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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장 Apr 01. 2021

Go get it, 고기리

: 맛집인 이유

아닌 줄 알고 있다. 틀린 줄 알지만 볼 때마다 인스타그램 맛집 피드를 저장 해두고 있다. 미련한 습관이다. 생각 없이 저장한 맛집 리스트가 저장 폴더에 빼곡히 들어차 있지만 정작 어떤 곳이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런 곳은 실상 영영 찾을 일이 없는 곳들이다. 


맛집의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음식 맛만이 그 기준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친 마음을 달랠 줄도 알아야 하고 눈도 즐겁게 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배가 아닌 감정을 두둑하게 채워주어야 한다. 그런 곳은 굳이 애써 기록해 두지 않아도 내 뇌리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법이다.


내게도 그런 맛집이 있다. 고기리라는 아주 외진 곳에 위치한 막국숫집이다. 언제부터인지, 애초에 어디서 그 집 소문을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차를 가진 누구라도 바지런히 꼬드겨 언젠가는 그곳에 꼭 가봐야겠다라는 무식한 집념만이 남은 집이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굉장히 불편한 곳이라 차를 가진 친구 중 누구 하나라도 꼭 동반시켜야 내 몸이 덜 고달프다. 물론 밥값은 내가 지불해야 한다는 소소한 문제가 발생하나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리라 믿는다. 


국수여행의 동반자, 차 있는 신혼 부부, 셋이서 국수 여섯 그릇과 수육 큰 거 하나를 해치웠다.


차를 가진 누구라도 바지런히 꼬드겨 언젠가는 그곳에 꼭 가봐야겠다라는
무식한 집념만이 남은 집


재미있게도 그 집 대표메뉴가 들기름 막국수이다. 어쩜 그렇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재료들만 모아 뒀을까 싶을 정도로 너털웃음이 난다. 나는 메밀 향과 들깨 향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다. 굳이 나서서 찾지 않는 음식을 파는 곳이다. 그럼에도 꼭 오고 싶었던 이유는 맛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에 의해 식당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나의 소신 때문이다. 


메밀 향과 들깨 향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꼭 오고 싶었던 이유는 맛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에 의해 식당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소신 때문...


그 국숫집 사장님이 쓴 에세이집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책에서 느낀 대로 역시나 따뜻하고 편한 곳이었다. 프랜차이즈 본부에서 근무하는 나는 고기리 사장님의 올곧은 운영방식이 좋았다. 한 그릇이라도 정성스럽게 대접하려는 경영철학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관리하는 매장들에 적용할 전략을 배워 보고자 하는 얕은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식당 전체의 향기와 인테리어, 접대 방식을 사 먹기 위해 드디어 그 막국숫집을 찾게 되었다.


고기리 간다고 촌스럽게 고기리 책을 품에 꼬옥 안고 왔더랬다.


그런 사장님을 실제로 보자마자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어 한참을 붙잡고 혼자서만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음식을 씹으면서 마침내 고요한 순간이 찾아오자 바쁜 사람을 괜히 붙잡았나 싶은 미안한 마음이 슬그머니 들었다. 그 찰나, 사인을 부탁했던 책을 사장님이 다시 가져다주셨다. 


(전략) 위기가 닥치더라도 푸짐하고 신선하며 정성을 다하는 음식은
사랑받을 거예요! 김윤정 드림.

사인해주셨다는 페이지를 무심 한 척 펼쳐 보니 직무적 고민에 대한 해답을 주시듯 빼곡하게 편지를 써주셨다. 허리 한번 펼 시간이 없는 와중일 텐데 말이다. 나는 옆 테이블에 들리도록 연신 국수가 맛있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고마움을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저도...이 순간을 고대해 왔습니다!!


게다가 들깨와 메밀이 이토록 열정적인 맛이었나 싶다. 슴슴한 면수를 함께 들이키며 한참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밤이다. 맛도 맛이거니와 그 정갈함과 따스함이 곳곳에 스며 있는 식당이었기에 음식을 삼킨 내 속까지 데워주었다. 마음의 온도가 아마도 1도쯤은 상승한 덕이었으리. 덕분에 밤공기가 전혀 차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한 번 찾은 곳이지만 <고기리 막국수>는 내게 이미 충분한 맛집이다.


해보고 들어가서 달보며 나와야 할 만큼 하루 온 종일 이 집 국수에 집중 할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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