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광야에서 하늘이 열리다!
유난히 붉은 태양이 내려앉기 시작하자 땅도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황량하게 펼쳐진 들판 위로 붉은 먼지가 바람을 타고 일었다.
낯선 붉은 땅, 후끈 달아오르는 낯선 공기, 산도들도 나무도 없는 광야..
그래서 남편의 마음은 이 여정이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길이었다는 것을 확신했단다.
우연히 인사를 건넸던, 우울해 보이던 한 남자는 무사히 풀려났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비슷한 상황 속에서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벽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몇 시간 이 국경지역에 앉아 차를 기다리면서 어쩐지 이제는 그 사람들이 이해가 되고 그들이 처한 상황들이 그냥 이해되기 시작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했다.
우리의 조용한 움직임은 사막의 바람처럼 섬세했고, 마치 성령의 숨결이 그의 마음을 감싸는 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교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다고 하셨지요? 당신은 참 신기하네요. 이곳은 많은 사람들의 긴장이 있어서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지 않거나, 혹은 화를 내며 앉아있는데, 어떻게 당신들과는 이야기도 하고 기도까지 하게 되었나요. 정말 신기합니다. 이렇게 먼 길을 육로로 오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남편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이끄심과 그 믿음 하나로 이 먼 땅까지 왔다고 말했다.
정말 팀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여정은 없었고, 여러 부족들을 만났고 그중에 이 만남 또한 하나였다.
남편과 팀은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고, 수없이 검문소를 통과하며 여기까지 왔다.
때로는 무더위에 지치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했지만, 그 모든 순간에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하심이 있었기에 늘 다음 여정이 기대가 되었고, 신이 났다고 고백했다.
“저희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역 가운데 길에서 만나는 분들과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고 있어요. 이렇게 친절하시고 공의로운 장교님을 만나니 너무 기쁩니다.”
라고 남편이 말했다.
그러자 장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제가 곧 퇴근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함께 가시겠어요? 마침 오늘은 장교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날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예배하시고, 혹시 설교도 해주시면 저희가 정말 기뻐할 것 같아요.”
남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이렇게 귀한 만남에 초대해 주신다면, 우리야말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예배가 끝나면 머무실 숙소도 연결해 드리고, 내일 떠나실 수 있도록 소를 운반하는 트럭도 연결해 드릴게요.”
남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친 광야에서 도무지 숙소가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마음은 진심으로 행복했다.
더군다나 내일 도시로 들어가는 소를 운반하는 트럭까지 연결해 준다니 이것은 기적이었다.
이렇게 귀한 천사를 만나게 하시니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광야 한복판에서 주어지는 환대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위로였다.
그날 저녁, 우리는 장교의 퇴근을 기다려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만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는 교감이 낯설지 않았다.
작고 소박한 집, 낡은 창틀 너머로 환한 미소의 여인이 우리를 맞이했다.
전통 문양의 천으로 머리를 동여맨 그녀의 눈빛은 따뜻하고 깊었다.
시간이 흐르며 장교들이 하나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땀에 젖은 군복, 고단한 발걸음,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고, 기대와 설렘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 하나가 되어 예배를 드렸다.
아주 작은 공간에 바람에 흔들리는 어둑한 오렌지빛 전등 아래 옹기종기 앉았다.
몇 개의 플라스틱 의자, 낡은 탁자, 그리고 찬양을 부를 목소리만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그 어떤 예배당보다 뜨겁고 순결한 하나님의 성전이었다.
남편은 말씀을 전하다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땅끝에서 드리는 예배’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이 작고 낡은 집, 광야 한가운데 드려지는 예배를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었다.
지구 어느 곳에서 전하던 말씀보다도 더 깊고 진한 은혜가 이 조용한 공간을 가득 채웠다.
기도 시간, 장교가 조심스레 손을 들고 말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들이 둘이면 좋겠어요. 첫째는 당신 이름을 따라 ‘모세’라고 부르고, 둘째는 당신들처럼 복음을 전하며 살라고 ‘바울’이라 부르고 싶어요.”
남편은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물로 간절히 기도했다.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 모든 계획을 아시는 하나님께 간절히 올려드렸다.
그 기도 속에,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뜻을 믿고 전심을 다해 엎드렸다.
그 순간, 그 집 안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가 분명히 느껴졌다.
그날, 남편과 팀은 황량한 광야 길에서 처음으로 만난 언어문화 그리고 얼굴색도 다른 낯선 이들과 예수님을 섬기고 있다는 한 가지 공통점 때문에 하나가 되었다.
생명의 말씀으로, 기도의 눈물로, 함께 예배하며 깊은 교제를 나눴다.
이름도 몰랐던 사람들과 나눈 가장 뜨거운 시간.
그날의 예배는 평생 가슴에 남는 '천국의 예배'였다.
붉은색 광야였지만, 그곳은 따스한 사랑이 가득했던 천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