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생방 훈련_15회
죽음의 화생방 훈련
1987. 3. 30. 월
어제 체육대회를 하고 푹 잠을 잔 탓으로 아침에 개운하게 기상하였다.
새로운 3주 차가 시작되는 날이다. 오전의 학과는 화생방실습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스실습이 있었다. 남자로서 실전의 화생방전을 가상해서 실제로 해보는 것이었다.
우리가 실시하는 화학전에서는 질식작용제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최루탄의 가루보다는 훨씬 심한 것이라고 한다. 화생방전의 위력을 조금 맛보는 것이라며 화생방전의 경각심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20명씩 한 개조가 되어 들어가는데 우리는 3조였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기로 하였다. 가스실 근처에 가니 벌써 가스 냄새로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났다.
정말 죽었다 싶었다. 관등성명을 복창하고 들어왔다. 조교님들이 위협적인 이야기를 했다. 끝날 때까지 절대적으로 지시에 순응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우린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가스가 피어오르자 정신이 없었다. 비몽사몽이 아니라 생사결단이었다. 정신이 아물거리며 의식을 찾기가 힘든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니 의식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우들이 통제에 따르지 않고 창틈으로 고개를 내민다고 맞고 서로 부딪히고 의석을 잃고 구토를 하는 등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더 큰 일은 지시에 따르지 않고 문을 열고 나와서 다시 주의를 받고 들어왔다. 3곡의 노래를 부르고 내어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처음보다는 좀 덜한 것 같았다. 하지만 힘들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정말 천국인 것 같았다.
이것이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자유의 공기의 고마움을 절감할 수가 있었다. 또한 큰 시련을 견디어 내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순간의 고통이 지나고 나니 또한 새로운 의욕이 솟는 것 같았다.