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지 그냥
아이랑 일본 초밥집에 가면 본의 아니게 먹게 되는 메뉴 1위는 맛탕이다.
아이가 컨베이어 벨트 위를 돌아가는 수많은 초밥 중에서 너무나 당당하게 제일 먼저 맛탕을 집어들 때마다 ‘고구마는 집에서도 맨날 먹는 건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후식도 아니고 처음부터 맛탕이라니 ㅉㅉㅉ’란 생각이 자동적으로 고개를 드는데, 접시에서 맛탕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걸 보며 “엄마 한 개만 줘~”라고 다급하게 부탁하는 내 모습을 발견.
솔직히 달콤하고 바삭한 초밥집 맛탕은 내가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엄연히 레시피 자체가 다른 요리다.
물론 여전히 '혼자서 일본 초밥집에 간다면 결코 집지 않을 메뉴는 맛탕'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없는 거 맞나?) 그렇지만 다음에 아이랑 간다면 또 “한 개마안~~” 할 게 뻔하고, 그러면 아이는 아깝지만 간신히 나에게 한 개를 양보할 것이며, 나는 큰 은혜를 입은 것마냥 기뻐하며 소중하게 그 한 개를 맛보겠지.
이 글을 써내려가면서 문득 깨달았다.
뭐야,
나 사실 맛탕 좋아했네?!
에잇, 그래 인정. 다음엔 용기 있게 초밥집에서 맛탕을 집어서 한 접시 다 먹어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험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뭔가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는 나 그거 별로야, 나 그거 안 좋아해…하면서 은근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
다들 있지 않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