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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희 Oct 08. 2019

두 번째 날, 이제 상담의 시작일까?

https://brunch.co.kr/@manimanistar/108





첫 상담을 받고 여러 가지 검사를 마치고 다음 상담예약이 있는 날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혹은 '내가 미쳤지?' 하는 후회와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예약을 취소하고 싶을 수도 있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

여러 가지 초기 검사를 했다면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드디어.. 상담이 시작되는 두 번째 날이다.

두 번째 방문이라도 역시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예약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초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릴 것이다.

마음은 무겁고 혼란스러운데 검사만 하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오히려 더 답답했을 수 있기에

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 차 넘칠 수도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당신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거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이던 두 번째 날의 상담은 당신이 첫 방문에 했던 검사 결과를 듣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상담실로 들어가자. 


두 번째 날의 주의할 점은 검사지의 결과를 그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이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검사지로 분석된 당신의 유형과 성향을 그대로 듣고 믿어 버린다면 그것은 정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100%의 정확도를 가진 검사도 아니며, 이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을 분석해서 만든 것도 아니며, 지금 같은 스마트폰의 시대에는 더더구나 정확하게 모든 사람들을 나눌 수 없다.

나무 한 그루의 수천수만 개의 나무가 모두 다르게 생겼으며,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저 코스모스의 수많은 별들 중에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결과에 따라 모든 문제를 성격이나 결과에 분류된 유형에 끼워 맞추게 된다면 당신을 더 낙담하게 할 수 있다. 타고나 유형이 그래서 문제가 있는 거라고 설명을 듣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나 자신의 경우 나는 그 말을 믿었고 자신을 탓했고, 결과는 길고 긴 여정과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결국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 신중하자. 설사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말이다.


결과를 듣고 이제 상담사가 말을 멈추고 당신의 말을 기다린다면, 

당신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어떤 문제가 있으세요?'라고 묻거나 여러 가지 말들로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이때 처음에 언급했던 할 말이 없는 사람과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는 경우 

이 두 부류의 상담 분위기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당신이 둘 중 어느 쪽이던... 사실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말을 먼저 하지 않는다면 상담사가 당신을 알기 위해 사소한 것부터 질문을 시작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당신이 참았던 말들을 쏟아 낸다면 상담사는 가끔 말을 끊고 당신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당신은 당신의 상담사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며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도 모른다. 

또한 상담사의 경력과 인성은 전혀 다른 문제이므로 

당신이 충분히 경력을 알아보고 난 후에 상담센터를 골랐더라도 

어느 정도는 상담사를 관찰하고 파악하려고 해야 한다. 

상담 초기일수록 자신의 감정에 치우치거나 몰입하기 쉽다. 

잠깐이라도, 상담 시작 즈음이나 끝날 때쯤이나 상담사와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다.

내담자들은 상담사에게 대부분 개인적인 일을 묻지 않는다. 

특히 초기에는 더 그런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경계하거나, 아직 신뢰관계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경우도 있다. 

또는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더라도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분도 있고, 자신을 스스럼없이 오픈하는 상담사도 있다. (예를 들어 결혼 유무까지 철저히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분도 있다.)


우리는 나와 당신의 앞에 있는 "아직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마음을, 이야기를 어디까지 말해도 될지 계속 고민이 될 것이다.

당신의 문제나 고민이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특수한 상황이라면 나는 더 권하고 싶다

조금 더 미루라고 말이다.


적어도 당신의 앞에 있는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상담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 확신이 생길 때까지,

당신과 앞으로 상담을 이어가게 될 사람이 당신의 상담사로 적당한지, 

올바른 인격을 지닌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 말이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이 부분은 상담사들이 말하는 "라포"와는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라포는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믿음과 신뢰관계를 말하지만 사실, 라포를 형성하려면 서로 탐색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진짜 상담이 시작된 걸까?

아니다. 

이제 당신은 출발선 앞에 서 있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잘못 온 건 아닌지 여전히 혼란스럽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설 순간이 아니다.

진짜 시작은 다음이다.


그러니 다음까지, 최소한 그 상담사와 3번 정도는 상담을 진행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만약 그 후에 당신이 다른 상담사를 만나고 싶다면 그때는 더 늦기 전에 결정해야 할 것이다.

너무 많이 온 길을 다시 또 가는 건 더 어렵게 느껴져서 포기하게 되니까 말이다.








상담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꺼내어 말하기 어려운 길을 갈 때에

그 길이 

얼마나 긴 여정이 될지 알 수 없기에 

나와 당신은, 우리 내담자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앞을 볼 수 없는 그 길 위에서 작은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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