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샤장 Aug 11. 2021

비상등을 켜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금요일은 교통체증이 늘 심한데도 나는 그 것을 또 잊고야 말았다. 미팅을 끝낸 옥수동에서 다음 미팅 장소인 방배동이 이렇게도 멀었나 싶다. 한시간도 채 안걸릴 거리를 거진 두시간만에 도착했다. 


도로위의 차량 밀집도는 운전자 마음의 공간과 비례한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비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다는 달마 대사는 작금의 차마(車馬) 체증을 예측 했던 것일까. 도로가 한적 할 때는 KTX에도 끼어들기를 허할 기세일 것이다. 그러나 도로위가 차로 넘쳐 날수록 차선 변경을 하려는 옆 차량에게 자비란 없다. 한 뼘 이라도 늦게 갈까 싶어 앞차 뒤꽁무니에 바짝 붙어 기차놀이를 하는 날이 금요일, 오늘 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내게 끼어들 기회를 준 차들은 얼마나 고마운가. 할 수만 있다면 선거유세단의 차량 처럼 확성기라도 달아 뒷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육성으로 전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럴 수 없기에 얼른 비상등을 켜서 최대 긴 시간동안 깜빡이는 등을 유지하곤 한다. 더불어 더도, 덜도 말고 딱 내가 받았던 호의만큼 나도 다른 운전자에게 내 앞길을 내주는 것, 그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감사 인사이다.


끼어들기 하는 차량을 위해 잠시 기다려 주었으나 내가 켰던 비상등의 횟수 만큼 깜박이를 돌려 받지 못할 때가 많다. 괜히 서운하다. 그게 뭐 별거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작은 호의가 부정당하는 느낌이라 섭섭한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섭섭함을 느낀다는 자체가 웃기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비상등의 점멸은 내 액션이 무시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망각의 금요일이었지만 그 날은 다행히 많은 앞차들이 내게 감사하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늦은 퇴근길도 괜히 즐거워 지는 순간들이었다.


선물로 주고 받는 기프티콘도 비슷하다. 기프티콘을 받고 나서 물론 감사의 인사를 하지만 며칠 후에 그 기프티콘을 잘 사용했다며 인증샷을 보내올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인사와 피드백을 받는 느낌이다. 이 사람이 유효기간을 놓치진 않았는지 혹은 그 기프티콘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아주 작지만 내가 투자한 배려와 시간이 어떻게 유용하게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졌는지 우리는 늘 알고 싶어 한다.


최근 팀내에서 새로운 직무편제가 있었다.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 우리 팀에 흡수 되어 팀 체제로 일하게 된 것이다. 또한 승진을 한 사례도 있고 나의 경우 새로운 브랜드로 옮겨 가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있다. 한 마디로 격동의 시대를 팀 전체가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발생한 사소한 문제는 변동이 많다 보니 서로간 업무에 대한 공유나 피드백이 아직 미숙했다. 


나는 피드백 까지 되어야 한 업무의 마무리라고 늘 강조한다. 아무리 사소한 업무라도 진행 상황에 대한 공유 혹은 어떻게 마무리 되었다는 최종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공유가 습관이 되지 않은 팀원은 특정 업무를 끝내놓고도 누군가 결과를 묻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본인 가슴 속에다가 묻어놓곤 했다.


그 팀원에게 피드백이 부진한 이유를 물으니 특이사항이 없어서 공유를 하지 않았단다. 특이사항이 있고 없고의 판단을 보고하기도 전에 거르면 업무 전체의 성과는 편향되게 조작 될 수 밖에 없다. 마무리는 하였으나 업무의 완성도와 가치는 떨어진다. 끼어들기도 기프티콘도 모두 마찬가지다. 감사 한지 안 감사한지는 피드백을 주어야 알 수 있다. 베풀어준 사람은 그 피드백과 신호가 있어야 비로소 본인이 할애한 배려에 대한 가치를 알 수 있다. 모든 것의 끝은 비상등을 켜야 마무리가 된다.

이전 11화 Go get it, 고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