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따스한 가을 햇볕은 고양이의 낮잠을 길어지게 만든다.
꾸벅꾸벅 조느라 눈조차 뜰 기운이 없는 길냥이 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절이다.
산길을 따라 늘어선 밤나무에선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밤송이가 터지고,
나와 짝꿍은 오늘도 혹시나 머리에 맞을까 봐 조심조심 걷는다.
집집마다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들도
아이들이 던지는 여름날 물풍선처럼 길가에 툭툭 떨어져 터지는데,
그 소란 속에서도 반듯하게 착륙한 너란 감,
참 탐스럽다.
해 질 무렵 노을도 너무 예쁜 요즘,
저녁을 준비하다가도 몇 번이나 손을 멈추고 베란다로 나가게 만드는 계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