을, 하나님은 단 한 걸음도 놓치지 않고 지켜주셨다.
그리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던 국경의 한 청년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얼굴을 보게 하셨다.
국경에서 만난 경찰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였다.
인간의 국경은 막을 수 있어도, 하나님의 계획은 막히지 않는다는 것을 그날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 국경의 오후, 하나님은 조용히 일하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