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 수업에 다녀왔다. 어색한 옷이라도 입은 것처럼 오전 내내 긴장한 상태였다. 엄마를 보고 반가워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살짝 긴장한 듯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앳된 얼굴에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긴장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지켜보는 부모들도. 교실에는 어색함과 긴장감이 흘렀다. 물 흐르듯 진행된 수업이 끝나자마자 내게 달려온 아이를 꼭 안았다. 그제야 나도 긴장이 풀렸다. 학부모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같은 마음인 모양이다. 대견함과 기특함으로 교실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교문을 나서자마자 가방 안에 들어있던 캡 모자를 눌러쓰고 카페로 달려갔다.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연결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이제야 진짜 나로 돌아온 것 같다. 하나의 스위치를 끄고 또 다른 스위치를 딸칵 누른다. 역시 글 쓰는 모드의 내가 가장 편하다. 오롯이 혼자 있게 되자 실감이 났다. 오늘 아침, 내가 어딜 다녀오고 무얼 보고 어떤 감정들 속에 있었는지. 글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하교 시간이다. 수업 참관 때는 그렇게 느리게 가던 시간이 어디로 다 사라진 걸까.
하루에도 수많은 스위치를 껐다가 켠다. 몸은 하나인데 여러 개의 스위치를 달고 사는 것이 때론 버겁다. 다 꺼버리고 완전히 깜깜해져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몇 개는 오프 상태로 다시 켜진 적이 없는 스위치도 있다. 어떤 스위치는 다시 켤 용기가 없거나 언젠가 꼭 눌러보고 싶은 것들도 있다. 지금의 내 스위치는 쓰는 사람. 어떻게든 문장을 엮어 글을 남기는 사람. 이 스위치만큼은 되도록 오래 켜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