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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장 Aug 11. 2021

어화둥둥, 금쪽 같은 내 점주

애도 없는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가 쓰는 육아일기

유독 나는 업무 마무리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남들은 10~15분이면 업무 일지 작성이 끝난다고 하는 데 내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매장 방문 일지도 적어야 하고 지점별로 점주 성향을 정리해둔 파일도 최신화 해야 한다. 그 파일이 있어야 나 아닌 누구라도 지점 방문을 하거나 점주의 항의에 대응 할 때 요긴하게 참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 리스트는 아니고 일종의 육아일기와도 같다.


그와 관련해 최근 들어 보기 시작한 예능이 하나 있다. 육아를 하는 부모들의 고민 상담을 다루는 <금쪽 같은 내새끼>이다.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의 대통령이라는 오은영 아동 심리학 박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별나다 싶어도 저리 별난 아이가 있을까 하는 데도 결국 사연 속 아이 보다는 부모의 잘못이 크다는 것으로 귀결되기 일쑤였다. 이를 보면서 나는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위안을 얻고 했다.


애도 없는 내가 오은영 박사에 한참 심취해 있는 걸 보고는 육아하는 친구들이 어이 없어 하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은 정작 본인을 거울로 비추는 것 같아 민망해서 못보겠다는 의견이 대다수 였다. 오히려 신문기사를 보니 20-30대 미혼 혹은 비혼의 시청자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이해 할 수 없었던 부모의 행동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작 내가 그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누구도 이해 하지 못할 것 같은 아이들의 행동은 프랜차이즈 매장 점주들 같았고 TV속 미숙한 부모의 행동은 마치 부족한 나를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우리 모두는 상대방의 심리를 이해 해보고자 하는 노력에서 오은영 박사를 찾고 있다. 나는 금쪽같은 내 점주들의 심리를 이해 하고 싶었다.


<금쪽 같은 내 새끼>는 성장 주기에 알맞은 신체 발달을 보이지 못하는 아이들을 심층 분석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지만 그 문제는 누가 정의 하는가. 그 문제라는 것은 사연 신청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이 아니었던가. 신청자인 부모의 프레임으로 아이의 특정 행동이 문제로 치부되지만 그 이면에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이해하지 못한 불통(不通)에서 비롯되었다.


어머님, 성격이 급하시죠?


몇 달 전 나온 삼남매의 사연에서 가족들의 영상을 모두 시청한 오은영 박사가 한 질문이었다. 거기에 나온 부모는 둘째 아이만 말을 듣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유독 똑똑하고 이쁨 받는 첫째와 순한 막내 남동생과는 달라 이 아이는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심지어는 이 아이의 엄마는 너무 힘든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도 할 뻔 했다며 눈믈을 흘렸다. 영상의 말미에 던져진 오박사의 질문 요지는 급한 어머니의 성격과 다르게 둘째 아이의 기질은 비교적 느리고 답변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아이라는 것 이었다. 그렇게 예뻐하던 첫째 아이는 부모도 모르게 어린 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 반전 포인트이기도 했던 에피소드였다.


둘째의 잘못이 아니라 그 성향을 이해 하지 못한 부모가 모든 자녀를 같은 방식으로 양육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나는 이 사연을 보며 부모-아이간의 관계를 넘어 모든 인간관계에도 이 예능에서 나오는 교훈을 적용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관리하는 브랜드의 점주들도 천차만별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려니 하고 현실에 만족하는 스타일과 하루 매출이 어마 어마 한데도 욕심이 끝간데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심해서 별걸 다 본사에 물어보고  컨펌받는 점주도 있다. 같은 요청이 들어 와도 제 각기 성향에 맞추어 답변을 해줘야 매장 운영에 도움이 됨을 이번 신입 슈퍼바이저에게 부단히 교육하고 있다.


감히 내가 그 들의 부모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지점을 혹은 그 지점에서 나온 매출로 부양하는 한 가정을 인큐베이팅 한다는 심정으로 매출 부진한 지점의 부작위를 이해하려는 중이다. 신메뉴를 왜 도입 하지 않는지, 매장 청소는 왜 하지 않는지 지적하기에 앞서 나의 전달 방법과 설득력이 부족하지는 않은 지 스스로를 돌아 보는 중이다. 애도 없이 애를 쓰며 오늘도 육아일기를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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